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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자야할까"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일단 의식주가 해결돼야 관광이든 출장이든 해낼 수 있을테니까요. 잠자리가 힘들면 다음날 하루가 괴롭습니다. 가뜩이나 시차 적응도 쉽지 않은데 잠이라도 푹 자야겠지요.


가장 편한 곳은 물론 호텔일 것입니다. 그런데 호텔은 비쌉니다. 특히 뉴욕, 파리, 런던, 취리히, 스톡홀름, 오슬로 같은 물가 비싼 도시에서 호텔을 예약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좀더 저렴한 숙소를 찾게 됩니다. 가급적 위치도 시내와 가까우면 더 좋겠지요.


한인민박은 대부분 좋은 위치에 있지만 시설이 열악합니다. 일부 한인민박은 유학생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 거실에 칸막이를 쳐놓고 방이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또 대부분 방음시설이 없어서 옆방에서 하는 말이 다 들립니다. 밤에는 샤워 한 번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로 숙박을 해결합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짧지만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에어비앤비(airbnb.com)는 글로벌 숙박 공유 사이트입니다. 숙박 공유 모델을 처음 제시한 회사로 전세계에서 이용자도 가장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다녀본 에어비앤비 숙소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파리입니다. 2011년 9월 파리 북동쪽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 묵었습니다. 첫 에어비앤비 경험이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아파트를 찾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저를 반겨준 사람은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었는데 파리 토박이라면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분이나 저나 영어실력이 비슷해서인지 오히려 더 대화가 잘 됐습니다. 인사동에서 가져온 작은 기념품을 선물로 주니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죠. 이곳은 고층 아파트여서 전망이 판타스틱했습니다. 발코니에 서면 에펠탑의 블링블링 쇼를 매일 밤마다 볼 수 있었으니까요. 또 아침마다 신선한 빵과 밀크티로 식사를 차려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세계 각지서 오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번째는 맨체스터입니다. 이 아파트의 주인은 게이 커플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남자의 생활주기가 정반대로 달라서 낮과 밤에 각각 다른 사람이 있더라고요. 덕분에 두 사람과 각각 따로따로 대화를 나눴지요. 두 사람 모두 자기 집처럼 쓰라며 편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 마음대로 꺼내 먹고 요리를 해도 된다고요. 아무래도 남자 둘이 사는 집이라서 그런지 지저분했습니다. 게이 커플이라고 막연하게 정리정돈 깔끔하게 해놓고 살 거라고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똑같습니다. 단, 발코니에 화단은 정리가 잘 돼있었어요. 발코니에 서면 밖으로 맨체스터 시티 경기장의 아름다운 아치가 보였습니다. 두 남자 모두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도 저를 위해 경기장 가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세 번째는 2013년 로마입니다. 제가 묵은 곳은 낡은 옛날식 건물의 3층에 있는 작은 방이었습니다. 유럽에만 있는 오래된 수동식 엘리베이터에 캐리어를 싣고 낑낑대며 올라갔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방을 열어주었습니다. 욕실이 딸린 작은 침실이었는데 창문을 열면 화사한 꽃이 자란 화분이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방이 작아서 조금 불편하긴 했습니다만 그럭저럭 지낼만한 곳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이 방을 여행객들 전용으로 내주고 그 옆집에서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는 베네치아입니다. 산타루치아 기차역에 내려 아름다운 스칼치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두 번째 골목 중간에 있는 집이 바로 제가 묵었던 곳입니다.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서 창문에 서서 인터넷을 해야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족스러웠습니다. 침실 벽이 클림트 그림에 맞췄는지 노란색 세로 줄무늬 벽지로 되어 있는데 웬지 로마에서 묵었던 방의 벽지 모양과 비슷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탈리아인들이 선호하는 색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옆집에 살고 계셨는데 아침마다 식사도 차려주시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친절하게 물어봐주셨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할 때마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고 거절하셨는데 떠나는 날에는 잠시만 기다려 보라더니 저렇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신 귀염성까지 갖추셨어요.






다섯 번째는 다시 파리입니다. 이번에는 파리 동쪽 외곽에 위치한 집 전체를 빌렸습니다. 정확히는 파리가 아니고 일드프랑스의 생망데 지역입니다. 인근에 방센느 숲이 있어서 한적한 곳인데 지하철로 2정거장만 가면 파리의 나씨옹 광장에 갈 수 있습니다. 바스티유까지 5정거장, 시청까지 7정거장이면 됩니다. 집 주인은 런던에 있다며 열쇠가 있는 곳을 메일로 알려주었습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새롭게 꾸민 벽난로 있는 집이 나타났는데 마치 콘도에 놀러온 것처럼 자유롭더군요. 주변은 주택가여서 지나가다보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들렸습니다. 제대로 여유롭게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여섯 번째는 2014년 시카고입니다. 시카고는 디자인의 도시답게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묵은 곳은 제시카의 집인데 그녀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아담하게 지은 2층 건물의 2층이 그녀의 집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제시카는 친구 결혼식 때문에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대신 그녀의 남자친구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그 역시 아주 친절해서 내 집처럼 편하게 쓰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인테리어가 예쁜 집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천정에 하늘을 향해 뚫린 공간이 있어 매일 아침마다 지붕으로 햇빛이 직접 들어와 집 안을 비추는데 한국의 건축물도 이렇게 자연친화적인 배려가 있다면 정말 좋겠더군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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