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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가보기 전엔 도대체 델리랑 뉴델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어요. 가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델리는 인도의 옛 수도, 뉴델리는 인도의 새 수도입니다. 구도심, 신도심 하는 것과 비슷하죠.
인도의 수도는 델리, 아그라를 거쳐 영국 식민지 시대에 콜카타로 옮긴 뒤 1912년 다시 델리로 천도했는데 이때 델리 북쪽에 행정타운을 건설하면서 이름을 뉴델리라고 지은 겁니다. 그래서 올드델리는 유적지가 많은 경제 중심지, 뉴델리는 행정관청이 집중된 정치 중심지입니다. 당연히 새로 지은 뉴델리에 부촌이 많고 환경도 상대적으로 쾌적합니다. 인구는 올드델리에 뉴델리의 2배가 살지요.
델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NCR(National Capital Territory)이 형성돼 있는데요. NCR의 인구는 거의 5천만명에 육박합니다. 면적은 남한의 절반 정도고요. 그러니까 남한을 반으로 갈라 놓은 땅덩어리에 남한 인구 전체가 몰려 사는 셈입니다. 당연히 인구밀도가 엄청나겠죠.
델리만의 인구는 1800만명 정도로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 다음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면적과 GDP는 델리가 더 크고 많습니다. 어쨌든 뭄바이와 규모를 다툰다고 봐야죠. 뭄바이가 더 발전되고 세련된 도시이기는 하지만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지역은 '델리-아그라-자이푸르'로 세 도시를 묶어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릅니다. 인도에서도 이 지역에 개발이 집중되고 있어 자유여행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덜합니다.
그런데 델리 여행은 안전하냐고요? 이건 정말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각자 알아서 조심해서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급적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다니면 더 낫겠죠. 몇 년 전 버스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서 떠들썩했던 적 있었죠? 그 충격적인 사건 이후 델리에선 모든 버스의 커튼을 제거하고 버스 기사의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인도 정치권도 관광객들에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델리에서 눈길을 끄는 유적지는 거의 인도 역사 전시기에 걸쳐 있습니다. 현재도 종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도에서 힌두교가 80%를 차지할 정도로 다수지만 이슬람 양식 유적도 상당합니다. 가장 최근의 왕국이었던 무굴제국이 이슬람 제국이었기 때문이죠. 당시 힌두교 탄압으로 많은 힌두교 사원들이 파괴돼 폐허로 남아 있는 곳도 많습니다.
이슬람의 파슈툰 양식으로 정교하게 만든 쿠툽미나르, 쿠와트울 이슬람 사원 등이 유명하고, 붉은 요새, 자미 마스지드 등은 무굴 건축을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국회의사당 등 서구식 건축물도 많습니다.
델리는 여러 세기 동안 인도 북부의 무역과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인도 중앙은행과 증권거래소도 델리에 있습니다. 수공예품, 의복, 상아, 놋쇠, 구리제품 등 전통 수공예 특산품이 유명합니다.
지금부터는 사진을 보면서 올드델리와 뉴델리의 관광지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슬람 사원 자마 마스지드입니다.
1656년 무굴제국 시대에 지어진 인도 최대의 모스크 중 하나죠.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선 입구에서 5달러를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5달러짜리 사진이라는ㅠㅠ
영국의 건축가 에드윈 루티언스가 파리의 개선문을 본따 지은 인도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인도 군인 8만 5천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도문 앞에서 아저씨가 비누방울을 불고 있네요.
인도문의 높이는 42m 정도고요.
아치에는 전사한 인도 병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인도 국립박물관입니다.
인도 구석기 시대부터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정도입니다.
구석기 시대 유물인데도 상당히 정교한 조각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 유물이 단순한 돌덩어리들인 것과 비교되더라고요.
황금 잉크로 그린 '바가바드기타'가 이곳에 전시돼 있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부처의 사리도 있어서 신도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전시물 중 하나입니다.
배불둑이 신은 재복의 상징이라지요.
어느 시대에서나 부자들은 배가 나왔나 봅니다.
부처가 마치 슈퍼맨 같은 망토를 두르고 있네요.
힌두교의 성스러운 12 장면을 조각해놓은 상아입니다.
설법하고 기적을 행하고 열반에 이르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굉장히 정교한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아크샤르담(Akshardham)입니다.
2005년 완공된 세계 최대의 힌두교 사원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아크샤르담은 1960년대 힌두교 승려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받는 요기지 마하라지가 거대한 사원을 짓기로 계획한 뒤 40여년만에 완공한 곳인데요. 인부 4만여명을 동원해 대리석을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원 안 천장까지 섬세하게 조각된 힌두교의 여러 신들, 코끼리, 소 등 성스러운 동물들, 힌두교 신화의 스토리에 맞춘 조각들에 눈이 즐겁습니다.
이곳에는 카메라, 휴대폰 등 모든 전자기기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전자보안대를 통과하면 일일이 개별 수색작업을 할 정도로 보안이 까다롭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이 멋진 광경을 아무도 사진 찍을 수 없다는 게 더 놀라운 곳입니다. 고작 셔터 몇 번으로 훔쳐갈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종교 그 자체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힌두교의 정신과도 연결되는 듯합니다.
사원을 둘러싼 평화로운 해자, 동물 모양 분수대에서 물이 졸졸졸 떨어지는 소리, 가까이 저무는 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치유받는 기분이 드는 공간입니다. 조각 중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If we cannot give birth, how can we ever take it?' 우리가 생명을 주지 못하면 어떻게 거둬갈 것인가.
인도 라다크 지역의 티벳 승려들은 모래로 그림을 그리며 수행한다고 하죠. 며칠 밤을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은 채 모래 한 알 한 알을 놓아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고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한순간에 물로 깨끗이 지워버린다고요. 이 공간도 그런 기분입니다. 힌두교 신들의 영원을 기원하기 위해 지었지만 방문객들의 기억 속에만 남고 누구도 사진으로 찍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오래되고 낡은 것만이 위대하다는 선입견을 깨게 해준 곳이었습니다. 새로 지었는데도 그 종교적인 경이감에 압도당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은 어쩌면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콜로세움이나 피라미드를 빛바랜 지금이 아닌 만들어진 당대에 보는 기쁨을 상상해 보세요. 사진으로 전달이 불가능해 아쉽지만 인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장소로 꼽고 싶네요.
연꽃사원이라 불리는 바하이 사원입니다.
1986년 완공돼 델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됐습니다.
대리석으로 27개의 연꽃잎을 표현했습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닮았지만 훨씬 더 예쁩니다.
주말에 갔더니 역시 사람이 많더군요.
가운데 사원을 중심으로 연못 모양의 분수가 9개 놓여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사원 내부로 들어가면 1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예배당이 있습니다.
바하이교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19세기에 바그다드 근처에서 창설됐고 타종교에 개방적인 종교라고 하더군요. 예수, 부처 등 모두 하느님의 화신이라 믿기에 예배당 내에 어떤 상징물도 없습니다. 그저 들어가서 침묵하고 자기가 믿는 신에게 기도하다가 나오는 곳이 바하이 사원입니다. 쿨해서 좋네요.
쿠툽미나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탑입니다.
한국에도 석탑 유물 많지만 인도인의 기술은 정말 놀랍기만 하네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쿠툽미나르 역에서 갈 수 있습니다.
쿠툽미나르는 1193년 쿠툽 딘 아이바크라는 술탄이 짓기 시작해 1368년에야 완공되었습니다. 건설에 무려 200년 가까지 걸린 셈이죠. 쿠툽 딘 아이바크가 죽고 아들과 그 아들의 사위까지 탑을 쌓고 또 쌓는데 국력을 쏟았습니다. 각층 사이에 발코니가 있고, 내부는 나선형의 379계단이 있습니다. 번개와 지진에 훼손됐다가 수리되기를 반복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는 계단을 올라 탑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1981년 계단에서 떨어져서 45명이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계단을 막아서 현재는 밖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탑의 높이는 73m로 5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힌두 양식, 2,3층은 이슬람 양식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벽면에 작은 글씨로 쿠란이 조각되어 있어요.
알라이 미나르(Alai Minar)입니다. 높이는 27m 정도입니다.
원래 쿠툽미나르의 2배 높이로 계획됐지만
술탄 알라웃딘힐지가 죽은 이후 방치돼 현재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꾸툽탑 뒤에는 잔해만 남은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은 원래 힌두교 사원이었다고 하네요.
무굴제국 시대에 아우랑제브 황제가 힌두교를 탄압하면서 부순 흔적입니다.
폐허 속에서 한 컷.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 쿠와툴, 4세기에 세워진 높이 7.2m의 철주 등
쿠툽탑 근처에는 다른 유적지도 많습니다.
쿠툽탑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네요.
올드델리는 인디라 간디 공항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습니다.
기둥마저 섬세하게 조각한 인도 역사의 흔적들.
정교하고 장엄합니다.
배고플 땐 인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탄두리 치킨. 닭의 원산지다운 자태!
닭고기 요리라면 한국도 빠지지 않지만 인도 닭은 정말 맛있네요.
인도음식 하면 커리죠. 색깔도 맛도 다양해요. 어디까지 드셔보셨나요?
>> 북인도를 가다 (3) 올드델리 뉴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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