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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새 음반 ‘마음속의 단어들’… 에세이도 출간


“어느 새 음악한지 10년이 됐더라고요. 제 음악을 좋아해주고 기다려주는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에 음악적 공력을 최대한 쏟아 부었습니다.”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본명 차세정)의 새 음반 ‘마음속의 단어들’은 그가 4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음반이다. 서정적인 음악의 대표주자답게 이번 음반도 가을 감성 물씬 풍기는 11곡으로 꾸며져 있다. 피아노와 스트링 위주 편곡에 결정적인 순간 흘러나오는 멜로디언이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지난 19일 이번 앨범을 주제로 한 쇼룸이 마련된 서울 마포구 토정로 마음 스튜디오에서 에피톤 프로젝트와 마주 앉았다.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느낀 소회를 차근차근 털어놓았다.



지난 4년 간의 공백에 대해 그는 3집 '각자의 밤'(2014)을 낸 이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도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안 나와서 좌절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는 2집 '긴 여행의 시작'(2012)을 준비할 때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작정 짐을 쌌다.


“곡이 정말 안 써져서 도피하듯 영국 런던으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석 달 정도 지내다 보니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가 500GB나 쌓였죠. 그걸 정리하고 나니 어느 새 음악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비오는 날 어깨가 젖는 줄도 모른 채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가는 연인을 보면서 첫사랑의 열정을 떠올리고, 공항에서 'Delayed' 표지판을 보면서 뒤늦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연인을 상상했다.


그렇게 '첫사랑' '연착' '소나기' '이름' '나무' 등 11곡이 세상에 나왔다. 모두 여행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곡들이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단순하지만 탄탄한 멜로디로 승부하는 음악이다. 그의 마음 속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래도 예전처럼 객원보컬을 쓰지 않고 그가 직접 불렀다. 그중 타이틀곡 '첫사랑'은 그의 초심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너무 기술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좋은 악기, 스피커 이런 것에만 신경 썼더니 예전의 느낌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두근거리면서 음악을 만들던 10년 전을 떠올리면서 쓴 곡이어서 제목이 첫사랑이에요.”



청량한 기타 소리로 시작해 한 남자가 첫사랑을 추억하는 가사로 이루어진 ‘첫사랑’은 첫사랑의 아이콘 수지가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처음 (수지에게) 제안할 때만 해도 과연 해줄까 싶었는데 흔쾌히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죠. 수지, 남윤수가 출연하고 이래경 감독이 만든 뮤직비디오는 이견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워요. 앞으로 (수지가 부탁해오면) 뭐든 해야죠(웃음).”


에피톤 프로젝트와 수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소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을 좋아하던 수지가 그에게 곡을 의뢰해 받은 ‘꽃마리’를 2017년 EP에 수록하면서 작곡가와 가수의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이번 뮤직비디오 출연은 그에 대한 답례로 이루어진 것이다.



들으면 곧바로 추억이 자동재생되는 에피톤 프로젝트만의 아련한 느낌 때문인지 수지뿐만 아니라 여러 가수들이 그에게 곡을 요청한다. 이승기, 슈퍼주니어 등이 그의 곡을 받아갔고 또 여러 드라마 OST에서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수지 덕분에 타이틀곡은 '첫사랑'으로 낙점됐지만 그가 이번 음반에서 애정을 쏟아 부은 곡은 따로 있다. 세 번째 트랙의 '소나기'다.


“소나기는 이번 앨범 중 맨처음에 만든 곡인데 눅눅한 젖은 빨래 같은 느낌으로 썼어요. 저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빗소리를 녹음해 샘플링해서 들릴 듯 말 듯하게 깔고, 그 위에 신스, 피아노, 드럼을 오버더빙했어요. 신경을 많이 쓴 곡이라 내심 타이틀곡이 되길 바랐는데 주위 반응은 '소나기'보다는 '첫사랑'이더라고요. 어쨌든 이 곡도 좋아해주실 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차분한 분위기의 4도 메이저로 시작하는 '소나기'는 간주 부분에서 마치 슬로모션으로 빗방울이 튀어 오르는 듯한 모습을 소리로 재현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에피톤 프로젝트는 지난 25일 음반과 같은 제목의 에세이도 출간했다. 책 '마음속의 단어들'(도서출판 달 펴냄)에서 그는 배낭 메고 카메라 들고 유럽 곳곳을 걸어다니면서 느낀 감정을 술회하고, 음악과 공연에 대한 고민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또 그는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4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영상 인터뷰에는 이번 음반 수록곡 중 ‘첫사랑’ ‘소나기’ ‘연착’ ‘reprise’ ‘자장가’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premium.mk.co.kr/view.php?no=23844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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