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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통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구체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의 놀라운 급등이 시선을 잡아끌었고, 이것이 블록체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특히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난 12월 6일 블룸버그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1%가 원화로 결제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유독 한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출구 없는 헬조선이 만든 한탕주의" "한국인 특유의 동조심리와 집단주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평창 롱패딩 줄서기에서 보듯 대도시에 모여 살며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는 소외되는 것을 싫어하고 이것이 비트코인 광풍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당장 구글에서 'bitcoin'을 검색하면 2억9900만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donald trump'를 검색한 결과인 2억3200만개를 능가하는 수치다.
세상에 없던 것이 대중화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거품이 필요하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신드롬과 함께 몸값을 올렸고,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강남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이면에는 맹목적인 투기 수요가 있었고,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 골목길이 뜨는 것은 그쪽으로 사람과 돈이 쏠리기 때문이다. 또 스타벅스가 유독 한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에는 순식간에 일어난 커피 붐이 한몫했다.
거품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대한 버블이 지나간 이후엔 늘 세상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한 번 쏘아올려진 버블이라는 엔트로피는 절대 역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버블이 꺼질 때쯤 엔트로피는 탈출구를 찾는데 그 탈출구의 바깥에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은 중상주의 시대를 끝내고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고, 18세기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은 프랑스대혁명을 촉발했으며, 19세기 말 미국의 골드러시는 미국 서부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자산 거품은 무기력한 '잃어버린 10년' 세대 출현의 원인이 됐고, 20세기말 닷컴 버블은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연결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버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비트코인이 상징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에 버금가는 혹은 인터넷을 능가하는 세상을 바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야후 전 부회장 살림 이스마엘은 "블록체인은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파괴적"이라고 말했고, 오버스톡 CEO 패트릭 M 번은 "향후 10년 동안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했던 것만큼 심각하게 수십 개의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과거 30년이 인터넷 시대였다면 향후 30년은 블록체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유용성, 확장성, 보안성이 검증된 만큼 앞으로 모든 데이터와 자산이 안전하게 거래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첫 번째 시제품"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대중화의 출발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새로운 개념의 '화폐'인 것은 화폐(돈)야말로 우리에게 피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은 인체의 혈액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고 순환되어야 인간이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은 돈이 공급되고 유통되어야 돌아간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통해 일단 세상에 혈액을 공급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돈(자본)의 공급과 유통 중 적어도 한 가지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혁신적이라고 일컬어진 기술은 대부분 자본의 유통만 바꿨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터넷마저도 그랬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바꾸려 한다. 지금까지 돈을 생산하는 주체는 국가가 보증하는 중앙은행 혹은 (미국의 경우) 국가의 입김하에 놓인 연방준비은행인데 블록체인은 이런 제도를 대체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사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탄생한 것은 300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짧다. 우리가 화폐라 부르는 종이지폐나 동전 역시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국가가 인증해준 가상화폐일 뿐이다. 언제 대체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는 간단한 이메일 전송만으로도 세상이 떠들썩했다. 지금 인터넷이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해 인터넷 없이는 더 이상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을 보면 그때 호들갑이 머쓱해질 정도다. 블록체인 초기 단계인 지금, 비트코인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다.
시리즈 몰아보기: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1) 블록체인 누구냐 넌?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2) 막강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3) 왜 암호화폐로 시작했나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4)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6)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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