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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꾸밈없고 장난기 가득한 27세의 프란시스는 댄서가 꿈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댄싱 컴퍼니에서 객원 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계는 막막합니다. 집세 낼 돈이 없어서 이 집 저 집 옮겨다녀야 합니다. 베스트 프렌드 소피는 어느날 남자를 만나서 일본으로 떠나겠다고 합니다. 기대를 걸었던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단장은 예산이 부족해 프란시스를 빼겠다고 하네요. 그대신 임시로 사무직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댄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스물 일곱. 대학은 오래 전에 졸업했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정착해가는 나이. 댄서가 되고 싶고 가끔 하고 있고 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누군가 "직업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면 진짜 댄서라고 말할 수는 없는... 그런 막막한 현실. 그러나 프란시스는 천성적으로 밝은 여자입니다. 웃으면 윗입술을 보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에너자이저입니다. 그녀는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 음악에 맞춰 힘차게 거리를 질주하고, 파리의 아파트를 빌려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즉흥적으로 주말에 1박 2일 일정으로 프랑스로 떠날 만큼 하루하루 자신의 감정에 충실합니다. 세금 환급으로 생긴 돈으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다가 식당에서 직불카드를 안 받는다고 하자 현금인출기를 찾아 도시를 헤매기도 합니다.


영화는 예술가를 꿈꾸는 27세 여자의 현재를 특별한 기교 없이 보여줍니다. 프란시스 역할을 맡은 그레타 거윅의 매력만으로 86분의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의 리듬을 타고 그녀의 청춘을 응원하게 됩니다. 해맑되 (박카스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슬프되 (한국 독립영화처럼) 침잠하지 않습니다. 흑백화면은 마치 그녀가 옛날 영화 속에 살았던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노스탤지어 효과가 있는데 그 덕분에 영화는 이것이 지금 냉혹한 현실 속 이야기라는 것을 잊게 해줍니다.


그녀의 이름은 프란시스 할러데이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이 <프란시스 하>가 된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설명됩니다. 그녀는 새 집의 우편함에 맞게 긴 이름을 접습니다. 이는 그녀가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규격에 맞는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그런데 프란시스의 표정이 여전히 밝은 걸 보니 영화의 결론이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군요.


영화의 각본은 노아 바움바흐 감독과 그레타 거윅이 자신들의 경험을 녹여서 함께 썼다고 합니다. 취업준비생이 넘쳐나는 한국에도 <프란시스 하>처럼 설득하지 않고 녹아들게 하는 영화가 만들어져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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