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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마스터 봉준호 감독은 어릴 적 공상을 좋아하던 소년이었습니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그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이런저런 상상하며 놀기를 즐겼습니다. 디자이너였던 아버지 서재에서 외국 서적을 보며 그림을 그렸고, 중고 비디오점에서 희귀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습니다.


막연히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쓸데없이 공부를 잘해) 연세대 사회학과에 진학한 뒤 고민하다가 이장호, 배창호 감독을 보면서 굳이 영화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군복무 이후 연세대에 '노란문'이라는 영화동아리를 조직해 1993년 6미리 필름으로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만듭니다.



이후 곧바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11기로 입학한 그는 1994년 16미리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을 만드는데 특히 <지리멸렬>은 한국단편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품입니다. 그해 밴쿠버 국제영화제와 이듬해 홍콩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립니다.


그는 영화아카데미 친구들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는데 <2001 이매진> <모자>에선 촬영을, <하늘 소리 땅 소리> <포도 씨앗의 사랑>에선 조명을 맡으며 영화 제작과정 전반에 대한 감각을 익혔습니다.



졸업 후 그는 충무로에서 경력을 쌓아갑니다. 1996년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 연출부를 거쳐 1997년 <모텔 선인장> 조연출로 현장을 경험했고, 1999년엔 <유령>의 각본을 썼습니다.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의 눈에 띈 그는 2000년 <플란더스의 개>로 31세의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감독 데뷔를 합니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흥행 실패로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비록 흥행엔 실패했어도 재능만큼은 의심하지 않은 차 대표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결국 봉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비평은 물론 525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안착합니다.



2006년 세번째 장편영화 <괴물>로 '천만영화' 감독 대열에 올라선 그는 2008년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감독과 함께 도쿄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 <도쿄!>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프로젝트의 감을 익힙니다. 2009년엔 네번째 장편영화 <마더>로 한국영화 첫 미국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2011년엔 미국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다국적 프로젝트 <설국열차>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라섰고 2017년엔 한국영화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미합작영화 <옥자>를 내놓았습니다.


앞날이 캄캄하던 신인감독이 데뷔 17년이 지난 지금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거장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가 남긴 여러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봉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온 방법을 7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봤습니다.




1. 우연히 떠오른 이미지를 꼭 붙잡는다


"1988년 겨울 오대산에 갔어요. 입구에 고속버스 한 대가 주차돼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내리지 않고 계속 춤을 추는 거예요. 너무 필을 받으신 거지. 운전기사는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고. 정치된 차가 흔들흔들 할 정도로 격렬하게 춤을 추는데 어린 마음에 충격받았어요. 되게 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자연이 펼쳐져 있는데 왜 내리지 않고 춤을 추고 있을까?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이 됐어요. 한국의 여인들, 어머니들을 찍는다면 꼭 이 장면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발병하기까지 20년이 걸린 것이지요."

- 마들연구소 강연 (2011.9.21)


봉준호 영화에는 강렬한 이미지가 꼭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에는 터널 앞에 서서 화면을 노려보는 송강호, <괴물>에는 한강다리에서 떨어지는 괴물, <설국열차>에는 계속해서 앞 칸으로 전진하는 크리스 에반스, <옥자>에는 거대한 슈퍼돼지가 도시를 질주하는 이미지 등입니다.



<마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노을 지는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김혜자의 실루엣입니다. 봉 감독은 이 장면을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20년 후 영화 찍을 때 꺼내 썼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괴물>은 고등학생 시절 집에서 창밖으로 잠실대교를 내다보다가 교각에 뭔가가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것을 본 기억으로부터 발화한 영화입니다. 또, <옥자>는 이수교차로에서 신호대기하던 중 고가도로 아래 그늘진 부분를 쳐다보다가 그곳에 시무룩하고 불쌍한 표정의 동물의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던 것을 붙잡고 있다가 발전시킨 영화입니다.


봉 감독은 일상에서 우연히 떠올린 이미지가 너무 좋으면 그것을 꼭 영화로 만들고 말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봉 감독의 영화는 기발한 상상력에 집요한 실행력이 가미된 결과물입니다.




2. 일상에서 찾은 재미…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조감독 때 힘들게 살았어요. 돈 없이 지내보면 알겠지만, 음료수를 살 때도 용량 120ml이 맞는지 누가 알아, 누가 재봤어?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휴지도 100m라고 쓰여 있는데 진짜 100m 맞아? 운동장 트랙 위에 펴볼까? 이런 상상도 했거든요. 그러다보면 내가 봐도 너무 쪼잔하다, 내가 어쩌다 이런 인간이 됐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웃기니까 그런 걸 공책에 적게 되죠. 그러다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요."

- 무비스트 (2008.5.27)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는 이성재가 거리가 100미터임을 증명하겠다며 두루마리 휴지를 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이처럼 일상에서 느꼈던 사소한 감정을 잊지 않고 있다가 에피소드로 만든 것입니다.


봉준호 영화에는 항상 깨알같은 유머가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일수록 이런 유머는 효과가 배가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자장면을 먹으며 ‘수사반장’을 흉내내고, <괴물>에서 변희봉은 오징어 다리 갯수를 놓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또, <옥자>에서 안서현이 뜬금없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외치거나 변희봉이 공항에서 산삼을 건네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장면들은 모두 봉 감독이 직접 겪은 사소한 경험에서 우러난 것입니다.




3. 말도 안 되게 이질적인 것들을 합친다


“저는 서로 섞일 수 없는 아주 이질적인 것들을 한 화면에 섞어놓는 것을 좋아해요.”

- 베를린 마스터클래스 (2015.2.12)


“저는 김혜자 선생님이 싸이코, 미친 여자 같았어요. 광고에서 '그래 이 맛이야' 할 때마다 '국민 엄마지만 저 분은 광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그 분을 위해 쓴 시나리오가 '엄마가 미친년이다'라는 스토리죠. 숭고한 엄마와 야수 같은 엄마, 숭고한 사랑인데 선을 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광기가 되는 거예요."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2014.9.30)



봉준호 영화에는 항상 이질적인 것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도시 형사와 시골 형사, <괴물>에서 한강에 뜬금없이 괴물이 나타난다는 아이디어, <마더>에서 범죄와 광기에 휘말린 국민 엄마, <설국열차>에서 빈민들의 꼬리칸과 호화로운 객실, <옥자>에서 산골 소녀와 뉴욕 글로벌 기업 등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피사체가 한 화면에 잡힐 때 영화의 긴장감은 배가됩니다.


워낙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좋아하다보니 봉 감독은 다국적 프로젝트도 즐길 수 있게 됐나 봅니다. 언어 소통 등 여러 문제가 있을 텐데도 그는 낙관적이네요. 다국적 영화인들이 참여한 프로젝트에서도 봉준호만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 촬영 땐 일본말을 할 줄 몰랐지만 촬영 이튿날부터 신기하게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어요."

- 베를린 마스터클래스 (2015.2.12)




4. 기존의 장르 법칙과 다른 형식을 찾는다


"보통 괴물은 잡아먹거나 해치는데 이 영화는 희생자를 납치해 운반하잖아요. 그게 이 영화의 플롯을 다른 괴수 영화와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죠. 괴물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유괴 영화예요. 유괴범이 괴물인 거죠. 그런 플롯의 아이디어를 동물 다큐를 보다가 얻었어요. 펠리컨이 물고기를 운반해요. 그걸 괴물에 적용한 거죠.”

- 한국영화아카데미 특강 (2013.8.19)


“처음엔 주변에서 <살인의 추억>을 만류했어요. 범인을 못 잡는 스릴러를 누가 보겠냐는 거였죠. 그런데 저는 반대였어요. 범인을 못 잡는다는 것이 오히려 스토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범인을 왜 못 잡았을까, 그것에 대한 제시를 내가 해야만 이 영화를 찍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하니 공포감은커녕 흥분이 되더라고요."

- EBS 시네마천국 (2006.4.28)



봉준호 영화는 장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는 풍자 코미디, <살인의 추억>과 <마더>는 스릴러, <괴물>은 괴수, <설국열차>는 디스토피아 SF, <옥자>는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를 뼈대로 합니다.


하지만 봉 감독은 영화를 하나의 장르 안에 가두지 않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하나의 장르로만 설명할 수 있는 영화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모두 크고 작은 변형의 결과물입니다. 이를테면 <괴물>은 괴수영화에 유괴 범죄극을, <마더>는 범죄 스릴러에 가족 드라마를, <설국열차>는 SF에 정치극을, <옥자>는 어드벤처에 사회드라마를 결합한 식이죠. 그는 장르의 법칙을 활용하되 여기에 다른 장르의 요소를 함께 녹여 색다른 재미를 찾아냅니다.




5. 판타지일수록 다큐처럼 리얼하게 찍는다


"<괴물>에서 집단 장례식을 한다는 건 공포스러운 일인데 거기서 누군가 '2487 차 빼'라고 막 소리지르죠. 사실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일이잖아요. 웃기면서도 되게 슬프고 공포스러운 순간... 지극히 사실적인, 한국적인 리얼리티의 소산이죠."

-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2006.10.18)



봉준호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영화가 비현실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장면은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이 영화 속 설정을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봉 감독은 <괴물>에 대해 “가장 다큐처럼 찍고 싶었던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괴물이 한강에 처음 출현하는 장면을 예를 들어보면 이런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한강변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데 카메라는 이 모습을 한강 다리를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잡습니다. 버스 안 라디오 방송에서는 '57분 교통정보'가 흘러나오는 중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설정은 영화 속 장면을 실제인 것처럼 믿게 만들어 관객의 몰입을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6. 있는 척하지 않고 인위적인 상징은 배제한다


“난 지적인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머릿속에 뭔가 자꾸 맴도는 건 좋아요. 그러나 뭔가 있는 척 설교하는 영화는 나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랑비에 젖는 듯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철학적 설교가 아니라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을 때 한 번 더 생각나는 여운이 있는 작품을 지향하죠."

- TV데일리 (2013.7.25)


"내 영화에서 폭력은 매우 갑작스럽게 터져요. 관객이 그에 대해 준비할 시간이 없죠. 우리의 실제 삶에서도 그렇지 않나요? 내 영화의 폭력은 불안정하고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살인의 추억> 속 폭력 장면은 이상하고 웃기죠."

- 베를린 마스터클래스 (2015.2.12)


“옥자가 메타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런 상징도 없죠. 나는 단순히 관객이 이런 동물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랐어요.”

- 뉴욕 매거진 (2017.6.26)


봉준호 영화를 지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애초에 그것은 의도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의 영화는 매우 단순한 플롯 안에 복잡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는 캐릭터나 플롯에 직접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도록 놓아두는 쪽을 택합니다.



예컨대 <옥자>의 슈퍼돼지 옥자 캐릭터, <살인의 추억>의 플롯 등이 그렇습니다. 감독은 그 자체로 스트레이트하게 처리한 것인데 관객 입장에서는 숨은 의도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설국열차>는 아예 우직하게 앞만 보고 달린 영화인데도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죠. 감독이 억지스럽게 상징을 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떡밥’이 되는 이런 방식은 봉 감독의 특기입니다. 특히 한국 관객의 수준은 대단해서 감독이 의도하지 못한 부분까지 해석해 줍니다. 그 결과 봉 감독은 본인의 의도(?)와 달리 지적인 감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장 경계합니다. 이 단어는 관객이 영화를 해석할수록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이 별명을 의식하다보면 자신이 어느 순간 ‘떡밥’을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될까봐서라고 합니다. ‘봉테일’의 대부분은 똑똑한 관객에게 생각지도 못한 것을 해석당한 것이기에 그것을 의식하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걱정한 것이죠. 한 마디로 “치졸해지기 싫다”는 겁니다. 있는 척하지 않고, 인위적인 것을 배제할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그는 믿습니다.




7. 영화만 생각하는 변태 영화주의자


“봉 감독은 배우가 탈진하고 쓰러져도 ‘턱이 조금 더 떨렸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요.”

- <괴물>의 배두나


“봉 감독은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다 뒤집을 만한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만들면서 작업합니다.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사람이자 배우를 설레게 하는 감독입니다.”

- <흔들리는 도쿄>의 카가와 테루유키



"1990년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쪽에서 떠날 수는 없고, 영화에 몸 담으면서 생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비디오 가게 창업을 알아본 적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모 비디오 체인에 창업을 문의했죠. 아마 박찬욱 감독이 비디오 대여점을 잠시 운영했다는 말에 힘을 얻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익힌) 쿠엔틴 타란티노가 될 뻔한거죠. 그런데 제가 장사수완도 없고 해서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박찬욱 감독도 그래서 접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웃음)."

- 조이뉴스24 (2006.7.15)



"평생 15편을 찍는 게 목표입니다. 스릴러, 괴수물, SF까지 해봤고,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어요. 단, 뮤지컬은 제외하고요. 저는 못 견디겠더라고요. 얼굴이 화끈거려요. 멀쩡히 대사를 하다가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을 못 참겠어요."

- 그라치아 (2013.12.23)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의 이미지는 영화감독에 딱입니다. 반대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도 봉 감독의 파마 머리가 먼저 떠오릅니다.



봉 감독은 어릴 적부터 영화만 생각해온 ‘영화주의자’입니다. 그는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가 많지 않았지만 그 결핍을 상상력으로 채워왔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그때마다 이야기를 썼습니다. 상상력이 차곡차곡 쌓여 창작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영화와의 거리를 좁혀왔습니다.


그는 어릴 적 자신이 ‘변태’였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옷장 속에 채찍을 숨겨놓고 다니는 진짜 변태는 아니고요. 머릿속으로 변태처럼 이런 저런 상상을 한다고 합니다. 그가 정의하는 변태란,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바퀴벌레를 유리병 속에 가둬두고 한참을 관찰한다거나, 싫어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어떻게 완전범죄를 꾸며 죽일까를 구상하는 식이죠. 영어에서 ‘플롯(plot)’은 ‘음모’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결국 범죄음모와 이야기 구성은 모두 촘촘해야만 성공한다는 측면에서 닮았습니다. 그의 '변태력'이 그가 영화를 만드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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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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