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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는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에 이어 인구 수는 230만 명 정도입니다. 일본 혼슈 섬의 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도쿄의 간토, 오사카의 간사이를 잇는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고야의 랜드마크는 테레비타워와 오아시스21입니다. 나고야의 야경을 멋지게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우뚝 솟은 탑과 그 옆에 놓여진 타원형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테레비타워야 도쿄에도 있으니 색다르지 않지만 그 옆의 타원형 건물은 특이합니다. 이 건물의 용도는 쇼핑몰이자 공원이자 버스터미널이자 공연장입니다. 그야말로 도시의 휴식공간으로 다목적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오아시스21


이 건물이 생긴 후로 나고야를 찾는 관광객도 많아졌는데요. 저 역시 나고야에 갔을 때 ‘오아시스21’이라 불리는 이 건물부터 찾아갔습니다. 이 건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까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경제가 활황이던 일본의 리즈 시절이었죠. 지금의 중국처럼 일본 경제가 곧 미국을 넘어설 거라는 말도 나오던 때였습니다.



당시 나고야의 골칫거리는 구도심이었습니다. 유동인구 감소와 상업시설 공동화 현상으로 사카에 지역만 가면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습니다. 나고야 시장은 이곳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테레비타워가 서 있는 히시야오도리 공원과 섬처럼 떨어진 사카에공원을 연결시켜서 넓은 녹지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 건물들을 재정비하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재개발은 단기간 내에 되지 않았습니다. 1994년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한 사카에공원진흥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지면서부터 본격화 됩니다. 8년이라는 시간을 까먹은 것은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가 주춤해진 이유가 컸습니다.


재개발 사업의 화룡점정은 오아시스21 건설이었습니다. 당초 건설비를 대폭 삭감해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에 들어갔습니다. 1999년 착공해 2002년 10월 11일 드디어 정식 오픈했습니다.


광장과 버스터미널과 공원이 공존하는 건물

굽이굽이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오아시스21


나고야의 자랑이자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할 코스가 된 이 건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우선 이 건물의 모토는 ‘도시에 반짝이는 물과 녹색의 보석상자’입니다. 이름처럼 도시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은하 광장에서 펼쳐지는 공연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

지하층에 있는 카페


일단 지하 2층에는 각종 이벤트를 위한 ‘은하 광장’과 식당, 카페 등 30개가 넘는 점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버스터미널이 있고요. 1층에는 ‘녹의 대지’라 불리는 잔디밭이 있어 지상과 연결됩니다. 여기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타원형 모양의 강화유리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의 우주선’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오아시스처럼 인공 샘이 흐르고 있어 정말 도심 속 오아시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공원, 광장, 상점, 버스터미널이라는 이질적인 세계가 층마다 하나씩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보이는 건물입니다. 특히 중간에 버스터미널이 있는 게 새로운데요. 이곳은 중앙공원에 있던 터미널이 이전한 것으로 나고야 시영버스, 메이테츠 버스 등이 오가는 곳입니다. 주부 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도 여기서 탈 수 있습니다(편도 1200엔). 대기실에는 배기가스를 차단하는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어 상당히 쾌적합니다.


오아시스21 지붕의 '물의 우주선'

오아시스21 지붕에서 바라본 테레비타워

오아시스21 지붕 '물의 우주선'에서 내려다본 '은하 광장'


오아시스21이 들어서면서 구도심 사카에는 나고야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히사야오도리공원, 테레비타워, 나고야성, 3대 백화점(마츠자카야, 미츠코시, 마루에이) 등 주변 명소들이 하나로 엮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모두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깝습니다. 매년 15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하네요.


히시야오도리 공원에서 펼쳐지는 관현악 공연

테레비타워가 보이는 분수

밤의 오아시스21


오아시스21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입체 공간입니다. 찾는 사람에 따라 공원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쇼핑몰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터미널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일본은 답답한 면도 많은 나라지만 이처럼 상상력 가득한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부럽습니다.


저는 물의 우주선으로 올라가서 은하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이들의 관현악 합주 공연을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익숙한 클래식 멜로디가 쾌청하고 맑은 가을 하늘까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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