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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해 밤 늦게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이었습니다. 경암동 철길마을, 근대 문화유적지 등을 돌아보았는데요.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군산은 전라북도 서해안 쪽에 위치한 인구 28만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군산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경암동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가는 거리인데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걷는 게 낫겠더군요.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경포천이 말라버려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배가 땅 위에 주차된 것처럼 보이네요.



경암동 구암 3.1로 대로변에 자리잡은 건물들은 대부분 저렇게 비어 있었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가 떠올랐습니다.



유일하게 점집만 성업 중인 듯했는데요. 계속해서 깃발을 꽂은 점집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철길이 어디 있지? 지도 상에는 분명히 여기라고 나오는데? 맞은 편에는 이마트가 있고 여긴 문 닫은 점집 뿐인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서 골목으로 살짝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철길마을 관광지가 나오더라고요.



여기가 철길마을 입구입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4년 철길이 완성되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마을이거든요. 총 연장 2.5km의 철도 중 진포 사거리에서 연안 사거리로 이어지는 400m 구간에 사람들이 몰려 살았습니다. 철길로는 페이퍼코리아(옛 세풍그룹) 공장과 군산역을 오가는 화물 열차가 주로 신문 용지를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부터입니다. 198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들은 노란색, 푸른색 등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철길 오른쪽엔 2층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왼쪽은 주로 화장실이나 창고용 건물이 있는 구조입니다.



2008년까지도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가 하루 두 번씩 운행됐다고 합니다. 당시 건물과 건물 사이를 기차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풍경이 이색적이어서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 장소였다고 하죠. (이제 이런 모습을 찍으려면 인도로 가야 합니다.) 이후 철로는 폐쇄됐고 먹거리촌으로 바뀌었다가 무허가 음식점들을 정리하고 지금은 추억의 거리를 표방한 관광지로 재탄생했습니다. 옛날 교복 대여점,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을 해주는 곳, 추억의 불량식품 점포 등이 늘어서 있어 데이트 코스, 가족 단위 관광지로 인기 있는 곳입니다.



기차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과거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 볼까요?



지금은 폐허지만 한때는 노란 해바라기밭 사이를 기차가 달리던 시절이 있었겠죠?



경암동 철길마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하나, 옛날 교복을 빌려 입는다. 둘, 철길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논다.



이렇게 교복을 빌려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주번이나 학생회장 완장 같은 것도 재미있는 아이템으로 놀이 문화가 되었습니다.



1960~70년대 교복인가요? 옛날 영화에서 보던 스타일이네요.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 세대를 이해해보는 시간이겠죠? 3대가 교복을 깔맞춤 하고 사진을 찍고 계시네요. 저는 모르는 분들인데 혹시 문제가 되면 알려주세요.



아폴로, 쫀드기 등 옛날 불량식품을 팔고 있는 가게도 있습니다.



연탄불에 쫀드기라... 저는 쫀드기를 즐긴 세대가 아니라서 사실 공감은 안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제가 어릴 적 좋아했던 밀크카라멜도 있는데요. 그런데 이건 새로 만든 포장이라 옛날 그 느낌은 아닌 것 같아 아쉽네요.



추억의 뽑기도 있으니 한 번 뽑아보세요.



불량식품 가게에 고양이가 눈을 감고 명상 중이네요.



딱지치기 하는 아이들이 어딘가에 놀고 있을 듯한 동네입니다.



철길마을의 정취를 표현한 벽화도 곳곳에서 볼 수 있고요.



지금 철길마을에는 50여채 정도의 집이 남아 있는데 멀리서 보면 높고 멋없는 아파트 아래 눌려 있는 구조입니다. 부디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철거되지 않고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결혼해서 또 오시길요.



여기에도 해바라기가 피어 있네요. '해바라기 꽃길위에 서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해 명산 사거리에 내렸습니다. 명산 사거리에서 미원 사거리로 가는 월명로를 걸었는데요. 그 길에 이렇게 해바라기 벽화가 있습니다.



미원 사거리로 온 이유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군산 하면 짬뽕이죠. 군산에는 3대 중국집이 있다고 합니다. 복성루, 수송반점, 그리고 지린성이죠. 12시 30분쯤이었는데 복성루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지린성으로 향했습니다.



여긴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뙤약 볕에 긴 줄을 서야하나 막막해서 일단 염탐을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테이블이 몇 개 없네요. 10여명이 앉을 만한 긴 좌식 테이블 하나와 4인용 테이블 3개가 전부입니다. 손님 회전이 느려서 기다리는 시간도 더 오래 걸리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골목까지 이어진 줄 맨 끝에 섰는데 종업원이 오시더니 미리 주문을 받아가시더라고요. 매장 식사 대신 포장하면 더 빠르다고 해서 포장을 택했습니다. 건물 2층에 있는 향다방은 커피보다 중국집 포장 식사 손님을 받아주고 자릿세를 받아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향다방은 신용카드도 안 받는 알짜 현금 장사인데요. 잔칫날엔 옆집 강아지도 포식한다는 옛말처럼, 지린성보다는 향다방의 영업 전략에 눈길이 더 가네요. 이런 것도 상생이라면 상생이겠죠?



지린성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돼 더 유명해졌습니다. 고추짜장과 고추짬뽕이 인기 메뉴인데 엄청 맵습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저는 자연스럽게 패스하고 짬뽕을 먹기로 했습니다.



줄 서서 기다렸으면 1시간 30분은 족히 서 있었을 테지만 포장을 택하니 30분 만에 향다방에 올라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짬뽕은 해산물이 푸짐하고 국물 맛이 참 부드럽네요. 굳이 이 맛 때문에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산에 왔으면 먹지 않고 가기엔 아쉬운 맛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내가 주문한 고추짜장밥입니다. 저도 호기롭게 거들어 보았으나 역시 너무 매워서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역시 여행은 맛집에서 식사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차도 한 잔 마신 뒤 다시 명산 사거리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오후 일정은 근대 문화유산이 즐비한 이 구역을 탐방하는 것입니다. 자, 다시 기운을 내볼까요?


>> 군산 여행 (2) 1930년 시간여행, 일본식 가옥, 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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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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