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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멋진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2007년작인데 한국에선 개봉하지 않았더군요. 제목은 <프랙쳐(Fracture)>. '분열' '부러뜨리다' '골절' 등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이 제목은 추상적입니다. 차라리 일사부재리 원칙을 의미하는 'Double Jeopardy' 같은 제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제목으로는 이미 애슐리 주드 주연의 영화가 강렬하게 남아 있긴 하네요.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 사람은 한국영화 <동감>과 비슷한 <프리퀀시>를 만들었던 감독이죠. 에드워드 노튼의 섬뜩한 연기로 유명한 <프라이멀 피어>가 데뷔작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그의 나이 49세. 늦깎이 데뷔인 셈인데 그전까지는 TV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다크 엔젤>과 <프랙쳐>까지 놓고 보면 '감성 반전 스릴러'가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 영화로 들어가 봅시다. 영화는 두 가지를 주목할 만합니다. 첫째는 라이언 고슬링과 안소니 홉킨스의 대결입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한니발 시절의 아우라를 그대로 가져왔고, 라이언 고슬링은 <드라이브>나 <온리 갓 기브스> 등 강렬한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얻기 전 풋풋한 모습의 검사로 등장합니다. 승률 97%로 승승장구하던 검사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한 노련한 범죄자에게 휘말리는 상황에서 특히 안소니 홉킨스의 아우라가 긴장감을 끌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둘째, 이 영화의 각본입니다. 대니얼 파인이 스크립트를 썼는데 그는 <애니 기븐 선데이>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등의 시나리오 작가였습니다. <프랙쳐>의 시나리오가 특이한 것은 초반 약 17분 동안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굉장히 모험적인 선택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주인공이 처음에 안나오는 영화가 있었는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주인공이 나오지 않으면 관객의 집중력은 흩트러집니다. 혹은 이 사람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하며 속은 기분이 들 겁니다.


그런데 <프랙쳐>는 나중에 주인공이 등장할 때 이야기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첫 17분 간 사건을 보여줬으니 이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겠구나 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할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배가 됩니다. 영화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조여갑니다. 그리곤 마지막에 반전으로 마무리합니다.


숨막히는 스릴러 <프랙쳐>를 보기 전에, 한 사건으로 두 번 기소할 수 없다는 'Double Jeopardy', 살인미수의 상위 범죄인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은 'Double Jeopardy'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캘리포니아주는 안락사(존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미국에선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주만 허용) 등 법률적 상식을 미리 알고 보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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