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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의 리버럴한 공화당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FBI를 설립한 초대 국장 J. 에드가 후버 스토리.
"이스트우드가 에드가 후버를 살려냈다."
사실 이런 소재는 이스트우드가 아니면 관심을 갖고 만들 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트우드이기에 그의 이름이 영화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헐리우드에 수없이 등장하는 FBI의 원조. 그 태생에 관한 전기영화.
하지만 영화는 액션 보다는 정치적인 드라마이고,
달콤한 멜로 영화라기보다는 슬픈 퀴어 영화이며,
의지와 신념에 관한 스토리라기보다는 회상과 숨겨진 이면을 들추는 폭로 영화다.
공산주의와의 전쟁, 마피아 갱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승승장구.
국회에서의 탁월한 연설로 법무부 소속이던 수사국을 키워 연방수사국 FBI를 만들고
심지어 만화영화에 출연해 범죄자들을 잡는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는 후버.
단순무식해보이는 그의 이런 이력에는 그러나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몸부림이 숨어 있다.
영화는 겉으로 강해보이는 그의 내면에 짓눌려 있던 심리적인 것들을 들춰낸다.
영웅이 되고 싶은 마마보이, 거짓말쟁이, 독설가, 위선자, 애국심,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동성애자.
이런 단어들이 이 영화의 키워드다.
특히 위선자와 동성애자라는 키워드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직설적으로 이런 장면들을 보여준다.
의회에서 실제로 범인 잡아봤냐는 상원의원의 추궁에 망신당한 뒤 다음 수사부터 범인이 잡힐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에드가,
여자 옷이나 입을 거면 가서 죽으라는 엄마의 말에 억눌려 억지로 강압수사를 하는 모습,
다른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클라이드에 격분해 그에게 그 여자와 결혼할 거라고 선언하는 에드가,
자신의 전기를 구술하면서 린드버그 살해범에 대한 의문에 대해 얼버무리는 장면,
닉슨이 에드가의 사망을 애도하는 성명이 나레이션처럼 흐르는 와중에 그의 사무실을 뒤지는 장면 등.
물론 권력자의 위선을 파헤치는 전기 영화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올리버 스톤 만큼은 아니지만 이스트우드는 예의 그 투박한 따뜻함으로 에드가의 심리를 묘사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J. 에드가의 젊은 시절과 늙은 시절을 동시에 연기하고,
나오미 와츠가 에드가의 평생 비서로 나오는데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에게 영화 초반의 프로포즈는 왜 필요한 장면인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디카프리오의 파트너는 비서인 나오미 와츠가 아니라 그의 참모인 클라이드(아미 해머)다.
동성의 참모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영화는 누구보다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보여준다.
비슷한 전기영화지만 며칠 전 보았던 <철의 여인>보다는 더 잘 만든 영화.
적어도 이 영화에는 에드가가 왜 그런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한 탐구가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늙은 에드가에 집중이 안된다는 것. 분장을 해도 디카프리오는 디카프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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