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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빵집 투어, 이번에는 대전의 자랑 성심당으로 가보겠습니다.
2. 나눔정신 실천하는 '대전 성심당'
1956년 대전역 앞에서 고 임길순 창업주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 것이 성심당의 시초입니다. 1950년 흥남철수 때 남한 거제도에 도착한 임 씨 가족은 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올라가려 했지만 대전역에서 기차가 고장나 멈춰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성심당이 대전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네요.
대전에 도착한 임 씨는 대전역에서 가까운 대흥동성당에 찾아갔고, 오기선 신부는 임 씨 가족의 사연을 듣고는 밀가루 두 포대를 내주었습니다. 바로 이 밀가루가 성심당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임 씨는 피란길에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타고는 “이번에 살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빵집을 연 뒤 ‘나눔정신’을 성심당의 경영 정신으로 삼습니다. 매일 찐빵 300개를 만들어 그 중 100개는 전쟁통에 굶주리는 고아와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나눔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이러한 나눔정신은 대를 이어 계승됩니다. 1981년 가업을 이은 창업주의 아들 임영진 대표 역시 36년째 매일 남은 빵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부를 받는 사회단체만 100여 곳에 이르고, 기부하는 빵은 매달 3000만원 상당에 달합니다.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경들에게도 빵을 나눠줬다고 하죠.
회사의 성장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는 임 대표는 매년 직원 임금을 15% 이상 올리고, 분기마다 영업이익의 15%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생하고 있습니다. 2016년 중소기업청은 임 대표를 '존경받는 중소기업 경영인'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창업 후 승승장구하며 대전의 대표 빵집으로 자리잡은 성심당에도 몇 차례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말 서울의 유명한 뉴욕제과가 성심당 바로 건너편에 대전 지점을 열었을 때가 첫 번째 위기였고, 1988년 파리바게트, 크라운베이커리 등 프랜차이즈 빵집의 등장 이후 1990년대부터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이 두 번째 위기, 2005년 1월 22일 옆 건물의 불이 옮겨붙어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장과 매장이 불타버린 것이 세 번째 위기였습니다.
성심당이 수차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민들의 애정과 가족같은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대형 경쟁사가 들어섰을 땐 대전 주민들이 의리를 지켜 성심당을 더 많이 찾아주었고,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가 됐을 땐 직원들이 밤낮으로 그을린 가재도구를 닦는 등 팔을 걷어부친 고생 끝에 화재 발생 이후 불과 6일 만에 다시 빵을 구워낼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도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에 화답해 빵 사주기에 적극 나서면서 매출이 화재 전보다 30% 늘기도 했습니다.
성심당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대표 메뉴는 튀김소보루와 판타롱 부추빵입니다. 튀김소보루는 임 대표가 공장장과 함께 개발한 빵입니다. 소보루빵, 단팥빵, 도넛 등 1980년대 여러 빵집들의 대표 메뉴를 합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설 정도로 인기입니다. 튀김소보루는 하루 평균 1만5000개가 팔리고, 누적 판매량은 5000만개에 달합니다. '전국민의 빵'이라고 할 만하죠? 대전 부르스 떡, 팥빙수 등도 성심당의 인기 메뉴입니다.
성심당 본점은 대전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에 있습니다. 2011년에는 롯데백화점 대전점, 2012년에는 대전역점을 오픈했고, 2013년엔 디저트 전문 '성심당 케익부띠끄'도 선보였습니다.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 외 지역에는 분점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심당 빵을 그리워하는 타지역 사람들은 서울 가는 길에 일부러 대전역에 내려 빵을 사들고 간다고도 하네요.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식사용 빵을 준비한 곳도 성심당입니다. 임영진 대표는 교황에게 한과와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때 받은 팁 100유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성심당은 국내 제과업 최초로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인 '미슐랭 가이드 그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성심당의 전체 직원 수는 400여명이고, 임 대표의 아들 역시 성심당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대전의 문화인 성심당 본점 건물입니다.
건물 밖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노숙자들이 물 마음껏 쓰라고 수도꼭지도 설치해 놓았다고 하는데 미처 확인은 못했습니다. 2층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매장 안의 모습입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매장 뒤로 빵 만드는 공장이 보입니다.
만들어진 빵은 이렇게 트레이에 담겨 매대로 운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업원이 빵을 채워넣고 있네요. 바닥에 놓인 종이에 성심당이 태어난 해를 뜻하는 1956이라는 글자가 선명합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빵이 미소 짓고 있네요.
성심당의 자랑 튀김소보로를 저도 사봤습니다. 바삭한데 속은 부드러워요.
엄마가 먹던 그 빵을 딸도 즐겨 먹는다죠. 전통의 빵 부추빵입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부추빵은 5시에 나올 예정입니다.
매대에 놓인 다양한 종류의 빵들입니다.
저도 빵 좀 주세요.
한켠에는 이렇게 성심당의 역사를 판넬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유명인사들도 싸인을 해놓고 가셨군요. 전부 다 반가운 이름인 건 아니지만요.
성심당의 명품 대전 부르스 떡입니다. 주로 선물용으로 팔더군요.
낱개로 사면 이렇게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성심당 빵을 운반하는 차량입니다. 대전에는 성심당이 세 곳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쇼핑백입니다. 마음까지 담긴 듯하지 않나요?
대전에 가게 되면 꼭 들러보세요.
참고:
>> 전국 4대 빵집 탐방 (2) 대전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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