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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인의 영화에는 지문이 있다. <일렉션>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웨이>를 떠올려보라. 공허함 속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하는 영화들이다. 집요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화면에는 항상 여유가 넘쳐 흘렀다. 비슷한 유머코드가 녹아 있고 드라마에는 반전이 있다. 더구나 만듦새 자체로도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이었고 그런 면에서 <디센던트> 역시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페인의 영화에선 장소가 참 중요하다. 거의 로드무비였던 <어바웃 슈미트>나 <사이드웨이> 뿐만 아니라 학생과 선생 사이의 심리에 치중했던 <일렉션>의 학교까지 모두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센던트>에선 하와이가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휴가지로만 기억되는 하와이를 불륜과 가족 화해의 장소로 만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알게된 아빠와 딸. 서먹했던 이들은 소심한 복수를 통해 더 가까워져 가족으로 진화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탄탄한 각본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재미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 무리하지 않는 설정 덕분에 잔잔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조지 클루니가 바람핀 남자의 부인 주디 그리어에게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혹시 한국영화 <외출>의 다른 버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영화는 적당히 맺고 끊을 줄 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닉 크라우스가 연기한 큰 딸의 남자친구 시드라고 생각한다. 민폐 캐릭터로 시작해 나중엔 조지 클루니에게 조언까지 해주는 이런 역할은 영화가 끝난 뒤에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잔잔한 재미를 거의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떠올려보면 페인의 영화에서 이런 배역은 항상 등장한다.
페인은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결혼한 적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에는 동양계 배우들이 짧게 자주 출연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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