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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 남동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243km의 도로를 말합니다. 동쪽으로는 토르퀘이, 서쪽으로는 알란스포드를 연결합니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포트 캠벨까지는 버스로 3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919년에서 1932년 사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호주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도로 자체가 거대한 전쟁 기념관인 셈입니다.


12사도(Twelve Apostle), 벨스 비치(Bells Beach), 작은 동굴(The Grotto), 런던 브릿지(London Arch), 레이저백(The Razorback),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등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곳입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도 자주 선정되는데요. 여행업계의 상술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먼저 12사도입니다. 12사도는 말 그대로 포트 캠벨 주위에 흩어진 12개의 거대한 석회암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작은 봉우리들(Pinnacles)로 불리다가 관광객을 끌어볼 목적으로 '12사도'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바람과 자연환경 변화에 의해 바위가 깎여져 나가 저렇게 덩어리로만 남아 독특한 해안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12개의 바위 중 5개가 무너지고 7개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작은 바위 덩어리가 무너진 흔적입니다.

가장 최근엔 2005년과 2009년에 침몰이 있었다고 해요. 일찍 왔다면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12사도 중 바위 2개를 다른 각도에서 본 풍경입니다.

더 밝고 선명한 바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저 자리에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12사도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절경을 바라보며 사진 찍기에 분주하네요.



런던 브릿지입니다.

1990년 1월 15일 아크 하나가 갑자기 무너진 뒤로는 더 이상 다리가 아니어서 이젠 런던 아크라고도 불리지요.

이때 다리 위에는 켈리 해리슨과 데이비드 대링턴이라는 두 명의 관광객이 있었는데 당시 호주에서는 이들을 헬리콥터로 구출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며 시끌벅적했다고 합니다.



점심식사 때가 됐네요. 호주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시 앤 칩스를 사들고 해변에 앉았어요.

그런데 갈매기들이 어찌나 달려들던지 빼앗기지 않으려고 쟁탈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다시 여정을 떠납니다. 호주는 정말 넓은 대륙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아요.



빽빽한 나무들 뒤로 다시 멀리 해안이 보입니다.



면도날처럼 보이는 레이저백(Razorback)입니다.

나무가 마치 고딕 양식으로 제멋대로 자랄 만큼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에요.

거대한 석회암에 가로로 늘어선 나이테가 보이시나요? 수억년의 나이를 증명하는 바위덩어리입니다.



이 해안의 이름은 Shipwreck Coast라고 불립니다.

길목이 좁고 물살이 세서 1836년부터 1940년까지 수많은 배가 침몰했기 때문입니다.

638척의 배가 여기서 침몰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발견된 배는 그중 240척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그 속에 누가 탔는지도 모른 채 바다 속 깊은 속에서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겠네요.



로크 아드 고지입니다.

'로크 아드'는 1878년에 이곳에서 침몰한 영국 배의 이름입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해안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알지 못해 암초와 충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침몰한 배가 638척이나 되는데 로크 아드가 협곡의 이름을 갖게 된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이 배에 두 명의 생존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바 카미카엘이라는 여성과 토마스 피어스라는 남성이었는데요.

에바는 5시간 동안 돛대를 꽉 붙잡고 있다가 살아남았고, 토마스는 뒤집어진 보트 위에 매달려 있다가 육지로 떠나려왔다고 합니다.

토마스는 에바의 비명 소리를 듣고 그녀를 구해냈다고 하지요.


아담과 이브처럼 살아남은 그들은 그러나 아담과 이브처럼 신대륙에서 살아간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남자는 영국으로 돌아가고 여자만 호주에서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제대로 보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러 갔습니다.



이곳의 헬기는 이렇게 생겼어요. 작은 기종은 4인승, 큰 기종은 8인승입니다. 사진은 8인승 헬기입니다.



헬기에서 바라본 협곡의 모습입니다. 12사도를 제대로 구분하기는 힘들었습니다만 전체 광경을 봐야지요.

호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헬리콥터를 탄 것은 생전 처음이었는데요. 막 흔들리고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무한도전]에서 헬리콥터 몰래카메라를 한 적 있었는데 정준하가 헬기를 타자마자 얼마나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지 생각해보면 다 속임수거나 정준하의 지나친 과장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헬기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입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그림자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의 수평선이 보입니다.



헬기에서 내려와 트레킹 코스를 잠깐 걸었습니다.

2004년에 개통된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일부인데요.

12사도부터 아폴로 베이까지 104km에 달한다고 해요.

저는 엄두가 안 나는데 이 긴 길을 다 걸어보신 분도 있겠죠?



바다를 보기 위해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와서 올려다보니 지그재그 길 모양이 재미있네요.



그리고 바다...

인적도 건물도 꽃도 나무도 없는 이곳은 태초의 바다 같습니다.



폭풍우가 몰려 오려고 하고 있네요.

저는 비바람이 닥치기 전에 서둘러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어요.


여행기는 이제 시드니로 이어집니다.



>> 호주 여행 (1) 오래된 건축물의 도시 멜버른

>> 호주 여행 (2) 그레이트 오션 로드

>> 호주 여행 (3) 헬로 시드니

>> 호주 여행 (4) 블루 마운틴과 캥거루

>> 호주 여행 (5) 시드니와 멜버른의 맛집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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