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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高山)는 이름처럼 주변에 높은 산이 많은 마을입니다. 기후현 북부에 위치해 있고 미야가와 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습니다.


다카야마는 인구 8만90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한때 쇠락했지만 관광객 친화 정책을 쓰면서 관광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고 해요.


노인들도 영어를 배우고 영어 메뉴판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요. 16세기 이후 침략을 당하지 않아 지금 모습이 그때부터 유지되어 왔는데요. 에도시대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한적한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 최적의 도시입니다.


미야가와강

진야마에 아침시장은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운영합니다.


다카야마에 가려면 나고야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기차로도 2시간가량 걸립니다. 그런데 가격은 버스 티켓이 2980엔, 기차 티켓은 5100엔 정도로 거의 두 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저는 가나자와에서 다카야마를 거쳐 나고야로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다카야마로 갈 때와 나고야로 갈 때 모두 버스를 탔습니다. 가나자와에서 다카야마로 가는 기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속편하게 가나자와 역에 도착하자마자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했어요. 가격은 3390엔.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나자와에서 다카야마로 갈 땐 휴게소를 들리지 않았는데 다카야마에서 나고야 갈 땐 휴게소를 들리더라고요.



다카야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이었습니다. 11월엔 5시가 조금 넘으면 해가 집니다. 6시만 돼도 깜깜해져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를 중간에 한 예쁘고 친절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찾아 갔더니 꽤 좋은 곳이더라고요. 특히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목욕물을 받아주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목욕으로 피로를 풀며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관광에 나섰습니다.


미야가와 아침시장은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영업합니다.


처음 간 곳은 미야가와 아침 시장입니다. 강변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노점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지만 재래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흘러서 기분이 좋아지죠.


미야가와 아침 시장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후루이 마치나미라는 옛날 목조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인사동 같은 길인데요. 400년 전부터 상인들이 살던 골목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사케집을 비롯한 여러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후루이 마치나미


상점들 중엔 군것질거리들이 많아서 눈으로 유혹하고 코를 간지럽힙니다. 특히 일본의 3대 소고기라는 히다규로 만든 꼬치구이와 스시는 안 먹고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가격은 500엔, 700엔으로 결코 싸지 않지만 맛있어서 용서가 됩니다.


히다규 꼬치구이

히다규 스시


골목을 빠져나오니 다카야마 진야가 나옵니다. 에도시대에 재판과 납세를 담당한 관청으로 1692년부터 1969년까지 쓰이던 곳입니다. 다카야마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곳이어서 할 일이 많던 곳이었을 겁니다. 입장료가 있길래 망설였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를까?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이곳은 현존하는 유일한 진야라고 합니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다카야마 진야


방과 방을 연결하는 복도를 걸어갑니다. 날씨가 쌀쌀했기에 발이 시렸습니다. 그늘진 곳에서는 특히 더 추웠습니다. 곳곳에 햇볕 드는 툇마루 같은 곳이 있더라고요. 거기 서서 발을 녹였습니다. 햇볕 드는 이 공간은 참 안온합니다. 그때 이곳을 사용하던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요?


참 많은 다다미 방들이 있었습니다. 방의 테두리를 보면 그 방을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상류 계급은 테두리에 무늬가 있고, 중급은 무늬가 없으며, 하급은 테두리가 없다고 하는군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건물은 새로 지은 것 같은데 옛 건물의 흔적을 알게 해주는 오래된 나무가 기둥처럼 서 있더라고요. 그 앞에는 따뜻한 나무의 기운을 느끼도록 만져보라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손을 대보았습니다. 부드러웠지만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더 추운 겨울에 오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카야마에선 매년 봄과 가을에 마쓰리 축제가 열립니다. 일본의 3대 마쓰리라고 하는데 봄에는 히에 신사, 가을은 사쿠라야마 하치만구에서 축제가 펼져집니다. 히다의 전통 야타이(수레)와 꼭두각시 인형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흥겨운 축제를 벌인다고요. 하지만 제가 간 11월엔 이미 축제가 끝난 뒤였어요.


히다규 스테이크


저는 차로 50분 거리의 시라사가와를 다녀올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면 나고야로 가는 일정이 꼬일 것 같았습니다. 나고야와 반대 방향으로 오히려 가나자와 가는 길에 있다는 것도 망설인 이유입니다. 다카야마에 오기 전에 들렀어야 했지요.


그래서 시라사가와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다카야마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 작은 도시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다카야마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된 마을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구글지도에서 히에 신사를 찾았습니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더라고요.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화창하니 슬슬 걸어가 볼까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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