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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자를 점쳐보려 한다.


그전에 먼저 흑인 배제 논란과 관련해 한 마디 하고 시작하자. 올해 흑인 영화인들이 단 한 부문에도 후보에 오르지 않아 많은 흑인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윌 스미스, 스파이크 리 등은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흑인 영화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영화는 두 편이다. <크리드>와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하지만 <크리드>의 완성도는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어울리지 않는다. <록키>의 스핀오프인 <크리드>를 작품상 후보에 올리려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도 올려야 한다. 그만큼 두 편 모두 ‘팬심’이 모티프인 영화이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그저 그렇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논란이 될 만한 수작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여덟 편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이 영화보다는 <캐롤>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더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만약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흑인영화가 대접받았다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봤자 들러리인 건 마찬가지다.


아카데미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매년 이 행사를 지켜보는 전세계 영화팬들은 대부분 안다. <노예 12년>에 작품상을 준 2014년이 독특하게 보일 정도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위주 행사다. (2012년 'LA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카데미 회원 5100여명 중 백인이 94%, 남성이 77%, 60세 이상이 54%를 차지한다.) 아카데미 위원회가 백인 위주인 이유는 할리우드 자체가 백인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작년에 개봉한 흑인영화 중 눈여겨볼 작품이 두 편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흑인 영화인들의 활약이 생각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할리우드에 흑인 진출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영화학교에 흑인이 많이 입학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는 흑인들을 위해 1년에 5천만원씩 하는 등록금을 내리거나 혹은 흑인 소득을 올려야 한다.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 올해 문제가 됐다고 기껏해야 내년에 흑인영화 한두 편 후보에 오르는 정도로 넘어가면 또 거기서 멈추고 말 것이다. 한국에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구조적인 해결 없이 예술영화관 한두 곳 늘리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않은가?


이쯤에서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인 오스카 트로피 주인공 맞히기 게임으로 돌아가보자. 예측을 위해 필자는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들을 대부분 챙겨 봤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아카데미 시상식 중 올해가 가장 예측하기 힘들었다. 다른 영화를 압도하는 한 편을 고를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엇비슷하다. 또 개인적인 취향과 아카데미 위원회가 선호해온 영화들 사이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필자가 고른 수상 예상작들을 부문별로 하나씩 살펴보자.




작품상 예상 - <빅쇼트>


후보에 오른 여덟 편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스파이 브릿지>와 <룸>이다. <스파이 브릿지>는 스필버그의 21세기 최고작이고 <룸>은 너무 슬픈 드라마다. <매드맥스> 역시 다시 나오기 힘든 SF 수작이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와 비평가협회 수상 결과를 종합해보면 <레버넌트>, <스포트라이트>, <빅쇼트> 3파전으로 보인다. 셋 중 <레버넌트>는 가장 먼저 제외했다. 같은 감독에게 2년 연속 오스카 작품상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또 이 영화는 각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각본상 후보에 못 오른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전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고발하는 블랙코미디 <빅쇼트>는 최근 버니 샌더스가 급부상하는 미국 대선 분위기와 어울린다. 지나치게 정공법인 <스포트라이트>보다는 <빅쇼트>를 제작한 플랜B의 대표 브래드 피트가 트로피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감독상 예상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감독상도 가져간 적이 많았지만 올해는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큰데 그 이유는 조지 밀러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70세의 노장이 가장 젊고 파워풀한 영화로 돌아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작년의 수상자인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경쟁을 펼치겠지만 마땅히 조지 밀러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우주연상 예상 - <레버넌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언제부턴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디카프리오냐 아니냐가 최대 관심사다. 디카프리오는 매년 후보에 오르고 있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올해 그의 경쟁자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과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파스벤더다. 레드메인의 나체 연기는 스크린에서 그림처럼 빛났다. 하지만 그는 작년의 수상자다. 파스벤더는 잡스와 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잡스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카데미 위원들은 열연을 좋아한다.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는 곰과 싸우고, 무덤에서 일어서고, 물고기 잡아먹고, 눈밭을 구르며 개고생했다. 마치 아카데미 위원들에게 이래도 안 줄거냐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가 <레버넌트>에서 그의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마침내 디카프리오가 보상받을 때다.



여우주연상 예상 - <룸> 브리 라슨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45년 후>의 샬롯 램플링,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지만 <룸>의 브리 라슨이 단연 유력하다. 케이트 블란쳇은 같은 영화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루니 마라 때문에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고, 제니퍼 로렌스는 3년 전에 여우주연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데 또 받을만큼 압도적인지는 의문이다. 샬롯 램플링은 70세에도 나이를 잊은 세련된 외모로 고풍스런 연기를 펼쳤지만 작품이 그저 그렇다. <룸>은 7년간 납치, 감금된 뒤 아들까지 낳고 살아가는 여자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엄마 역할의 브리 라슨은 실제로 감금 생활을 해가며 한 번 보면 절대 잊기 힘든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남우조연상 예상 - <스파이 브릿지> 마크 라일런스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의 노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있었고, <레버넌트>의 톰 하디는 소름끼칠 정도로 훌륭했으며, <빅쇼트>의 크리스찬 베일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강렬했다. 하지만,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그의 단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픈 표정은 그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기였다.



여우조연상 예상 - <캐롤> 루니 마라


<캐롤>의 두 주인공 중 루니 마라는 주연상이 아닌 조연상 후보로 올랐는데 출연 비중이 주연보다 더 많아서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신 하향지원 효과라고 할까? 여우조연상은 따논 당상처럼 보인다. 유력한 경쟁자는 <스티브 잡스>의 케이트 윈슬렛인데 아마도 루니 마라가 무난하게 트로피를 가져갈 것이다.



각본상 예상 - <스파이 브릿지> 코엔형제, 매트 차먼


<스파이 브릿지>와 <스포트라이트> 2파전이다. 아론 소킨의 <스티브 잡스>가 후보에 없는 건 이상하다.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별다른 고민없이 수상작으로 점찍었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도 좋은 각본이지만 애니메이션으로서 후보에 오른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의 각본은 일관적이고 자연스럽지만 임팩트가 약하다. <스파이 브릿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각색상 예상 - <빅쇼트> 아담 맥케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캐롤>, 엠마 도노휴의 소설을 각색한 <룸>,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을 각색한 <빅쇼트>의 3파전이다. <캐롤>의 의미심장한 대사들도 훌륭하고, <룸>의 어린 아이 시점에서 쓴 나레이션도 감동적이지만, 대담하고 야심만만한 <빅쇼트> 각색에 한 표 던지고 싶다.



촬영상 예상 - <레버넌트> 엠마누엘 루베즈키


만약 루베즈키가 상을 받는다면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 수상이다. 과연 가능할까? 고심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헤이트풀8>의 로버트 리차드슨은 70mm 필름을 썼음에도 새롭다고 할 수 없고, <캐롤>의 에드워드 라흐만은 슈퍼 16mm 필름의 감성적인 효과를 제대로 살렸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다. 오로지 자연광으로 광활한 자연을 담아낸 <레버넌트>의 화면은 압도적이다. 매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 남자, 루베즈키를 당해낼 사람은 당분간 없는 것 같다.



음악상 예상 - <헤이트풀8> 엔니오 모리꼬네


<캐롤>의 카터 버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존 윌리암스와 경쟁하겠지만 별다른 이견 없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헤이트풀8>은 그의 음악이 아니었으면 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없었을 것이다. 옛 서부극을 연상시키게 하면서도 무척 세련된 음악은 거장다운 완벽한 솜씨였다.


그외 부문은 예상 수상작 제목만 적는다.


미술상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의상상 - <대니쉬 걸>

편집상 - <빅쇼트>

음향상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음향편집상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시각효과상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분장상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주제가상 - <007 스펙터>

장편 애니메이션상 - <인사이드 아웃>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예측이다. 애프터 서비스는 시상식이 열리는 2월 28일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 후기와 함께 올릴테니 채점표를 기다려주시길.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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