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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느낌의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전민식의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와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 전자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고 후자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두 소설 모두 회사에서 해고당한 남자가 주인공인데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두 사람은 특이한 직업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동물에 관계된 직업인 그것은 개를 산책시키는 일과 동물원에서 마운틴고릴라가 되는 것. 이 지점에서 두 소설은 상상력을 발휘한다. 전자가 따분해 보이는 개를 산책시키는 일과 역할대행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의문의 인물들을 삽입하면서 이야기에 호기심을 불어넣는다면, 후자는 동물원에서 근무하는(?) 마운틴고릴라들의 뒷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끈끈한 우정 속에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체가 달라서 두 책을 읽는 느낌이 전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점은 같다.


경제위기와 취업난 속 경쟁에서 낙오한 자들을 보듬으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두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회사에서 해고되어 사회계층의 맨 아래로 내려온 자들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전자의 주인공이 산업스파이였던 여자를 사랑해 회사기밀을 빼내다가 잘린 낭만적 해고자라면, 후자의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정리해고된 유부남이다. 이 지점부터 두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히 갈린다. 전자의 주인공이 집도 없이 식당 알바를 전전하다가 여자를 만나고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변해가는 스릴러식 구조 속에서 고군분투한다면, 후자의 주인공은 마늘까기, 인형 눈붙이기 등으로 생계를 삼다가 소개받은 동물원에서 동물이 되면서 인간 세상이 동물원보다 못하더라는 철학을 설파한다. 우리 시대의 철면피 같은 자본주의가 전자에서는 극을 위한 배경이었다면 후자에서는 무서움과 극복의 대상이다.


두 소설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반전을 준비한다. 전자의 주인공은 엄마가 개고기집을 했던 탓에 개들이 따른다는 이유로 동물병원 원장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그리고 라마라는 수억원짜리 개를 산책시키면서 대기업 사원 못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고급 오피스텔을 장만한다. 드디어 자본주의의 울타리에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후자의 주인공은 어느날 나타난 여행사 직원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에 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은 동경의 대상이자 유토피아인 동물들의 세계다.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고 고릴라 우리에는 주인공 홀로 남는다.


두 책은 모두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구조나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주인공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우연히 내려온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면, 후자는 밑바닥으로 내려온 주인공이 시선을 바꿔서 자본주의 전체를 동물원으로 희화화한다는 점이 다르다. 전자는 장르적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그 자체로 일종의 우화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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