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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귀여워, 웃을 때 귀여워. 일명 귀여워송이라 불린 ‘하와이안 커플’로 이름을 알린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이 노래 외에도 ‘파핑파핑 바나나’ ‘샐러드 기념일’ ‘i.myss’ ‘Scully Doesn't Know’ ‘Insomnia’ ‘Banana Shake’ ‘지랄’ '넌 그날' '별로' 등 떠오르는 곡이 많죠.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이지린(37)의 1인 프로젝트 밴드입니다. 2004년 데뷔했는데 일렉트로닉에 하우스, 애시드 재즈 등을 결합한, 일명 시부야케이 음악을 한국에서 시도해 큰 인기를 얻었죠. 한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선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음악이 자주 나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18년 9월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다섯 번째 정규 음반을 출시하며 돌아왔습니다. 앨범의 이름은 너무나도 정직한 작명인 ‘V’입니다. 2012년 4집 ‘Sparkle’ 이후 정규 앨범으로선 6년 만입니다. 2012년 허밍걸로 활동하던 이진화 가수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긴 공백기가 있었고, 또 음악 스타일도 많이 변했습니다.


9월 19일 서울 충무로에서 허밍 어반 스테레오를 만나 데뷔부터 5집까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다섯 번째 정규 앨범 ‘V’가 나왔습니다. 소개해 주세요.

A 15곡으로 구성됐고, 전체적으로는 펑키한 느낌이 강합니다. 노래마다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열다섯 곡이 이어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전작보다 훨씬 어그레시브해졌다고 할까요. 하지만 타이틀곡은 재지한 발라드입니다.


Q 타이틀 곡이 ‘좋아해’죠? 여전히 소년 같은 느낌입니다.

A 이 곡은 8년 전에 쓴 곡이에요. 가장 최근에 만든 노래보다는 조금 더 젊은 느낌이 드실 수 있을 것 같네요.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 가는 곡은 뭔가요?

A 첫 번째 V이라는 곡이에요. 가장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언제까지 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쓴 곡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또 ARS도 애착이 가네요. 그런데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어떻게 사랑을 물건이랑 비교하냐면서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워낙 요즘 민감하다 보니깐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이긴 한데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신경 안 썼다기보다는, 제가 생각할 땐 그 표현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지질한 남자의 이야기를 쓴 것이기 때문에 지질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 구질구질함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 한 가사이기 때문에 오해를 안 해주시면 좋겠어요.



Q 음악 스타일이 초기에 비해 바뀌었어요.

A 아무래도 나이 때문인 것 같긴 해요. 30대가 되면서 20대 때 흔히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접하면서 좀더 침착해졌다는 느낌이 있고요.


Q 2010년 발표한 ‘봄날의 사케’가 전환점인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 있으시죠?

A 그때 저의 30대가 시작됐거든요. 하고 싶은 음악이 뭘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요. 하와이안 커플이 잘 되면서 아류작들을 많은 제작사에서 원했는데 그런 것들을 만들다 보니까 지치더라고요. 그때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나 태도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수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전 음악이 낫지 않아요?

A 예전이 훨씬 낫죠(웃음).



Q 많이 버셨어요?

A 대부분 (싸이월드의) 도토리로 벌었죠(웃음).


Q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A 네, 없어요. 지금 작업물들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10년 후 다시 들으면 쑥스러울 수는 있겠지만요. 20대 때 만든 작업물들이 돈의 무게는 훨씬 좋지만, 삶의 무게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Q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A 초반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요. 무언가를 되게 좋아하면,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할 수도 있고, 성격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그 사람 눈 밑의 점이 좋아질 수도 있고, 발목에 있는 핏줄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어릴 때는 하나만 보고 갔던 것 같아요. 단순히 즐거워서요. 그러다 우연찮게 노래로 사랑을 받아서 돈을 벌었죠. 그게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스스로 깨우친 건가요?

A 터닝 포인트가 된 사건이 있어요. 허밍걸(이진화)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에요. 기존 말랑말랑한 음악을 계속 하기에는 빈 자리도 크고요. 자꾸 생각이 나서 음악 스타일을 어그레시브하게 바꿨어요.



Q 2012년이었죠. 이진화 가수님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A 그때 저는 해외에서 소식을 접했는데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톱3’ 안에 들 것 같아요.


Q 데뷔 초부터 함께 하셨으니 긴 시간이었어요.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A (한참 생각하더니) 하와이안 커플이라는 노래에 ‘샤방샤방’이라는 가사가 두 번 들어가요. 그런데 진화가 벌스에서는 샤방샤방이라고 하는데, 사비에서는 서방서방이라고 불러요. 서방님의 서방이라는 느낌으로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기억에 남아요. 2014년 데뷔 10년을 맞아 Reform 음반을 내면서 하와이안 커플을 다시 만들 때 (저 부분을) 많이 고민했어요(결국 이 노래를 다시 부른 레이디스 코드의 애슐리도 ‘서방서방’으로 부른다).



Reform 음반을 낼 때 10주년 폭죽을 터뜨리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고요. 그동안 수고했다는 기분 정도로 만든 음반이에요. Insomnia도 그때 다시 만들었어요. Insomnia 가사는 진화가 직접 쓴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공연할 때 이 노래를 다시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연주곡으로 들려줄 수는 있겠지만요. 하와이안 커플은 워낙 사랑을 많이 받은 곡이니까 안 부를 수는 없겠지만… 나머지 진화가 불렀던 노래는 라이브는 안 하기로 했어요.


Q 가장 잊지 못할 추억 있나요?

A (진화와) 너무나 많은 추억이 있죠. 별의 별 추억이 다 있는데... 그 친구가 외동딸이다 보니까 오빠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자기도 모르게 발음을 잘못해서 저를 아빠라고 부른 거예요. 아파트를 올라가면서 경비 아저씨를 만났는데 저를 ‘아빠’ 이렇게 부른 거죠. 그 다음엔 장난처럼 저를 아빠라고 했어요. 진화 부모님도 자주 봬서 술도 한 잔씩 하곤 했는데요. 지금도 진화 기일 때 부모님께 전화드려요. (진화는)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에요.



Q 분위기가 무거워지니 다른 주제로 돌려볼게요.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하는 꿈이 있으셨어요?

A 완전 어릴 적엔 F1 레이서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되게 어려운 거더라고요(웃음). 조금 크고 나서는 미술을 되게 좋아해서 미대 진학도 고려했어요.


Q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셨어요?

A 아, 그건... 사실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굉장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왕따인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Q 음악이 도피처가 됐나요?

A 음악 많이 듣고, 책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봤죠.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Q 그렇게 집에 있을 때 미디(MIDI)로 만든 음악을 묶어서 CD를 만들고 그걸로 데뷔하신 거죠? 데뷔의 순간을 이야기해주세요.

A 제가 만든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데모 CD를 만들었어요. 미니멈 500장을 찍어야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500장을 만들었죠. 당시 레코드 가게마다 위탁 판매대가 있었는데요. 퍼플 레코드, 향 레코드 등 돌아다니면서 위탁 판매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다녔죠. 그런데 향 사장님이 제일 밝은 표정이셨어요. 보통은 듣지도 않고 놓고 가라고 하는데 향 사장님은 음악을 들어주시더니 CD를 전부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Q 그분이 가능성을 알아보신 거네요. 거기서 많이 팔렸나요?

A 처음부터 팔린 건 아니고요. 결정적 순간이 있는데 신해철 형님이 진행하시던 라디오 '고스트 네이션'에 인디 차트가 있었는데 제 음악이 20위로 진입했어요. 계속 치고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 1위를 하더라고요. 4주 동안 1위를 했을 때 CD가 다 팔렸어요. 그렇게 데뷔를 하게 된 거죠. 해철이 형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됐고요.


Q 신해철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요?

A 제가 형을 진짜 좋아했거든요. 모노크롬 때 음악을 진짜 좋아했어서 보자마자 너무 떨렸어요. 너무 신기했죠. 우상이 눈 앞에 있었으니까요. 나중엔 형 작업실도 가고, 술도 마셨는데 그게 다 신기했어요. 모든 지식에 해박하시고, 또 애교 섞인 목소리 내실 때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형이 “계약 끝나면 나랑 같이 할래?” 제안하시기도 했는데요. 당시엔 파스텔뮤직과의 의리가 있어서 해철이 형한테는 죄송하다고 다음에 같이 하자고 했었죠.


Q 신해철 씨가 해준 말 중에 기억 남는 말 있어요?

A ‘즐겁게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형에게 제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는데요. “넥스트 때 그 노래 그 부분 어떻게 한 거예요?” 이렇게요. 그동안 사람들이 수없이 물어봤을 거 아니예요. 그런데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어요. 사실 그때 형이 저에게 해준 말은 귀에 잘 안 들어오긴 했지만요. 그냥 하트 뿅뿅이어서 형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윤상 선배 만났을 때도, 조규찬 선배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너무 떨려서 기억도 잘 안나요(웃음).


Q 2014년 신해철 씨 돌아가셨을 때 충격이 크셨겠어요.

A 펑펑 울었죠. 장례식장에 들어가면 노래가 나왔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쏟아졌어요. 거기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김세황 형님을 뵙게 돼서 해철 형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많이 보고 싶네요.



Q 또다시 무거워졌네요. 다른 주제로 바꿔볼게요. 데뷔 때부터 사랑 이야기를 가사로 많이 쓰셨는데,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사랑은 적당히 주고 적당히 받는 것 같아요. 다 주면 다 잃는 거고요. 관계라는 게 가까이 있으면 안 보이잖아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그 사람이 뭐하는지 보이죠. 어떤 사람은 사랑이면 곁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하지만 거리를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A 어렵죠. 20대 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까이서도 사랑해보고, 또 멀리서도 사랑해봤는데요. 이제 30대 들어서고 40대 앞두고서는 최대한 미지근하게 시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언제든지 물에 들어설 수 있고 또 나올 수도 있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실 쉽지는 않죠.


Q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서인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일단 사람을 만날 일이 많이 없다 보니 그런 것에 무디기는 한데요. 착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다 보면 저도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헤어지자는 이야기도 못하고... 너무 좋아 보이려고 하면 기억에도 안 남거든요. 나이 들면서 제일 많이 바뀐 것은 무조건 존칭을 쓴다는 거예요. 나이가 어리든 많든 최대한 존칭을 쓰려고 해요. 그러면서 조금씩 거리감도 생기고요.



Q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소속사는 왈츠소파 레코드로 되어 있는데 직접 만든 회사죠? 무려 대표님이세요(웃음).

A 오랫동안 파스텔뮤직에 있다가 독립해서 혼자서 하게 됐어요. 처음엔 그냥 혼자 있었는데 어린 친구들이 가끔 데모를 보내오더라고요. 한 번 들어봐달라고 해서 들어주다가 우연찮게 같이 하게 됐죠. 그런데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본의 아니게 등록을 하고, 그 친구들을 정식 소속 가수라고 이름 붙이다 보니까 어느새 레이블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게 2014년부터예요.


Q 현재 왈츠소파에는 Risso, JIDA, Ban:jax가 소속되어 있어요. 아티스트를 고르는 기준이 있어요?

A 반짝이는 느낌을 봐요. 미디가 서툴고 노래를 좀 못해도 반짝이는 느낌이 있으면 선택하죠. 되게 주관적인 기준이에요.


Q 객원가수와 작업을 많이 하고 계세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어요?

A 최근에는 백예린 씨요. 되게 해보고 싶어요. 또 모든 음악인들의 로망일 수도 있는데, 아이유 씨죠. 래퍼들이랑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멜로디를 쓰다 보면 자기 복제가 되기도 하는데 랩을 넣으면 달라질 것 같아서 시도해보고 싶어요.


Q 어떤 래퍼와요?

A 지금 군대에 가 있는 빈지노 씨요(웃음).


Q 음악인으로서 목표가 있나요?

A 사람들이 “나 허밍 어반 스테레오 좋아해” 라고 이야기했을 때 “저 사람 음악 취향 괜찮네”라는 이야기를 듣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저의 최종 목표이고, 가장 큰 숙제죠. 허밍 좋아한다고 하면 아직까지는 “누구지? 아, 귀여워?” 하실 것 같기는 한데요. 더 열심히 해야죠.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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