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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유럽의 북쪽 끝.

핀란드 지도를 펼쳐놓고 한참 위로 올라가야 찾을 수 있는 곳.

예로부터 사미 원주민들이 야생 속에서 살아왔던 곳.

라플란드 이발로에서 본 풍경입니다.


눈덮인 스키장에 노을이 지면 세상에는 흰색과 붉은색만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영하 25도의 추위 속에서 찬바람이 얼굴을 강타하지만

이 광경을 보고 도저히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가 세상의 끝이고 어디부터가 시작인지

텅 빈 스키 리프트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살아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미의 극치.

해가 지고 나면 오직 빛을 머금은 가로등만이

여행객을 위해 길을 밝혀줄테지요.



자연은 결코 아름다움을 뽐내고자 이 광경을 만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잠깐 해가 뜨는 한낮에도 매서운 추위는 모든 것을 얼려버립니다.

첨벅첨벅 눈 속을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집니다.

온몸을 꽁꽁 싸맸지만 미쳐 싸매지 못한 콧속에 살짝 고드름이 생겨

코를 자주 마사지 해줘야 합니다.


시린 손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지요.

인간의 과학이 만들어낸 고화질 사진은 인간의 오감 앞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노을을 바라봤습니다.

뇌 속에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요.

여행자에게 허락된 것은 아주 짧은 순간 뿐이니까요.


내가 본 것을, 이 광경을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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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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