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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호구>는 <미녀는 괴로워> 같은 신체 변형(?) 영화의 남성 코믹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고, 독립영화 진영에서 보자면 <에이리언 비키니>를 잇는 또하나의 기발한 섹시 코미디입니다. 이 장르의 독립영화들은 이후로도 주욱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저예산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시선을 잡아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숫호구>는 그런 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대학생 MT에서 다들 짝을 지어 노는 가운데 주인공만이 홀로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의기소침하고 우울한 남자가 아니라 발랄하고 요란법썩인 캐릭터입니다. 거기서부터 호기심이 생깁니다.


가족끼리 한 마디 대화없이 밥을 먹으면서도 자막으로 가상의 대화를 넣는 기발함, 노트북 엔터키 몇 번으로 아바타가 생성된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계속 웃음 소재를 제공합니다.


다만 웃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필요없는 장면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원 씬 원 테이크로 깔끔하게 전개되다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면서부터는 절제하지 못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지저분할 수 있었던 소재를 불편하지 않게,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었지만 홈무비처럼 보이지 않게, 또 남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보여준 것은 이 영화의 성과입니다.


이상하게도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백승기의 모습을 보면서 찰리 채플린이 떠올랐습니다.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화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연기하는 모습이나 얼버무리는 말투가 비슷합니다. 심지어 극중 여자배우를 대하는 태도까지 닮았어요.


실제로 참조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찰리 채플린이 되고 싶다면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출을 조화시킬 방법을 좀더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배우가 애드립을 지나치게 치고 있는데 편집된 영화에서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개별 장면의 재미만큼 전체적인 톤을 더 고려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숫호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뒷얘기가 더 궁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NG 장면을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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