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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등 감수성 충만한 영화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제작사 워킹 타이틀과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등으로 천재성을 입증한 뒤 연극과 영화를 오가고 있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다시 만났다. <빌리 엘리어트>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14년 전처럼 이번에도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브라질 빈민촌 아이들의 모험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빌리 엘리어트> 만큼의 감수성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빛만큼은 살아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인기작으로 등극한 뒤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트래쉬> 이야기다.


브라질 빈민촌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살아가는 세 소년이 있다. 매일 도시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트럭으로 배달돼 공터에 쌓이면 아이들은 거대한 쓰레기산을 올라 그중 돈 될만한 물건을 찾는다. 어느날 하파에우(릭슨 테베즈)는 쓰레기 속에서 지갑을 줍는데 그 속에는 돈과 함께 편지, 암호처럼 보이는 숫자가 적힌 사진이 들어 있다. 다음날 경찰관 호세(와그너 모라)가 찾아와 지갑의 행방을 묻자 그는 본능적으로 모른다고 답한다. 경찰에게 고문당하고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은 하파에우는 지갑 주인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친구 가르두(에두아르도 루이스), 라투(가브리에우 와인스타인)와 함께 지갑 주인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트래쉬>는 아이들의 눈을 빌린 사회고발 영화다. 아이들을 쫓는 자는 범죄조직과 결탁한 경찰이다.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액션 영화 <엘리트 스쿼드>를 비롯해 브라질 영화에서 경찰이 타락한 악역으로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브라질 사회엔 내년 올림픽에서 손님 맞이를 걱정할 정도로 치안 문제가 심각하다. 영화 제목인 ‘트래쉬’는 아이들이 매일 출근하는 쓰레기장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패한 경찰 등 브라질 사회 전반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래쉬>를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또다른 영국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그 영화도 감독은 영국인 대니 보일이지만 인도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인도인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 나라의 빈부 격차 문제와 사회 부조리를 다루면서도 감독이 외부인인 만큼 깊은 고민을 담았다기보단 일종의 판타지로 정의가 권력을 누르는 세상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트래쉬>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아이들은 감독의 전작인 <빌리 엘리어트>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소년처럼 극심한 성장통을 겪지 않는다. 그대신 직설적으로 아이들의 우정, 모험과 정의를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선교사 줄리아드(마틴 쉰)과 올리비아(루니 마라)는 조력자 역할에 머무는데 이는 브라질 소년들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소년탐정단처럼 암호를 풀어가고 그 모험의 끝엔 이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사회의 부패를 고발해 시민봉기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바카스 스와루프의 베스트셀러 소설 ‘Q&A’를 원작으로 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트래쉬> 역시 2010년 출간된 앤디 멀리건의 소설 [안녕, 베할라]를 원작으로 <어바웃 타임>의 감독 리차드 커티스가 각본을 썼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처럼 <트래쉬> 역시 실화는 아니니 부담없이 아이들의 모험담에 빠져보시길.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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