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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 권을 우연히 같은 날 읽게 됐어요. 두 권 모두 여성이 저자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책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아주 크게 다른 것은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권은 한국 대표작가 공지영이 쓴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또 다른 책은 예능 방송작가 김신회가 쓴 일종의 자기계발 에세이(?) [서른은 예쁘다]입니다. 공지영은 49세, 김신회는 34세.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주었다고 할까요?

공지영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찾아갔습니다. [의자놀이]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기사화가 됐고 또 이 책을 구입하면 저자와 출판사에 돌아가는 몫이 전액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기부된다는 것이 알려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래서 책을 샀습니다. 그녀는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쌍용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인도계 회사에 매각됐다는 것도 몰랐고 왜 스물 두 명이나 극단적인 방식으로 죽었어야 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책 초반부에 자신의 무지를 부끄럽게 고백한 그녀는 특유의 감성적인 터치로 이들 스물 두 명의 영혼들을 보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쌍용차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몇달전 수원에서 112 신고를 하고도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간 여자의 7분간의 외침, 그리고  전태일의 외침과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를 오버랩시키는데 변하지 않은 현실에 울컥했습니다. 손상차손 같은 전문용어도 공지영의 손으로 풀어쓰니 아주 이해하기 쉬운 단어가 되고 경찰의 무자비한 살인 진압은 [도가니]를 넘는 드라마가 됩니다. 구사대에 배신당하고 경찰에 살인진압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 권력자들은 그들에게 나가달라고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외면하는 세상을 향해 외칩니다. 제발 함께 살자고. 곧 국회에서 쌍용차 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 해결이라는 게 가능하기나 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국회를 바라봅니다.

[서른은 예쁘다]는 아주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나온지 좀 지난 책이고 제목에 '서른'이 들어간 책은 엄청 많고 그래서 그저그런 칙릿이겠거니 했는데 몇 페이지 읽어볼까 하다가 글이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네요. 여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남자인 저도 공감이 되는걸 보면 성별과 상관없이 나이에는 공통적인 공감대가 있는 모양입니다. 자유롭고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 30대. 김신회는 자신의 방송작가로서의 경험과 연애경험을 소재삼아 가볍게 술술 읽히는 발랄한 글솜씨를 뽐내고 있습니다. 직업이 즐겁지 않다면 그 일을 목숨 걸고 하지 말라. 파묻히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스물 다섯이 넘은 여자는 결혼을 하는 여자와 여행을 떠나는 여자로 나뉜다. 딸기케이크에서 딸기가 현실이고 케이크가 미래라면 뭘 먼저 먹어도 결과는 똑같다. 따라서 현실을 즐겨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게 하는 설득력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며 옛날에 이랬는데 하며 푸념하지 말아야겠고,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야" 이런 말로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지 말아야겠죠. 모든 것이 예전처럼 설레일 수 없겠지만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시기가 30대가 아닐까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두 책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요. 하지만 여성은 직접 사회의 커다란 모순과 아픔에 뛰어들어 무자비한 현실을 파헤치고, 또 서른을 넘긴 다른 여성은 자신의 후배 여성들에게 나이 드는 것을 인정하고 즐기라고 조언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자꾸만 짜여진 틀에서 살기를 강요받는 것과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튀면 죽는다는 무관심이 모든 문제점의 출발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른'은 이제 막 사회 모순에 눈을 뜨는 상징적인 나이이기도 할 것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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