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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크로넨버그의 2014년작 <맵 투 더 스타>에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한물 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여배우 하바나(줄리안 무어), 하바나의 테라피스트로 여동생과 결혼한 스태포드(존 쿠색), 스태포드의 아들로 제멋대로인 인기 아역배우 벤지(에반 버드), 하바나의 조수이자 스태포드의 딸로 얼굴에 화상을 입고 늘 검정색 긴 장갑을 끼고 다니는 소녀 애거서(미아 와시코프스카), 애거서와 리무진에서 만나 사귀는 사이가 되는 리무진 기사 제롬(로버트 패틴슨) 등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 무대는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이 넘실거리는 할리우드. 영화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퍼즐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갑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애초 퍼즐맞추기에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듯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그것은 영화 속에 계속해서 언급됐던 '근친상간'입니다.


<맵 투 더 스타>는 어떤 특이한 가족에 관한 영화입니다. 집에 불을 지른 딸이 있고 그 딸을 정신병원에 가둔 부모가 있습니다. 그 부모는 남매지간이었고 그래서 딸도 남동생과 결혼하고 싶어합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런 소재는 잘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가 영화를 위한 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 가족이 실제 있어서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려했다기보다는 할리우드의 막장스런 뒷모습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이런 소재를 택한 것 같다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스타들은 툭하면 누가 누구와 잤다 혹은 자고 싶다는 대화만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전부 다 근친상간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또 이런 요소들은 영화 속에서 애거서가 계속 낭송하는 시인 폴 엘뤼아르의 '자유'와 대비를 이룹니다.



브루스 와그너가 10년 전에 썼다는 각본은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가 끝내줍니다. <스틸 앨리스>에서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연기보다 <맵 투 더 스타>에서 자유분방하고 질투심 많고 조울증에 걸린 듯한 여배우 연기가 훨씬 더 그녀답습니다. 화장실에서 미아 와시코프스카와 대화를 나누면서 방귀를 뀌어대는 장면은 아마 어떤 여배우도 선뜻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준 것이 이해되더군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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