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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개봉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주목할 3가지 이유.
아래 유뷰트 동영상과 팟캐스트 '무비믹스'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한줄요약
1930년대 할리우드와 뉴욕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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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이 꽃피고 스타가 탄생하기 시작한 1930년대, 할리우드를 동경하던 뉴욕 청년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영화사 거물인 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 LA로 온다. 필은 바비에게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소개해주는데 바비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보니는 다른 남자와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지만 적극적이고 다정한 바비를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얼핏 보면 뻔한 삼각관계 스토리다.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디 앨런 감독은 어긋난 사랑을 소재로 이미 많은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14일 개봉한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이전 작품들과 또 다르다. 특유의 신경증을 덜어낸 대신 더 가볍고, 더 위트있고, 더 로맨틱해졌다.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1. 솜사탕 같은 사랑의 조건
<카페 소사이어티>는 솜사탕 같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 할리우드와 뉴욕 상류사회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화려하게 보인다. 그러나 손으로 잡으면 끈적하고 얄팍한 느낌만 남는 솜사탕처럼 화려한 도시의 이면은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 바비와 보니의 사랑 역시 겉으로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몽환적이지만 꿈에서 깨어나 돌아보면 어느새 그들은 금지된 사랑에 빠져 있다. "돈 이야기가 사랑에 대한 배신은 아니"라고 조언한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두 사람은 돈 때문에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도 서로를 탓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바비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그의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적당히 눙치면서 그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지고지순한 순정남이던 바비는 후반부로 갈수록 능청스럽게 불륜에 빠져드는 남자로 변해간다. 감독은 바비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예를 들면, 바비의 누나는 알콜중독자인 옆집 남자가 행패를 부리자 고민하다가 갱스터인 오빠에게 손써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날 옆집 남자가 아예 보이지 않자 또다른 불안에 휩싸인다. 결국 어떻게 해도 인생에서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철학자처럼 등장하는 바비의 매형은 소크라테스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음미하지 못하는 인생은 가치가 없어. 그런데 음미해버린 인생은 또 의미가 없지."
영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인생이란 변화무쌍한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우디 앨런의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달콤하면서 <환상의 그대>처럼 톡 쏘는 날카로움도 담겨 있는 영화다. 영화가 이끄는대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잡을 수 없는 인생에 관한 한 편의 풍자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 81세 감독의 연륜 가득한 입담
<카페 소사이어티>는 우디 앨런의 47번째 장편영화다. 81세에도 앨런의 창작력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작품의 질은 떨어지기는커녕 평균 이상을 유지한다. 여전히 수다스러운 대사에는 한 번 더 곱씹어볼 만큼 연륜이 느껴진다.
앨런은 31세였던 1966년 첫 영화를 완성한 이래 거의 매년 한 편꼴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연출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도 쓰고 연기도 한다. 2003년 <애니씽 엘스>까지는 매번 주연을 맡았다. 가히 찰리 채플린 못지 않은 생산성이다. 물론 옛날 감독들 중엔 200편 넘는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올려둔 감독도 있지만 대부분 스튜디오에 고용돼 한정된 역할만 한 영화들이라 감독의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101편을 만든 81세 임권택 감독도 70편은 자기 영화라고 하기 부끄럽다고 했으니 앨런의 47편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앨런의 다작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 덕분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 그는 뉴욕대에서 중퇴(영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지만 공교롭게도 영화제작 과목에서 낙제하고 상심했다.)한 뒤 생계를 위해 TV 코미디 프로그램 대본을 썼는데 이때부터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들에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이 쓴 대본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해 ‘라이프’지 표지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노력파이기도 해서 아침에 타자기 앞에 앉으면 해가 질 때까지 하루 15시간 동안 잠깐 커피 마시는 시간 빼고 오로지 글만 썼다고 한다. 이때의 습관이 영화감독으로 진로를 변경한 후에도 계속됐다.
3. 아마존과 우디 앨런의 합작품
<카페 소사이어티>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로고로 시작한다. 넷플릭스에 이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배급에 뛰어든 ‘아마존 스튜디오’의 로고다.
아마존은 작년부터 1년에 영화 12편씩을 만들기로 선언한 뒤 앨런과도 손을 잡았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앨런과 아마존의 첫 작품이고, 이번달 30일에는 앨런이 50년만에 만드는 TV시리즈 [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을 아마존 비디오에서 6부작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앨런의 영화는 주로 소니픽처스의 인디레이블을 통해 전세계에 배급돼 왔다. 소니는 편당 대략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앨런 영화의 판권을 구입했고 미국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수입을 올려 투자 비용을 회수해 왔다. <미드나잇 인 파리> <블루 재스민> 등 비용 대비 높은 투자 성과를 올린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큰 돈이 안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마존은 앨런에게 편당 2천만 달러를 제시해 결국 소니 대신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
아마존이 거금을 쓴 것은 단기간에 영화 명가 레이블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2010년 설립 이래 [트랜스페어런트] 등 TV시리즈를 주로 제작해온 아마존 스튜디오는 영화로 영역을 넓힌 이후 앨런을 비롯해 스파이크 리, 위트 스틸먼, 케네스 로너건 등 명성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과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박스오피스를 휘젓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고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된다. 전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 앨런은 칸 영화제가 무려 14번 초청한 거장이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칸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네 번째 앨런 영화다.)
아마존의 장기적인 포석은 할리우드 극장 콘텐츠를 스트리밍 속으로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블록버스터 전략이 아닌 완성도 뛰어난 독립영화를 콘텐츠로 삼는 전략을 택했다. 스트리밍용 콘텐츠는 스팟성 물량공세가 아니라 장기적인 입소문을 통한 꾸준한 수익 창출에 길이 있다는 복안이 담긴 결정이다. 한편으론 오리지널 콘텐츠 분야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공격적 확장을 견제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아마존이 영화산업에 뛰어든 첫 해에 만든 영화인 <카페 소사이어티>는 어쩌면 훗날 영화산업 변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디 앨런의 47번째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를 주목해야 할 3가지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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