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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벌써 66만 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사실 이해는 돼요. 사람들이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그런데 잘 만들었다고는 말 못하겠군요.


무엇보다 각본이 좋지 않습니다. 복선을 제대로 쓰지 못해 스쳐지나가면서 소비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암스테르담 여행은 서정적인 무드를 자극하는 것 외에 무슨 기능이 더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가뜩이나 긴 러닝타임을 낭비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들뜬 마음으로 기대감을 이미 최대치까지 끌어올렸으니 그쯤에서 정리했다면 훨씬 좋았겠지요. 안네 프랑크의 집은 뜬금없는 사족 같았어요. 중요한 연결고리였던 피터 반 호튼은 그다지 울림을 주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결국 그냥 글 잘 쓰는 대필가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죠.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선을 과잉 자극합니다. '오케이'를 주고받으며 전화를 끊지 않는 커플처럼 영화도 동어반복이 계속되지요. 감독이 할 일은 적정선을 찾아 최대한 잘라내는 건데 아마도 두 사람이 별이 될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해는 됩니다. 왜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점이 높은지.


일단, 암스테르담 여행은 근사합니다. 유럽에 대한 로망을 키우기 좋을 만큼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요. 또, 그동안 아픈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는 주로 가족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졌는데 이 영화는 소년과 소녀의 로맨스가 중심이죠. 소년과 소녀의 가족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늘 벗어나 있습니다. 로라 던이 엄마로 나오는데도 말이죠.


멜로드라마라고 하기엔 가볍고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무거운 이야기. 호스피스 영화라고 하기엔 가볍고 틴에이저 영화라고 하기엔 무거운 이야기. 굉장히 애매한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영화입니다만 영화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적정선을 찾았어요. 가벼움 속에서 찾은 무거움,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남겨놓는 명대사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헤이즐(쉐일린 우들리)과 어거스터스(앤설 엘고트)는 어느날 종교단체의 암환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집니다. 만남 자체도 평범하고 두 사람의 인생이라고 해봐야 헤이즐은 어릴 적부터 투병해왔고, 어거스터스는 한때 농구를 했던 것 외에 별다른 게 없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병과 싸워왔기에 죽음을 친숙하게 느낀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같은 책에 끌립니다. 그 책의 저자를 만나고 오면 자신들이 싸워왔던 인생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저자는 그들이 기대하던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술주정뱅이에 환자를 모욕하는 예의없는 남자였습니다. 결국 답은 그들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0과 1사이에는 수많은 숫자들이 있습니다. 0.1, 0.11, 0.121...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숫자들입니다. 헤이즐에게 인생은 0과 1 사이입니다. 한 사람의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그 속에 영원이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싶었던 어거스터스 역시 뒤늦게 그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는 피터 반 호튼(윌렘 데포)에게 대필을 부탁한 추도사에서 그 사실을 고백합니다.



쉐일린 우들리와 앤설 엘고트는 이 영화 이후 <다이버전트>에도 함께 나옵니다. 쉐일린 우들리는 제니퍼 로렌스 느낌이 조금 나는데 이 영화에서도 묘한 중성적 매력이 있습니다. 앤설 엘고트는 첫 등장엔 아주 느끼한 눈웃음을 지었는데 알아갈수록 괜찮은 해바라기형 남자로 그려집니다.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 만하죠.


한마디로 달달한 밀크쉐이크에 소금 약간 넣은 것 같은 영화입니다. 이미 단 음식에 소금 넣으면 오히려 더 달게 느껴지잖아요.


원제는 '잘못은 우리 별에'인데요. 우리 별이라면 태양을 말하는 건가요? 과학적으로는 잘못 지은 제목이지만 그럴 듯하긴 하네요. 뭐,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그런 식이니까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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