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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 중심부의 기후현과 이시카와현은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주요 무대로 쓰인 곳입니다.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장소를 만날 수 있지요. 히다 후루카와가 대표적이고 그곳에서 조금 아래 있는 다카야마도 그중 한 곳입니다.
다카야마 미야가와 강을 중심으로 동남쪽에 위치해 있는 히에 신사(Hie Shrine)는 ‘너의 이름은.’이 인기를 얻은 뒤 ‘미츠하 신사’라는 별칭을 갖게 됐습니다. 고향 시골 마을을 지겨워하던 주인공 미츠하가 이곳 계단에서 “이런 마을 싫어!”라며 소리치던 장면에서 배경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 등장한 다카야마 히에 신사.
히에 신사는 후루이 마치나미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그만큼 외진 곳입니다. 대중교통은 제가 알기로는 없는데요. 그래서 보통 택시를 타고 가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날씨도 좋고 해서 11시 30분쯤 슬슬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조금 쌀쌀한 11월 초, 깨끗한 공기를 들이쉬며 걸었습니다. 걷는 길은 한적하고 고요합니다. 동네 집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또 중간에 다른 신사가 나오기 때문에 히에 신사와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히에 신사로 올라가는 입구
한참 걸었더니 드디어 히에 신사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험한 산 속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드는 계단입니다. 저는 이 때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뭔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히에 신사에 가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다카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고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히에 신사입니다.
신사 앞 불빛을 밝혀주는 등이 늘어선 도오리(길) 옆으로 소나무가 길게 촘촘이 마치 사열하듯 서 있습니다. 저는 한 걸음 한 걸음 돌길을 걸었습니다. 영화 속에 나온 붉은 도리이(관문)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요. 50미터쯤 걷자 마침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사한 붉은 색 문이 거기 서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와 거의 흡사한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히에 신사의 붉은 도리이
신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다가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계단 위에 손 씻는 곳과 오쿠샤(가옥)가 보이더라고요. 시주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곳은 폐쇄시켜 놓아 아쉽지만 눈으로 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나자와, 나고야의 신사에 갈 때마다 두 번 합장하고 엄마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렸거든요. 이승에선 종교가 달랐지만, 저승에선 차이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할 테니까요.
오쿠샤 옆길에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에마(絵馬)들이 보였습니다. 에마는 지샤(寺社, 신사와 절)에 봉납하는 말의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말의 그림이 없는 여백이나 이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 소원을 비는 용도로 쓰입니다. 다른 신사와 달리 이곳에는 미츠하의 그림을 그린 에마도 있습니다.
히에 신사의 에마
붉은 만장이 펄럭이는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강렬합니다. 시간은 정오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미츠하는 이곳을 지루하다며 싫어했지만 여행객인 저는 이 아름다운 신사에서 모처럼 치유의 기운을 얻고 갑니다. 다카야마에 가실 분들은 꼭 시간을 내서 히에 신사에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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