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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를 찾아줘]를 쓴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다크 플레이스>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리비 데이(샤를리즈 테론)는 이혼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막내딸이었습니다. 1985년 어느날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날 살해당합니다. 엄마 뿐만 아니라 두 언니도 죽어 있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오빠. 오빠 벤(타이 셰리던)은 평소 사탄을 숭배하는 여자친구 디온드라(클로이 모레츠)와 그녀의 인디언 아버지와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리비는 진술을 할 수 없었고, 오빠는 범행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로 수감되었습니다. 그렇게 28년이 흘렀습니다.


리비는 피폐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시 받은 보험금과 각지에서 도착한 성금도 이제 바닥났습니다. 그때 라일(니콜라스 홀트)이 찾아옵니다. 그는 '킬 클럽'이라는 전국의 끔찍한 살인사건에 탐닉하는 클럽의 일원입니다. 킬 클럽의 회원들은 오빠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일은 리비에게 같이 조사해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리비는 내키지 않습니다. 감옥에 있는 오빠 벤(코리 스톨)도 만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하기로 합니다. 돈을 준다고 하니까요. 생활비도 없는 형편이거든요. 그렇게 조사를 시작한 리비는 오빠와 당시 오빠의 여자친구와 인디언 아버지를 차례로 만나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공식에 충실합니다. 관객은 리비와 함께 범인을 추적합니다. 몇 가지 단서를 던져주거나 혹은 엉뚱한 단서를 흘려 판단을 유보하기도 합니다.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서 진실의 얼개가 드러날 때 그 진실은 충격적이라기보단 씁쓸합니다. 가슴 아픈 엄마의 사연과 오빠의 사연이 섞여 있습니다. 두 사연을 엮는 키워드는 '희생'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희생해가며 지키려고 한 진실 때문에 이 모든 비극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영화에는 리비와 벤이 감옥에서 나누는 두 번의 대화 장면이 있습니다. 한 번은 사형수 면회실에서 수화기로, 또 한 번은 일반 면회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합니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진행은 루즈한 편입니다만 이 두 장면은 좋았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찾아온 리비에게 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아니라 네가 갇혀있는 것 같군."


리비는 한동안 수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지난 28년 동안 사건이 일어난 엄마 방을 마음 속에서 지우려 애썼지만 결국 지우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서였겠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사건이 해결된 후 두 사람은 면회실에서 다시 만납니다.


리비: 올바른 일을 하려다 망쳐버리는 사람을 알거든.

벤: 나? 아니면 엄마?

리비: 내 얘기야.


뒤틀려 있는 것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가 애초 원하던 것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리비 가족의 경우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선택이 결국 이런 비극을 낳았습니다.


"오빠는 나를 몰라. 아는 것 같지만 아냐.

내가 오빠를 모르듯이.

엄마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은 그날 죽었어."



하지만 리비와 벤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28년의 세월이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에도 남들과 달랐던 오빠는 감옥에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목인 <다크 플레이스>는 리비가 28년 동안 간직한 트라우마인 동시에 벤이 어린 나이부터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였습니다. 오빠는 그 기간을 사랑으로 버텼고, 리비는 이제야 비로소 다크 플레이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재가 무거운 탓인지 영화에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과 오빠 벤 역을 맡은 코리 스톨의 연기는 참 좋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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