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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개봉작 <밀정>에 대한 워치포인트 6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과 팟캐스트 '무비믹스' 채널을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원래 팟캐스트로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유튜브 동영상도 영상보다는 소리 위주로 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줄요약


1920년대 조선인 일본 경찰이 의열단원의 이중첩자가 된다.



<밀정>에 대해 궁금한 6가지 포인트


1. 이정출의 실제 모델은 독립운동가인가?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제 인물들에서 따왔습니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은 실제 일본 경찰의 밀정이었던 황옥 경부,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은 무장독립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시현, 이병헌이 연기한 정채산은 무장독립단체의 거물 김원봉, 한지민이 연기한 연계순은 의열단원 현계옥을 모티프로 한 인물들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정출에게 쫓기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박희순이 연기한 이 인물은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로 1923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해 일제를 깜짝 놀라게 했던 분입니다.


역사 속에서 이정출의 실제 모델, 그러니까 황옥 경부는 김상옥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상하이에 가서 김원봉을 만납니다. 거기서 의열단의 이중첩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의열단은 헝가리에서 제조한 폭탄을 경성으로 이송할 계획을 세우고는 황옥 경부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황옥 경부를 비롯해 의열단원들은 결국 또다른 밀정의 밀고에 의해 체포되고 작전은 무산됩니다.


재판정에서 황옥 경부는 이 모든 것이 일본 경찰로서 의열단 검거를 위한 비밀작전 수행이었다고 주장해 2년만에 석방됩니다. 이후에도 학계에서는 황옥이 과연 독립운동가인지 혹은 일제의 밀정이었는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영화를 보실 때도 이정출이 과연 독립운동가인지 친일파인지 따지면서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밀정> 컨셉아트


2. 스타일보다 뭣이 더 중헌디?


<달콤한 인생>에서 강렬한 명암 대비로 갱스터 느와르를 시도하고,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는 만주벌판에서 한국형 서부극을 개척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에선 싸이코패스 스릴러를 밀어부쳤고요. 이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 바로 김지운입니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해서 <라스트 스탠드>라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이 영화 보신 분 많지 않으시겠지만, 나름 재미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도 김지운 감독이 자기 인장대로 찍은 영화입니다. 그 인장이 무엇이냐? 스타일에 목숨 건다는 것입니다.


일단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멋있습니다. 폼나고 있어보입니다. 있어빌리티라고 요즘 이게 능력처럼 뜨고 있는데 있어보이는 화면 때깔의 선구자가 바로 김지운 감독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밀정> 컨셉아트


김지운 감독은 <밀정>의 장르를 스스로 콜드 느와르라고 불렀습니다.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라는 것이죠. 느와르는 1950년대 프랑스 비평가들이 할리우드 흑백 범죄영화를 보며 이름 붙인 말인데요다. 골목길 그림자가 드리운 장면을 연상하면 되겠습니다.


스타일이 멋진 영화니만큼 눈으로 꼭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스타일에 죽는 영화이기 때문에 오글거리는 대사나 신파, 국뽕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 대신 <달콤한 인생>에서 강사장과 선우, 그러니까 보스와 배신자의 밀당 구도, <놈놈놈>에서 경쾌한 열차 장면 등은 <밀정>에서도 비슷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또, 김지운 감독은 영화마니아 감독답게 <밀정>에 많은 명작 영화들을 오마주해 숨겨 놓았는데요.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에서 총격전과 밝은 음악의 대비,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 오프닝에서 폭탄이 언제 터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편집, 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 마지막 장면에서 숲 속에서 만나 물건을 건네주는 장면 등을 <밀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밀정> 컨셉아트


3. 송강호와 공유, 형이라고 불러도 되쥬?


<밀정>은 천만 영화 단골배우인 송강호가 <사도>(2014) 이후 2년 만에 출연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김지운 감독과는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것인데요. 이병헌 역시 김지운 감독 영화에 네번째로 출연했습니다.


이처럼 김지운 감독 영화에는 단골 배우들이 많고, 또 단골 스태프도 많습니다. 촬영 김지용, 음악 모그, 미술 조화성, 무술 정두홍 등 김지운 사단이라고 할 정도로 꾸준하게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는 스태프들이죠. 하면 할수록 는다고 이 영화에서 지금까지의 김지운 영화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송강호라는 배우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다. 뭐, 바람 불면 추운 게 너무 당연하듯이 송강호는 연기를 못해야만 뉴스가 될 배우죠. 어느 편에 설까 갈등하는 이정출의 모습을 표정으로 보여주는데요. 특히 법정 진술 장면에서 울먹이는 표정이 가히 압권입니다.


송강호가 <설국열차>에 이어 <밀정>에서 경성행 열차에 탔다면, 공유는 <부산행> KTX에 이어 경성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영화 속에서 공유는 송강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형이라고 부를게요.” 그렇습니다. 형이죠. 동생처럼 부드러우면서 작전을 펼칠 땐 의열단 리더로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공유의 연기가 폭발한다고 생각한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한지민이 연기한 연계순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밀정> 컨셉아트


4. <암살>과 어떻게 다른가?


올해 한국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동주> <귀향>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 등인데요. 이중 한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죠. 실패한 한 작품이 뭐냐고요? <협녀: 칼의 기억>의 박흥식 감독, 한효주 주연… 네, 여기까지만.


일제강점기 배경영화 연속 히트의 시발점은 작년 <암살>이었습니다. <밀정>은 제작 단계부터 <암살>과 곧잘 비교됐는데요. <암살>에도 첩자를 뜻하는 밀정이 등장하고, 상하이 독립군이 경성으로 온다는 스토리도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암살>이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밀정>은 향후 흥행성적에서도 <암살>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자, 그럼 <암살>과 <밀정>은 어떻게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영화는 감독의 스타일 만큼 다릅니다. <암살>은 최동훈 감독 작품입니다.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한 사건을 위해 달려가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특색을 훌륭하게 조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영화 <암살>도 개성 강한 독립군들이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밀정>의 김지운 감독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밀도 있게 보여주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도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 간 내적 갈등을 중심에 놓고 이들이 합칠까 배신할까에 더 관심을 쏟습니다.


복잡하다고요? 한 마디로 정리해드릴게요. 두 영화의 제목을 보면 차이점이 보입니다. <암살>은 암살 사건에 관한 영화이고, <밀정>은 밀정이라는 사람에 관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김원봉입니다. <암살>에서 김원봉을 연기한 조승우는 터프가이처럼 멋지게 등장해 작전을 지휘하지만, <밀정>에서 김원봉, 즉 정채산 역을 맡은 이병헌은 거대한 산 같은 느낌으로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가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의 마음을 흔들어놓고는 사라집니다.



<밀정> 컨셉아트


5. <밀정>은 <다크나이트>와 동급?


도대체 <다크나이트>와 <밀정>의 공통점이 뭐냐고요? 딱 하나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워너브라더스의 로고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워너브라더스는 순제작비 110억원 중 1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미국 달러로 862만달러입니다. 나머지 10억원 가량은 인터파크와 다날 등이 댔습니다.


<밀정>은 워너브라더스가 투자 배급한 첫번째 한국영화입니다. 지난 5월 개봉한 <곡성>은 20세기폭스가 전액 투자한 한국영화였죠. 최근 이렇게 할리우드의 한국영화 투자, 배급이 늘고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앞으로 이주영 감독의 <싱글라이더>,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 박훈정 감독의 ‘vip’ 등을 투자 배급할 예정입니다. 기대가 되죠?


자, 그런데 미국 자본이 투자 배급하는 한국영화. 이거 한국영화 맞나요?


통상 영화의 국적은 투자사와 제작사의 국적, 그리고 참여 인력 국적으로 구분합니다. 일례로 한국기업인 CJ가 전액 투자하고 체코 로케이션으로 만든 영화 <설국열차>의 국적은 어디였을까요? 정답은 한국, 미국, 프랑스, 체코였습니다. 4개국 합작영화로 분류된 거죠.


그렇다면 <밀정>은 한국, 미국 합작영화로 봐야 할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왜냐하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돈을 댄 것으로 되어 있거든요.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장은 최재원이라는 한국 사람이죠. 그러니까 <밀정>은 그냥 한국영화가 맞습니다.



<밀정> 컨셉아트


6. 의외의 음악


<밀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음악의 사용입니다. 전혀 의외의 음악이 클라이맥스에 사용돼 독특한 부조화 효과를 일으킵니다.


영화 속에 독립군 학살이 벌어지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루이 암스트롱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재즈곡 'When you're smiling'입니다. 또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장면에서는 아름다운 라벨의 볼레로 선율이 흐릅니다. 또 강렬하게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서는 감미로운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 나오고요.


이처럼 영화의 스토리와 정반대의 음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밀정>의 이런 반어법적인 음악 사용법으로 유명한 영화 두 편이 있는데요. 바로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과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입니다. <좋은 친구들>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에릭 클랩튼의 피아노 버전 ‘Layla’가 흘러나왔던 것 기억하시나요? 화면에 피가 흥건한데 귀로는 부드러운 사랑의 노래가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 장면에서 핵폭탄이 터질 때 베라 린의 경쾌한 목소리로 ‘We’ll meet again’이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 장면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밀정>의 음악 사용 효과도 이 영화들과 비슷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통해 장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것이죠. 즉, 왜 이런 음악을 넣었는지 감독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 겁니다.


<밀정> 컨셉아트


어떤 질문일까요? 답을 찾으려면 일단 질문이 뭔지부터 알아야 하잖아요. 힌트를 드릴게요. 앞서 말씀드린 세 곡의 작곡시기에 이 곡을 쓴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 곡은 모두 1920년대에 발표된 음악들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속 의열단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독립투쟁을 벌일 때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걸 지금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의미가 됩니다. 지금 걸그룹이 열심히 댄스를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그런데 화면에는 기아에 고통받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나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으세요. 그동안 무심했던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겠지요? 바로 이겁니다. 감독의 의도가요. 우리는 선조인 독립군에 대해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 장면에서 동시대의 다른 익숙한 음악들을 통해 더 실제적이고 직접적으로 귀로 느껴보라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음악 선곡의 의미를 알고나니 감독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지금까지 <밀정>에 대한 6개의 감상포인트를 분석해봤습니다.

저는 다음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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