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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노부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수영을 함께 하고 미술관을 좋아했습니다. 어느날 멕시코 휴양지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던 중 남편이 익사합니다. 홀로 남은 여자 니키(아네트 베닝)는 딸과 함께 단둘이 살면서 남편 가렛(에드 해리스)을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5년 동안 니키는 수영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렇게 좋아하던 미술관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넓은 집을 옮기지도 않았고 남편과 함께 한 가족 사진은 그대로 액자로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은 죽었지만 그녀는 남편을 완전히 떠나 보내지 못했습니다.


니키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팔리지 않는 집을 그럴 듯하게 꾸며주는 일을 합니다.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이죠. 새로 꾸며 놓으니 집을 보러 온 손님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의 뒷모습이 죽은 남편과 닮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문득 미술관에 다시 가보고 싶어집니다.


미술관에서는 '과거로의 회귀' 기획전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니키는 일반전시를 선택합니다. 미술관을 나오는데 벤치에 낯익은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죽은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막 벤치에서 일어나려 합니다. 니키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그를 따라갑니다. 그의 뒤를 좇아 '과거로의 회귀' 전시를 보게 됩니다. 이제 그녀의 인생은 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 남자는 톰(에드 해리스)이고, LA의 한 대학의 미술 교수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자에게 톰 역시 끌립니다. 톰은 10년 전 이혼하고 전부인을 친구 삼아 혼자 살고 있습니다. 심장병을 지병으로 앓고 있던 그는 처음으로 가슴이 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톰은 니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와의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녀와 첫 저녁 식사 데이트를 한 곳은 그녀가 전남편과 자주 갔던 일식집이었고, 동네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의 이웃친구 로저(로빈 윌리암스)를 그녀는 톰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를 어느 순간부터 톰이 아닌 가렛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왜 자신을 전남편과 동일시하고 있는지 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멕시코에서 오해는 풀립니다. 니키는 기어이 그를 멕시코 휴양지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톰은 니키와 가렛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니키는 도망치려 하지만 톰이 붙잡습니다. "나를 사랑하긴 했던 거요?" 톰이 묻습니다. "둘 다 사랑했어요." 니키가 대답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남자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각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기적으로 사랑했고 그 감정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니키는 톰에게서 죽은 가렛을 찾으려는 자기 자신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고, 톰은 그녀의 사랑의 실체를 알고 나서 그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영화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니키는 가렛과 톰을 추억할 때 이제 어떤 얼굴을 떠올리게 될까요? 톰이 마지막으로 남긴 니키를 그린 그림은 자신의 사랑과 그녀의 사랑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가렛이 죽은 이후 한 번도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한 니키를 위한 톰의 선물입니다.


아네트 베닝은 주름이 가득하지만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에드 해리스와 함께 눈빛 만으로도 전달되는 베테랑다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에드 해리스는 로빈 윌리암스보다 실제로 겨우 1살 많은데 겉보기에는 10살 이상 차이날 정도로 늙어 보이더군요. 연기력으로 외모를 커버하고 있습니다만 화면 가득 잡힌 얼굴의 주름살에 더 눈이 갔습니다. <페이스 오브 러브>는 로빈 윌리암스의 유작입니다. 로빈 윌리암스는 니키를 짝사랑하던 이웃 친구 로저 역할로 아주 적은 장면에만 등장하는데 비중이 너무 작아 아쉽더군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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