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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호블릿 감독, 니콜라스 카잔 각본의 <다크 엔젤>(원제 Fallen)은 두 번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만큼 복선이 탄탄합니다.


존 홉스(덴젤 워싱턴)가 동전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다는 것, 나레이션의 주체가 홉스가 아닌 에자이젤(Azazel)이라는 것, 숙주가 죽으면 악령이 하늘을 떠돈다는 것 등 영화의 주요 장치들은 초반에 제시됩니다. 무심코 지나가버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또 죽은 로버트 밀라노의 별장에서 밀라노의 자살 장면이 찍힌 사진은 홉스가 나중에 할 일을 암시합니다.


이처럼 <다크 엔젤>의 각본은 영리합니다. 수학공식처럼 딱딱 들어맞습니다. 니콜라스 카잔의 솜씨입니다. 그는 폴 슈레이더 감독의 <파티>, 바벳 슈로더 감독의 <행운의 반전>, 대니 드 비토 감독의 <마틸다>의 각본을 썼고,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바이센테니얼 맨>을 각색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2002년작 <이너프> 이후엔 작품이 없어 아쉽습니다. 지금은 65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다시 글을 쓰기는 힘들겠지요.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 역시 <프라이멀 피어>, <다크 엔젤>, <프리퀀시>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한 3편의 걸작 반전 스릴러를 남긴 뒤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6년 그의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부터 2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저 3편의 영화는 90년대 중요한 작품들로 남을 것입니다.



1998년작인 <다크 엔젤>에는 기존 미스터리 스릴러와 구분되는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흑인 남성 경찰이 사건의 중심입니다. 기존 백인 경찰과 흑인 범죄자,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 <다크 엔젤>에는 흑인 경찰이 백인 살인자를 취조하고,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과 애정을 쌓아나갑니다. 이는 1997년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가 보여주었던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관계를 스릴러로 확장한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구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신선합니다.


둘째, 악마에게도 약점이 있어서 주인공은 논리적으로 악마에 대항합니다. <엑소시스트> 이래 악마를 그린 영화에서 악마를 무찌르는 힘은 초자연적인 것에 의해서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다크 엔젤>의 홉스 형사는 수집한 수사 증거를 통해 숙주가 죽으면 악령은 멀리 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악령을 제거할 방안을 모색합니다. 논리적 추론을 통한 과학수사로 악령에 맞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전히 새롭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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