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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마흔이 되는 식당 웨이트리스 지니(케이트 윈슬렛)와 해수욕장의 젊은 안전요원 미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내연 관계다. 지니의 나이 많은 남편 험티(제임스 벨루시)는 원더 휠 테마파크에서 회전목마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 ‘원더 휠’은 테마파크 이름이다. 그중에서도 험티가 운영하는 회전목마는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를 상징한다. 바로 앞의 관람차를 바라보면서도 절대 만날 수 없는 회전목마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눈 앞의 그 사람에게 빠져 허우적거린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를 봐주지 않을 때 그 사랑은 안절부절한다. 영화는 뒤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상처를 응시한다. 멀어져가는 그 사람의 냉담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격정적으로 분노하거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린다. 하지만 회전목마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끝내 서로를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캐롤라이나(주노 템플)가 지니와 험티를 찾아온다. 캐롤라이나는 험티가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딸로 마피아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간 뒤 헤어져 이젠 마피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젊은 여자다.


오갈 곳 없어 찾아온 캐롤라이나를 지니는 식당에서 일하게 한다. 서먹했던 두 사람이 조금 친해지려는 순간 두 사람은 거리에서 미키와 마주친다. 그리고 미키는 캐롤라이나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렇게 지니-미키-캐롤라이나의 회전목마 같은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원더 휠’의 인물들에겐 모두 하나씩 비밀이 있다. 그들은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비밀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순간,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지니는 40세 생일을 맞고 나서 미키가 캐롤라이나를 유혹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키는 지니와 내연 관계임을 털어놓은 뒤 캐롤라이나를 잃는다. 캐롤라이나는 지니에게 미키에 대한 속마음을 고백한 뒤 위험에 처한다.


지니가 험티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정서가 불안정해 계속해서 불을 지른다. 집을 다 태워버릴 만큼 위험한 장난에 지니는 아이를 상담사에 맡긴다. 아이는 지니의 불안정한 마음을 상징한다. 불을 지르는 것은 아이의 짓이지만 불을 지르고 싶은 마음은 지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니는 끝내 불을 지를 수 없다는 걸 안다.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녀를 구해줄 이는 아무도 없다. 회전목마는 계속해서 돌아간다. 사랑의 굴레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러간다. 그곳이 웃음과 휴가와 해방이 있는 휴양지 코니 아일랜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삶의 아이러니를 영화의 주제로 삼는 것을 즐기는 우디 앨런 감독은 전쟁이 막 끝나 활기가 넘쳐 흐르던 1950년대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가지를 배경으로 가장 처참한 사랑의 형태를 구현해냈다.


시종일관 불안정한 마흔 살의 지니를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체트에 버금가는 인생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블루 재스민' 만큼 걸작은 아니지만 아직 이 노장 감독의 감각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정도는 된다. '카페 소사이어티'에 이어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두 번째 우디 앨런 영화다. 25일 개봉.


원더 휠 ★★★☆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는다. 케이트 윈슬렛의 인생 연기.



유창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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