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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조슈아 캐롯(Joshua Carrot). 약칭 조시. 1989년 영국 런던 출생. 12세에 중국으로 이주해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며 학창시절을 보내는 바람에 영어, 한국어, 중국어에 능통. 2013년부터 ‘영국남자’(Korean Englishman)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유튜브 스타.
조시는 2살 연상 친구 올리와 함께 2013년 7월 15일 유튜브 채널(youtube.com/koreanenglishman)을 개설해 첫 동영상을 올렸다. 제목은 ‘한국말 잘하는 영국남자’. 3일만에 4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달만에 3만500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Youchang
놀라운 반응에 고무된 이들은 계속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방송 아이템은 주로 서양인들의 한국음식 먹방과 한국문화 체험기.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은 5년이 지난 2018년 10월 현재 구독자 280만명, 총 조회수 7억뷰를 자랑한다. 동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100만회에 육박한다. 최근엔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할 정도로 글로벌 인기 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영국남자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귀여운 외모? 외국인의 한국음식 먹방을 먼저 시도한 것? 한국문화에 대한 솔직한 반응? 재미있는 편집? 다양한 의견이 있겠으나 조시가 직접 자가 진단한 성공비결은 조금 달랐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 오픈세션에 참가한 조시는 2천여명의 청중에게 자신의 성공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상위 3%의 유튜버가 조회수의 90%를 가져가는 유튜브 세상이지만 영국남자의 성공 사례가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여기 소개한다.
©Youchang
1. 진짜 문화 경험 Genuine Cultural Experience
제3의 문화 아이(Third Culture Kid: TCK)는 영국과 한국의 경계에서 살아간 조시 같은 아이를 부르는 말이다. 영국-중국 혼혈인 아버지를 따라 12살 때 중국 칭다오로 이주한 조시는 중국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주로 어울렸다.
“학교에서 저 혼자 외모가 완전히 달랐어요. 처음엔 적응을 못해서 겉돌았어요. 학교에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저를 PC방, 노래방 같은 곳에 데려갔어요. 나중엔 그것이 저의 문화가 되었죠.”
조시는 19세 때인 2008년 한국에 와서 고려대학교에서 1년간 공부했다. 2011년엔 영어강사가 되려고 한 적도 있다. 어쩌면 평범한 외국인 중 한 명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조시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기로 했다.
영국남자 유튜브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13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반응이 기대 이상이자 조시는 찍고 편집하고 편집하고 또 편집하는 삶 속으로 들어갔다. 그해 곧바로 촬영감독 역할을 하는 올리와 함께 회사를 차리고 장비를 구입해 본격적인 유튜버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남자 채널의 소재는 영국인이 바라보는 한국문화, 음식에 대한 반응이다. 대부분 한국에 우호적인 내용이지만 솔직한 반응도 가감 없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홍합을 먹을 때 참가자 중 누군가 도저히 먹지 못하고 토를 한다는 식이다. 거부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솔직함은 일방적인 한국문화 찬양 방송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는 영국문화와 한국문화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요. 이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보여줘야죠. 제 방송에서 보여주는 사람들과의 우정 역시 진짜 우정이에요. 열린 마인드를 갖고 문화를 나누는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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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청자와 연결 Human Connection
영국남자 채널에는 수많은 먹방이 있다. 그중 한국의 매운 음식을 외국 사람들에게 먹어보게 하는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은 시청자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이다.
조시는 팬들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는데 그중에 불닭 볶음면이 있었다. 한 팬이 불닭 볶음면을 영국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조시는 ‘영국남자 불닭 볶음면 도전’이라는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930만회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한국의 불닭 볶음면 도전은 미국, 유럽 등에서 하나의 현상처럼 퍼져나갔다.
이 영상이 크게 성공한 뒤 조시는 비슷한 먹방 시리즈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조회수 1466만회, '치맥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1338만회, ‘컵라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976만회 등이다. 시청자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고 거기서 재미있는 소재를 찾은 것이 조시의 성공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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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속된 혁신 Constant Innovation
처음에는 조시 혼자 출연했지만 이후 방송에는 여러 게스트들이 출연해 다양한 매력과 재미를 선보였다. 올리 뿐만 아니라 조엘, 조니, 댄, 쇼, 앤디, 키트, 마이크 등 조시의 친구들, 올리의 아버지, 조엘의 친구 테드, 조시가 다니는 교회의 크리스 신부, 조시의 아내 국가비, 올리의 아내 리지, 리지의 동생 제니 등 출연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영국남자 채널은 정체되어 있지 않은 보물창고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근에는 영화 ‘킹스맨’의 마크 스트롱, ‘메이즈러너’의 딜런 오브라이언, 이기홍,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 ‘어벤져스’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톰 홀랜드, 폼 클레멘티프 등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들이 직접 출연해 한국음식 먹방을 선보이고 있다.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30분씩 짬을 내 영국남자의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영국남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폼 클레멘티프 통편집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영국남자 방송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처음 유튜브 방송 시작할 땐 아무 준비도 안하고 그냥 찍어서 올렸어요. 이후 점점 장비를 갖춰서 방송 준비를 해나갔죠. 지금의 성공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있는 우리 팀의 것이고, 책임도 우리가 함께 지는 거예요. 시청자가 크게 늘면서 멘트 하나가 조심스러워 부담스럽지만 걱정을 나누면서 짐을 더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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