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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하도 시끄러워서 익숙한데 블록체인은 대체 뭔가요?"


"블록체인이 지구를 혁파한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나섰는데 블록체인은 괜찮나요?"


"비트코인 막으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키겠다는 건 자전거는 타지만 페달은 밟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요?"


"이제는 블록체인 시대네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빙산의 일부라던데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블록체인에 관한 코멘트 중 일부다. 2017년 불어닥친 비트코인 열풍이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이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스토리로 구성했다.



블록체인 도대체 누구냐 넌?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오대수 씨(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을 패러디했다). 그는 무려 15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흘러버린 세월이 억울한 오씨는 '인생 한 방'을 노리고 카지노에 간다. 세상은 베팅 잘 해서 많이 따는 놈이 다 가져가는 도박판이라고 생각하던 오씨는 어쩌면 자신에게도 운이 찾아올 때가 됐다고 믿는다. 삶이 팍팍해서인지 한국인들은 특히 베팅에 강하다. 오씨도 그렇다.


오대수 씨는 포커게임을 하려고 한다. 테이블에는 오씨를 포함해 5명이 앉았다. 그중 타짜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고, 조폭처럼 보이는 남자도 있다. 누가 어떤 사기를 치는지 알 수 없고, 알 방법도 없다. 하우스가 잘 관리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딜러가 패를 돌린다. 딜러는 카드를 나눠주면서 꽤 많은 수수료를 받아간다.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다.


카지노에서 오씨가 돈을 딸 확률은 이론적으로는 포커 참가자 수에 반비례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돈을 벌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왜? 오대수 씨는 호구니까. 주위엔 사기꾼이 득시글하니까.



돈을 거의 다 잃은 오대수 씨는 남은 돈을 들고 옆 카지노로 간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간판이 붙어 있다. "블록체인? 카지노 이름 한 번 특이하네."


오씨는 일단 칩부터 바꾼다. 칩에는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이곳이 다른 카지노와 다른 점은 카드를 돌리는 딜러가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뜯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좋았지만 오대수 씨는 궁금했다. 도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지?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각자 알아서 패를 내고 게임을 하면 됐으니까. 오씨는 포커판에 굳이 딜러가 필요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오대수 씨가 카드를 낸다. 테이블에 앉은 다른 네 명도 카드를 낸다. 그 내역을 장부에 적는다. 그렇게 10분 동안 적은 장부를 하나의 블록에 묶어 인원별로 복사해 나눠 갖는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각자 갖고 있는 블록들이 쌓인다. 그걸 묶은 것을 사람들은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영화 '타짜'의 한 장면


게임이 진행되는데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타짜가 일어나 소리친다. "다들 스톱, 어이, 거기 오대수 씨, 지금 밑장 빼기냐? 당신이 사기쳤다는데 손모가지 하나를 건다. 넌 뭘 걸래?"


오씨는 억울하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다섯 명이 일제히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장부를 꺼내 비교해본다. 카드 한 장이 비었다. 범인은 오대수 씨가 아니라 타짜다. 이제 타짜를 제거하고 다른 네 명이서 카드를 돌리기 시작한다. 과정이 투명해지자 오대수 씨가 돈을 딸 확률은 확실히 높아졌고, 사기당할 확률은 현저히 줄었다. 오씨는 즐겁게 포커를 치면서 블록체인의 위력을 실감한다. 오늘은 왠지 대박을 터뜨릴 것만 같다.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직거래'


블록체인은 '직거래'다. 중개자를 없애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다.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어가는 은행, 품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는 정부를 대체하고 직거래를 가능하게 해줄 기술이다. '비즈니스 블록체인'의 저자 윌리엄 무가야는 "그동안 우리가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한 나머지 그들이 믿음을 저버리는 경우에도 관용을 베풀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중개자 역할을 대신할까? 컴퓨터다.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있으면 밑장 빼기는 불가능하다. 계모임에서 계주가 먹고 튈까봐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본다.


블록체인에는 중앙서버가 없다. 장부를 중앙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 대신 참여자들의 수만큼 똑같은 장부를 만들어 나눠 갖는다. 디지털에서 어차피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은 의미 없다. 개개인의 컴퓨터가 모두 서버 역할을 한다.


그 전까지 보안이 어떻게 하면 해커가 중앙서버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을까 하는 방화벽 개념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역발상이다. 데이터를 암호화해 지구촌 80억명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준다. 80억개를 다 바꾸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슈퍼컴퓨터 중 절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혹시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라면 해킹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블록체인의 시초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래 아직까지 비트코인은 단 한번도 해킹당하지 않았다(최근 비트코인도 해킹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지갑, 거래소 등 주변 시스템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


보안이 거의 완벽하다는 장점 외에 블록체인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생산성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신소재 등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데 중앙처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에 효과적이기에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막강해진다. 바둑의 '고'를 떼어내고 장기, 체스 등도 마스터한 구글의 '알파 제로'에서 보듯 인공지능은 다양한 유형의 많은 데이터가 주어질수록 여러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때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해준다.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극복은 인공지능이 도와줄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적용하면 블록체인은 스스로 더 똑똑해진다. 블록체인이 알아서 상황에 맞는 '똑똑한 계약'을 학습해 제안하고 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에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은 블록체인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


시리즈 몰아보기: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1) 블록체인 누구냐 넌?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2) 막강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3) 왜 암호화폐로 시작했나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4)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5) 일곱 가지 변화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6)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다

>>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 (7) 완벽한 기술은 없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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