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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족구왕>이 개봉한단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일본 청춘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여교사가 중학교 남학생들을 배구로 뭉치게 하는 <가슴 배구단>, 생초보 고등학생들의 소프트볼 도전기 <소프트 보이즈>, 예쁜 여교사를 쫓아 수중발레단에 들어간 남고생들의 <워터 보이즈>, 릴레이 마라톤을 준비하는 오합지졸 대학생들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등 일본엔 특히 스포츠를 소재로 한 청춘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성치의 <소림축구>도 물론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족구왕>은 둘 사이를 흥미롭게 오갑니다. 판타지에 빠져 있는 듯한 일본 청춘영화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많이 오버하는 <소림축구>보다 자제해 필요할 때만 '한방'을 넣어줍니다.


2. 배경은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인데 정작 우문기 감독은 홍익대에서 영상영화를 전공했더군요. 제작사인 '광화문 시네마'가 <1999, 면회>를 만든 김태곤 감독과 우 감독이 함께 설립했다는 것을 보면 중앙대 출신인 김태곤 감독이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족구왕>은 즐기는 영화입니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착하고 명랑한 청년 홍만섭(안재홍)이 시종일관 영화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관객은 포레스트 검프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만섭의 족구 여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는 교훈을 주려 시도합니다. 그냥 더 즐겼어도 됐을텐데 자꾸만 세상과 엮으려고 하니 오히려 엇나가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만섭이 서안나(황승언)에게 영어로 고백하는 장면은 불필요했습니다. 어차피 엔딩에서 두 사람은 사귀지도 못할텐데 그 긴 장면이 얻어낸 게 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4. <1999, 면회>에 이어 주연을 맡은 안재홍은 순박한 이미지 만큼이나 연기도 잘하네요. 황승언이라는 여배우는 이 영화로 벌써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고 있군요. 저는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다시마 청년' 박창호 역의 강봉성에 눈길이 갔는데 참 독특한 마스크입니다.


5. 결승전에서의 족구 장면은 아마도 대부분 CG일 듯한데 만화 같아서 더 멋졌습니다. 클라이막스는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6. 마지막으로 엔딩. 결승전 끝난 다음에 불필요한 에필로그가 너무 많습니다. 다 쳐냈으면 더 깔끔했을텐데 잔소리하는 복학생처럼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아쉽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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