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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지 않을 것이다. 꿈과 인생을 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물건을 찾아 우리에게 올 것이다."

1990년대 뉴욕 매디슨가의 광고쟁이들은 이런 모토를 내걸었다. 일명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의 시작이다.


이후 뉴욕 마케터들은 삶의 목표와 이상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비록 자기가 그런 삶을 살 수 없더라도 그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물건을 사용함으로서 그들이 표방하는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디다스가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이케아가 "아직도 그냥 살기만 합니까"라고 묻고, 현대차는 "새로운 생각이 가능성을 연다"고 읊조린다. 상품은 뒤로 숨고 구호는 늘어난다. 사람들은 구호가 주장하는 추상적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제품을 소비한다.


2009년에 만들어져 뒤늦게 국내 개봉하는 영화 <수상한 가족>(원제는 The Joneses)은 그 추상에 실체를 부여한다. 즉, 수많은 브랜드들이 주장하는 삶을 실제로 구현한 가족이 나의 옆집으로 이사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브랜드들이 주장하는 모든 가치를 이해하고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 눈에 완벽하게 보이면 그걸로 족하다. 그들을 따라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그때부터 마케팅은 스스로 진화할테니까. 영화는 그것을 '파급효과'라고 부른다.


그래서 여기 거짓 가정이 만들어진다. 일명 '존스' 가족의 탄생이다. 그들의 임무는 부자 동네의 사교모임에 침투해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 우리동네에 등장한 가족 PPL이다. 아빠 역할을 하는 스티브(데이빗 듀코브니 분)는 골프 클럽, 자동차를 팔고, 엄마 역할의 케이트(데미 무어 분)는 주부들에게 옷, 스마트폰, 주방가구, 요리세트 등을 팔고, 딸 역할의 젠(엠버 허드 분)은 학교 친구들에게 립스틱, 패션 아이템을 팔며, 아들 역할의 믹(벤 홀링스워스 분)은 친구들에게 선글래스와 자동차를 판다. 잘 생기고 예쁜 그들은 그저 친구들을 사귀고 좋은 물건을 쓰면서 "이게 어디건데 참 좋더라"는 말 한 마디만 건네면 된다. 또 세일즈를 대신해 줄 우리 주변의 영업사원 - 친구 많은 아이나 골프 레슨 강사 혹은 사교계의 여왕 - 을 찾아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 그들이 물건을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영화의 플롯은 그러나 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한 길을 택한다. 수많은 PPL을 너무 당연하게 써먹었으면서도 결국 영화가 도착하는 지점은 "인공적으로 보이는 이 가족에게도 진짜 사랑이 있다"는 것. 스티브는 이 생활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가짜 남편과 거리를 두던 케이트는 점점 스티브에게 끌린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효과가 사라지는 후반부일지라도 추억 속의 배우 데이빗 듀코브니와 데미 무어의 밀고당기는 애정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가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 엔딩 크레딧에선 재치 있게 전세계에 걸쳐 열심히 라이프스타일 세일즈를 하고 있는 또다른 존스 가족들을 보여주지만, 글쎄, 비밀스런 마케팅을 하기엔 세계가 너무 '커넥티드' 되어서 아마도 하루만에 들통나지 않을까?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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