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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북인도여행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찾은 도시는 라자스탄주의 주도 자이푸르입니다.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 자이살메르 등 라자스탄주의 계획도시들은 인도에서 꽤 부촌에 속하는 지방입니다. 평야가 대부분인 인도에서 라자스탄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라서 색다릅니다. 참, 이름 뒤에 붙여진 ‘푸르’는 힌디어에서 ‘도시’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자이푸르는 12세기부터 존속해온 자이푸르 공국의 수도 암베르를 대체하기 위해 1728년 자이 싱 2세가 건설한 사각형 모양의 계획도시입니다. 중심가 건물들이 분홍색이라 ‘핑크시티’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18세기 야외 관측소 잔타르 만타르와 시티 팰리스,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 람바그 궁전, 나하르가르 요새(호랑이 성채) 등이 주요 유적인데요. 개성있는 건축물과 아름다운 색감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포토제닉한 도시입니다.
자이푸르의 인구는 2003년 270만명에서 2016년 800만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는데요. 도로와 철도의 교차점이자 상공업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라서 사람이 몰리나 봅니다. 양탄자, 담요 등이 특산품이고, 미술공예, 대리석, 상아 조각, 보석 등이 유명합니다.
이제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해 볼까요?
"하르 하르 마하데바! Har Har Mahadeva!"
저 긴 줄은 시바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위한 신도들입니다.
오늘(2월 24일)부터 일주일 간은 시바 신의 날이라고 하네요.
이른 아침부터 줄이 오른쪽으로 정말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낙타들.
낙타들도 쌍쌍으로 다니네요.
가운데 낙타는 고개를 치켜든 모습이 참 도도해 보여요.
멀리 보이는 곳은 암베르 성입니다.
라자스탄에는 35개의 궁전이 있는데
그중 자이푸르에만 12개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왕들의 도시'라는 표현이 딱인 곳입니다.
자이푸르의 흔한 골목길 풍경.
다른 인도 도시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워 보이죠?
코끼리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암베르 성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치 왕이 되어 행차하는 것처럼 흥분되는 경험입니다.
암베르 성에 오르면 이렇게 멋진 경관이 펼쳐집니다.
멀리 산 윤곽선을 둘러싼 성벽이 보이시나요?
만리장성처럼 길게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룹니다만
누군가는 저거 짓느라고 고생 꽤나 했겠네요.
코끼리 기념 사진도 찰칵.
입구에서부터 나무 조각품을 파는 상인들이 따라붙는데 정말 살 때까지 쫓아옵니다.
하나 사고 나면 다른 사람이 달라붙어서 내 것도 사달라고 아우성.
이 분은 코끼리 양탄자를 파는 사람인데 가장 점잖았어요.
안 산다고 했더니 사진이라도 찍으라며 포즈 잡아주심.
암베르 성에서 청소하는 여자분입니다.
여신 같은 옷을 입고 청소하니 모델이 안 될 수가 없겠죠?
백성 위에 왕
왕 위에 신
신 중의 신 코끼리
코끼리 신에게 경배!
이곳은 암베르 성의 가장 안쪽에 화려한 거울로 꾸며진 건물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저 많은 병들은 무슨 용도였을까요?
파스텔톤 색깔은 어쩌면 저리 부드럽나요?
암베르 성을 내려왔습니다.
염소를 모델 삼아 골목길 샷.
만 사가르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물의 궁전 잘 마할입니다.
18세기 마하라자(힌두 제왕) 자이싱 2세가 지었습니다.
원래 5층 건물인데 4층까지 물에 잠겨 있어 저기 눈에 보이는 맨 윗부분이 5층입니다.
물론 원래부터 물 위에 지은 것은 아니고요.
도시에 물이 부족해 댐을 짓고 나니 자연스럽게 호수가 형성돼 궁전이 물에 갇히게 됐다고 합니다.
시티 팰리스로 가기 전에 해나 문신을 그려주는 노점에 들렸습니다.
이렇게 쓱쓱 그려주는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더군요.
팔에서 굳고 나면 진한 노란색 모양의 그림이 문신처럼 남습니다.
이제 또다른 유적지로 들어섭니다.
할아버지가 인사를 해주네요.
사실 인사하는 건지 돈 달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그런 사람이 많아서 그러려니 합니다.
1728년 완공된 인도의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자이푸르를 세운 자이싱 2세가 지었습니다.
사진 속의 건축물은 해시계인데요.
앞면은 오전, 뒷면은 오후에 시간을 알려주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해의 그림자에 따라 시간이 정확하게 표시됩니다.
국제표준 GMT와의 차이에 따라 표시된 시간과 현재 시간은 조금 차이가 나는데요.
이날은 정확히 39분 차이가 났습니다.
참 정교하게도 만들었죠?
인도인의 탁월한 숫자 감각은 정말 알아줘야 합니다.
이곳에는 하늘에서 별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조형물도 있습니다.
12개의 별자리마다 따로따로 제작돼 있습니다.
이것이 잔타르 만타르의 자랑거리인 세계서 가장 큰 해시계입니다.
정말 거대합니다.
왼쪽 그림자는 현재 시간을 말해주고 있고요.
오전 11시 30분경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음료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요?
카푸치노가 600원, 물 1리터에 400원 정도네요.
델리보다 확실히 물가가 쌉니다.
잔타라 만타라 옆에는 시티 팰리스가 있습니다.
핑크색 궁전이 참 예쁘죠?
1727년에 완공된 이곳에는 여전히 왕족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왕의 아들이 18세라고 하는데요.
궁전 위에 깃발이 2개 꽂혀 있으면 왕이 부재 중이라는 뜻이고
1개면 현재 왕이 있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왕궁 입구에는 이렇게 공작새가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새 중의 새는 공작새.
인도인들은 참 공작새를 좋아해요.
바람의 궁전 하와 마할입니다.
자이푸르 시내 중심가에 있는 5층짜리 성으로 직접 보면 더 근사합니다.
격자형 창문을 벌집처럼 매달아 바람이 잘 통해 '바람의 궁전'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요.
물의 궁전, 바람의 궁전 등 자이푸르의 궁전은 이름도 참 예쁘죠.
이 성은 세상 밖으로 출입이 제한된 왕궁 여인들이 도시 구경 하라고 시내에 지었습니다.
성에는 작은 창문으로 쓰이는 950여개의 작은 공간이 있는데요.
시내에서 행사가 열리면 여인들이 이곳에서 창문을 내다보며 관람했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짜이를 한 잔 마시고 또 이동합니다.
향신료가 들어간 밀크티인 짜이는 언제 마셔도 맛있네요.
인도에는 어디나 비둘기가 참 많아요.
핑크시티 자이푸르 거리 풍경입니다.
사암으로 지은 건물벽은 엄밀히 말하면 핑크색은 아닙니다만...
핑크시티라고 불리길 원하니 그렇게 봐주도록 하죠.^^
인도 거리에서는 심심찮게 원숭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귀엽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건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원숭이에게 저는 손에 들고 있던 후드점퍼를 뺏길 뻔했습니다.
원숭이와 거의 눈을 마주보고 줄다리기를 했는데
다행히 옷을 뺏기기 전에 원숭이가 도망가더군요. 휴~
원숭이들은 벽을 타고 이집 저집 드나들며 먹을 것을 뺏어간다고 해요.
아무리 골칫거리여도 이곳 사람들에게 동물은 신이니까 함부로 대하면 안되겠죠.
해질 무렵 나하가르 요새에 올랐습니다.
이곳에는 방이 9개가 있는데요.
왕비 9명이 각자의 방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바람둥이 왕이 이곳에 들러 9명의 왕비와 각각 연회를 즐겼다고 하네요.
방 9개는 문이 따로 있어 왕비들은 서로 만날 수 없었다고요.
왕이 잠자고, 먹고 마시며 신나게 논 곳이 훗날 역사의 유적으로 남아
멀리서 관광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전망 참 좋네요.
나하가르 요새에서는 이렇게 자이푸르 전경이 보입니다.
지붕에 오르면 이렇게 뾰족 솟아오른 9개의 방 천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질녘 자이푸르는 참 아름답습니다.
나하가르 요새 성곽 뒤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동네 청년들이 일몰에 맞춰 놀러왔나봐요.
이렇게 모여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태양이 있기에 우리의 흔적도 남습니다.
도시가 해를 집어삼키고 있네요.
에라 모르겠다!
청년들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다음날이 되어 저는 다시 델리로 돌아갑니다.
도로는 소들과 자동차가 공유하고 있을 뿐이고요.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네요.
인도 여행을 하는 도중 수많은 가난한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을 보면 손 내미는 게 습관이 된 아이들.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아이들을 지나치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았죠.
인도는 다양성, 포용성 등 장점이 많은 나라이고
아시아 군사대국이면서 IT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입니다만
다른 어떤 정책보다 먼저 아이들의 빈곤부터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인도 여행기를 마칩니다.
>> 북인도를 가다 (8) 자이푸르 핑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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