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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고 심리학자 서은국은 긴 연구결과의 끝에 썼다. 설날 연휴, 막히는 도로에 짜증을 낼지언정 기어이 고향으로 내려가고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결국 행복을 향해 가는 길일 것이다. 만약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영화로라도 대리만족해보는 건 어떨까? 군침이 사르르 도는 맛있는 음식영화 네 편을 추천한다.




1. 아메리칸 셰프


인기 레스토랑의 셰프 칼(존 파브로)은 자신의 요리에 악평을 쓴 음식 평론가에게 악담을 퍼붓다가 레스토랑에서 쫓겨난다. 좌절한 칼에게 전부인은 '푸드트럭'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푸드트럭은 인기를 얻고 앙숙 평론가가 그를 다시 찾아온다.


영화엔 최고급 요리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다양하게 등장해 침샘을 자극한다. 카메라는 재료를 골라 손질하고 조리해 하나의 요리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담는다. 여기에 달궈진 팬, 재료를 다지는 도마가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군침을 돌게 한다. 버터를 바른 빵에 치즈를 녹인 그릴 치즈 샌드위치, 밤새 낮은 온도의 불로 익혀 만든 바비큐를 넣은 버거, 마늘향과 올리브오일의 환상조합인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아들 퍼시와 함께 먹는 뉴올리언스 베네까지. 보는내내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푸드트럭 운동의 창시자인 한국계 셰프 로이 최가 제작에 참여했다. 트위터와 바인 등 SNS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2. 해피 해피 브레드


“이런 삶을 꿈꿔왔거든요. 원하는 장소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요.”


음식이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본영화가 있다. 북적한 도시에 살다가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로 내려온 리에와 미즈시마 부부는 카페를 열어 매일 아침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여자, 엄마가 떠나 괴로워하는 소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부 등이 찾아와 정성 가득한 음식을 맛보면서 치유를 경험한다. 그 음식들은 밭에서 바로 딴 토마토와 루콜라를 얹은 피자, 프랑스식 시골 빵 캉파뉴, 김이 모락 피어나는 호박수프 등이다.


도시인들이 갖는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을 영상으로 옮긴 이 영화 속 유리공예가의 작업실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하고 싶을 땐 하고 싶은 일을!’ 맑은 공기 속에 살면서 제철재료를 먹고 느긋하게 산책하고 이웃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는 삶. 가장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기엔 가장 어려운 삶이 부럽다면 영화 속 빵으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보자.




3. 딜리셔스


영국 영화 제작사 ‘워킹 타이틀’ 출신 여류작가이자 감독인 태미 라일리 스미스의 데뷔작이다. 감독, 배우 모두 낯설지만 영화의 느낌 만큼은 낯설지 않고 따뜻하다.


자크(니코 로그너)는 위대한 요리사 빅터의 프랑스 식당에서 요리를 배우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하지만 빅터는 그를 냉대하고 설상가상으로 강도를 당해 무일푼이 된다. 그는 다시 빅터를 찾아가 칼을 들고 자신을 고용하지 않으면 죽겠다고 협박하는데 진심이 통했는지 결국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자크가 이사한 아파트 아래층엔 스텔라(루이즈 브리얼리)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그녀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여자로 거식증이 있어 외식을 혐오한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자크가 만든 음식을 스텔라가 모두 거부하면서 자크는 그녀를 떠날 결심을 한다. 외로운 두 남녀 사이의 소통을 프랑스 요리를 통해 풀어낸 깔끔한 로맨스 영화다.




4. 줄리 & 줄리아


2012년 타계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제 노라 에프론 감독의 유작으로 요리와 삶에 대해 소박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뉴욕에 사는 줄리(에이미 애덤스)는 911 테러 이후 유가족들의 피해보상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하루종일 힘든 사연을 듣느라 지친 그녀의 유일한 낙은 집에서 요리를 만드는 것. 그녀는 1950년대 프랑스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책 속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로 결심하고 365일 동안 524개의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는 ‘줄리/줄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줄리는 토마토 브루스케타, 만들기 까다로운 수란, 살아있는 두 눈을 똑바로 봐야 하는 랍스터 요리 등을 하나씩 만들어나간다.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고기육즙으로 만든 프랑스식 젤리 아스픽은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 이 과정 사이에 영화는 50년 전으로 돌아가 미국인 줄리아(메릴 스트립)가 프랑스에서 요리책을 쓰는 과정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줄리의 블로그는 큰 인기를 얻고 팬들이 생겨나고 요리책을 내자는 곳이 줄을 선다. 실제 2005년 있었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줄리는 요리 뿐 아니라 인생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줄리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50년을 사이에 둔 멘토지만 줄리아는 곧잘 유용한 조언을 해준다. “프라이팬 위에서 뭘 뒤집을 땐 자신감을 가지세요! 잘 뒤집어지지 않으면 어떤가요, 보는 사람은 나 뿐인데!” 줄리아의 이 조언은 설날 부침개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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