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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쓸모가 있어야 캔디는 아니지."
윌리 웡카(조니 뎁)는 초콜릿 왕국을 건설한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그는 치과 의사인 아버지(크리스토퍼 리)에 반해 집을 나와 초콜릿에 몰두했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에게는 다른 길이 없었다. 오직 초콜릿을 만들어 성공하는 것이 그의 인생의 유일한 길이었다.
다행히 그는 초콜릿을 미치듯이 좋아했고(원작자인 로알드 달처럼 초콜릿광이었다), 재능도 있었다.
초콜릿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그걸 만들 수 있는 실행력도 갖췄다.
그는 기술 연구 끝에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앞세워 그의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그는 초콜릿 공장을 짓고, 사람들을 고용해 더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여느 비즈니스맨의 창업 성공기와 다르지 않다.
고난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의 불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에의 몰두를 통해 이룬 성공까지.
하지만 그는 한 순간에 몰락하고 만다.
직원들이 회사를 배신하고 기밀 정보를 외부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신망을 얻지 못한 사장은 직원들을 믿지 못했다.
"당신도 내가 만든 기술을 빼돌려 나를 배신한 직원이었소?"
윌리는 그를 찾아온 조 할아버지(데이비드 켈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조 할아버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자신의 젊은 시절 추억이 가득한 회사를 이렇게 만든 책임을 직원에게 묻는 윌리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윌리의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은, 회사 내부의 산업스파이가 기술을 빼돌린 이후 카피캣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계속 부풀어오르는 풍선껌 등은 이제 다른 회사도 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기술만 믿고 창업에 도전한 벤처사업가는 공장 문을 닫으면서 세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사업가의 창업 실패담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영화는 그가 실패한 이후부터 시작한다.
윌리는 사업에 실패했지만, 초콜릿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징징거리며 다시는 캔디를 먹지 않겠다며 아버지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홀로 절치부심하며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다시 한 번 인생을 걸었다.
어느 밀림을 여행하던 중 움파룸파족을 만나 그들에게서 초콜릿에 관한 영감을 얻은 것은 그의 사업이 재기하는데 가장 큰 발판이 됐다.
윌리는 움파룸파족을 공장으로 데려와 일꾼으로 썼다.
일종의 제3세계 노동착취일 수도 있지만, 움파룸파족 입장에서는 초콜릿을 마음껏 만들고 먹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인 셈이었다.
윌리는 상업성에 지배받지 않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장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팔리는 초콜릿이 목표가 아닌 '초콜릿을 위한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가 탄생했다.
최상급 재료를 사용하고, 공장 내부를 제품과 전혀 관련없는 쇼룸으로 꾸몄다.
쇼룸의 목적은 하나였다. 누구라도 윌리 웡카가 만든 세계를 보고 감탄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지도록 하는 것.
이는 윌리 웡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윌리 웡카 초콜릿은 이러한 신비주의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예전의 위상을 뛰어넘었다.
초콜릿은 전세계에서 엄청나게 팔렸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였다.
TV와 신문은 윌리 웡카의 초콜릿 이벤트를 톱기사로 소개했다.
윌리 웡카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실패한 사업가였던 윌리가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윌리는 자신의 성공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황금티켓 다섯 장을 만들어 어린이를 초청했다.
다섯 아이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윌리는 자기가 만든 인형쇼로 환영 세리머니를 했다.
이때 윌리는 무대 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쇼를 함께 보는 관객으로 등장한다.
윌리가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제작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장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묻는다.
"정말 멋지지 않아?"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은 윌리의 말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윌리의 말을 들어준 아이가 있었다.
집이 기울어질 정도로 가난한 아이 찰리(프레디 하이모어)였다.
윌리는 그에게 큰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찰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 것이었다.
평생 공장에서 연구만 하고 살아 독신인 윌리에겐 회사를 물려줄 자식이 없었다.
회사를 혼자 운영해왔기 때문에 다른 직원도 없었다.
움파룸파족이 개미처럼 일했지만 그들은 초콜릿 외에는 다른 욕심이 없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찰리는 윌리의 제안을 거절한다. 가족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렇게 멋진 초콜릿 공장을 물려받기를 거절하다니, 윌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비로소 윌리는 자신이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는 어릴적 떠나왔던 아버지를 찾아갔다.
치과의사인 아버지는 윌리가 어릴적 초콜릿을 먹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찾아간 아버지의 치과병원 벽에는 윌리가 초콜릿 사업으로 성공하는 과정의 신문기사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이제 윌리에겐 찰리라는 동업자와 가족이 생겼다.
부모라는 발음을 못해 말을 멈추고 입을 오므렸던 윌리는 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식사할 수 있게 됐다.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윌리는 찰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윌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사업은 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디어는 함께 만들 때 더 근사해진다는 것을.
만들어진 캔디는 스스로 쓸모를 찾는다는 것을.
제품 개발자로써 윌리는 그동안 한 가지만 알았다.
텔레포트라는 엄청난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것을 초콜릿 외의 방식으로 활용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
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함께 하니 더 잘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세상의 모든 창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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