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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문제는 호세라는 아이였어요

수아는 그나마 괜찮아요. 그런데 호세라는 아이. 엄마(전미선 분)가 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왠지 감정이입이 잘 안 되더군요. 이름이 호세라니. 스페인계 이름 같기도 하고 왠지 이질감이 드는 거에요. 나와는 너무 다른 아이 같은 이름. 그래서 저 아이를 꼭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순간 주희(문정희 분)가 아이들을 공격하거나 말거나 큰 관심이 사라졌어요. 앗, 영화의 가장 큰 트릭을 말해버렸군요.


헬멧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헬멧 아저씨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잖아요. 택배 사원, 치킨 피자 배달원 등등이요. 폭주족이라면 간지 안난다고 헬멧 따위는 쓰지 않으니 오히려 헬멧 아저씨 만큼 두렵지는 않겠죠. 어쨌든 아파트에 사는 우리들은 헬멧 쓴 사람을 볼 때마다 사실은 조금씩 겁이 납니다. 딩동 하는 소리가 반갑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택배 아저씨가 착불 요금 받는다고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을 때면 어딘가모르게 게름칙하죠. 영화는 우리 안의 그런 순간들을 끄집어내 증폭시켰습니다. 작은 공포심에 확성기를 들이댔습니다.


반전이 망쳤다

그래요.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이 나오는 순간 긴장감이 풀이며 맥이 빠졌습니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형이 결국 맥거핀이었다니요. 그런 형은 실제로 있을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주희 아줌마는 글쎄요. 좀 억지잖아요. 다른 소재였다면 그럴 듯한 반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 이 영화가 긴장감을 조성해온 방식은 실제 있을 법한 우리 아파트 이야기였거든요. '이렇게까지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영화는 산으로 가는 거에요. 안타깝습니다.


불에 타죽었다고?

주희는 결국 불에 타죽어요. 고급 아파트의 스프링클러가 그렇게 늦게 작동하다니 참 이상하죠? 불 태우는 건 그럴듯한 아이디어였어요. 주희의 집에 대한 집착은 불타는 집과 함께 최후를 맞이할 법도 해요. 시종일관 아파트만 보여줄 만큼 한국사회의 아파트에 대한 욕구에 포커스를 맞췄으니 그럴 듯한 엔딩이죠. 영화 속 많은 악당들이 불에 타 최후를 맞이합니다. 불은 사건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주거든요. 그런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기도 전에 불에 타죽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게 고급 아파트가 말이에요. 아예 스프링클러를 고장내놓고 전부 불태워버렸으면 어땠을까요? 제작비 초과인가요?


아파트에 누군가 살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은 주희 딸의 나레이션이에요. "아파트 집집마다 떠돌아다니며 누군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빈틈 찾는 것이 숨바꼭질의 술래 찾는 것만큼이나 쉬운 영화지만 영화가 캐치해낸 아이디어는 높이 사줄 만해요. 중산층의 로망에서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그러나 여전히 갖고 싶은 애증의 대상이 된 고급 아파트. 영화는 그 고급 아파트를 놓고 계급이 나눠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요. 사다리를 타고 고급 아파트로 갈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렇게 뺏기라도 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주희는 한 가지만 알고 다른 건 몰라요. 그런 고급 아파트는 관리비가 꽤 비싸다는 사실을. 그런 생활을 유지하는 게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죠.


물론 영화는 만능이 아니에요

모든 걸 담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거죠. 그저 그런 싸이코스릴러로 끝나버려서 너무 허탈하네요. 형의 정체를 뒤집지 말고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확장해 갔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헬멧을 쓴 형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죠. 더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용두사미로 끝나버려 아쉬운 영화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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