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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세. 백악관 경호원의 숨가쁜 액션 활약을 그린 '해즈 폴른' 시리즈 세 번째 영화 '엔젤 해즈 폴른' 주인공 4명의 나이 합계다. 시리즈의 상징 마이크 배닝 역할의 제라드 버틀러가 벌써 50세에 접어들었고, 배넌 아버지 역할 닉 놀티 78세, 대통령 역할 모건 프리먼 82세, 악당 웨이드 제닝스 역할 대니 휴스턴 57세다. 이들의 나이 평균도 67세에 달한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영화는 버틀러가 연기한 마이크 배닝이 건강 이상으로 현장요원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닝은 프리먼이 연기한 앨런 트럼불 대통령 경호 업무 중 돌연 현기증으로 쓰러져 다른 요원과 교대한다. 이때 대통령을 향한 드론 테러가 발생하고 공교롭게도 배닝은 경호원 중 혼자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암살 배후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백악관 경호실과 FBI 등에게 쫓기던 배닝이 대통령 암살을 계속 시행하려는 세력을 포착하고 반격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시리즈 전작 '백악관 최후의 날'(2013, 원제 Olympus Has Fallen)이 남북한에 대한 비현실적인 묘사로 국내서 외면받았고, '런던 해즈 폴른'(2016)이 과도한 미국 우월주의로 B급 영화 취급 받으며 관객 73만명의 저조한 성적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엔젤 해즈 폴른'은 여전히 마이크 배닝이라는 한 명의 불사신 같은 주인공에게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의 짜임새는 갖춘 편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기던 남자가 백악관이 개입한 음모를 폭로하고 복수한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 '배가본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배가본드'의 무대포적인 설정에 비하면 그나마 개연성은 갖췄다. 무엇보다 액션 시퀀스가 전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 액션을 기대하는 팬들을 만족시킨다. 특히 병원에서 전개되는 클라이맥스 총격전은 아날로그 액션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해즈 폴른' 시리즈 전작들은 한국에선 흥행 참패했지만 북미에선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제작비 7000만달러를 들여 1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런던 해즈 폴른'은 제작비 6000만달러에 2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번 '엔젤 해즈 폴른'도 지난 8월 북미 개봉해 1억3300만달러 수입으로 제작비 4000만달러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의 액션


올드보이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제라드 버틀러는 과감한 결단력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시리즈를 끌고 가고, 산속 은둔자로 깜짝 등장하는 닉 놀티는 폭탄을 터뜨리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대통령 모건 프리먼은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고, 민간 군사 용역업체 대표 역할의 대니 휴스턴은 해박한 군사 지식으로 무장해 이들을 위협한다.


마이크 배닝 역할의 제라드 버틀러


제라드 버틀러는 영화 ‘300’(2007)에서 “스파르타!”를 외치는 레오니다스 왕 역할로 친숙한 배우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글래스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20대 중반 할리우드에서 새 적성을 찾았다. 1997년 '미세스 브라운'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한 뒤 '레인 오브 파이어'(2003) '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2003) 등에서 얼굴을 알렸고, '타임라인'(2003) '오페라의 유령'(2004) 등을 통해 주연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터프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주로 몸 쓰는 연기를 해온 그에게 마이크 배닝은 또다른 분신 같은 캐릭터다.


앨런 트럼불 대통령 역할의 모건 프리먼


할리우드의 상징과도 같은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은 ‘런던 해즈 폴른’(2016)에선 부통령이었지만 이번엔 대통령으로 승격했다. 그는 19년 전 ‘딥 임팩트’(1998)에서 할리우드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역할을 맡은 적 있다. ‘딥 임팩트’에서 그는 혜성과의 충돌에 대비해 지하 요새 건설 계획을 짜는 합리적 결정권자였는데 이번에도 테러 용의자로 쫓기는 배닝을 끝까지 믿어주며 평화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1964년 데뷔해 9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프리먼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쇼생크 탈출'(1994) '브루스 올마이티'(2003) '다크 나이트'(2008)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인빅투스'(2009) 등 존재감 자체로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이미지를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웨이드 제닝스 역할의 대니 휴스턴


대니 휴스턴은 '원더우먼'(2017)의 독일군 장교 역할로 익숙한 배우다. 그는 '탄생'(2004) '에비에이터'(2004) '콘스탄트 가드너'(2005) ‘로빈후드’(2010) '빅 아이즈'(2014) 등에서 크고 작은 비중의 역할을 맡아 왔다. 연기자가 집안 내력이어서 누나는 '프리찌스 오너'(1985)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안젤리카 휴스턴, 할아버지는 '시에라 마드레의 보석'(1948)으로 역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월터 휴스턴, 조카는 ‘벤허’(2016)의 잭 휴스턴이다.


클레이 배닝 역할의 닉 놀티


가장 반가운 올드보이는 클레이 배닝 역할을 맡은 닉 놀티다. 그는 덮수룩한 수염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등장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다. 1970년대 초 데뷔해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온 그의 전성기는 1980년대였다. 그는 ‘누가 이 비를 멈추랴’(1978)에서 마약을 밀수하다 갱들에게 쫓기는 남자, '48시간'(1982)에서 죄수와 함께 탈옥범 잡는 강력계 형사, '비버리 힐의 낮과 밤'(1986)에서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부랑자, '더블 보더'(1987)에서 터프한 텍사스 국경 순찰대원, '케이프 피어'(1991)에서 흉악범에 쫓겨 불안에 떠는 변호사, '로렌조 오일'(1992)에서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신약 개발에 나선 아빠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왔고, ‘사랑과 추억’(1991)에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만난 의사와 불륜에 빠지는 남자 역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러 영화에서 비중이 크든 작든 마다않고 맡아온 그는 ‘엔젤 해즈 폴른’에선 정부를 믿지 못해 산속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무정부주의자를 연기한다. 78세의 고령에도 그는 폭탄을 터뜨리고 적들을 직접 처단하는 액션 신을 소화한다.



‘엔젤 해즈 폴른’ 외에도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엔 반가운 올드보이들이 가득하다. 왕년의 트레이드마크 캐릭터를 맡아 70대에도 ‘실버 액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람보: 라스트 워’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대표적이다. 또 58세에도 개성 강한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는 우디 해럴슨은 ‘좀비랜드: 더블 탭’으로 돌아온다.


영화 '아이리시 맨'


올드보이 귀환의 화룡점정은 오는 20일 일부 상영관 개봉을 앞둔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 맨’이 찍을 듯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좋은 친구들’(1990) 이후 무려 29년만에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를 불러 모아 3시간이 넘는 대작을 만들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올드보이들이 출연하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과거 인기 있던 영화들의 속편이라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애플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 큰돈을 쏟아부으면서 배우들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 역시 올드보이들이 속속 현장으로 복귀하게 된 계기로 볼 수 있다.


엔젤 해즈 폴른 ★★☆

드론 테러와 병원 총격전. 불사신 마이크 배닝. 인상적인 악당 대니 휴스턴. 깜짝 놀랄 닉 놀티.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11/27118/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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