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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생 영국 작가 톰 롭 스미스가 29세에 쓴 소설. 배경은 1930년대 우크라이나와 1950년대 스탈린에서 후르시초프로 넘어가는 시기의 소련(스탈린은 1953년 사망). 한국영화 <베를린>이 이 소설의 아이디어 몇 개를 차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소설.


53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묘미는 연쇄살인도 아니고 MGB요원이라는 범접하기 힘든 세계도 아니다. 바로 사건들이 벌어지는 시대이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는 스탈린이 집단농장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굶어죽이려 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두 형제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20년을 건너 뛰어 1950년대 소련으로 간다. MGB요원이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레오. 그녀는 아름다운 여인 라이사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아이가 기찻길에서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스파이로 의심받던 수의사 아나톨리가 사라지고 그를 추격하는 중에 부하인 야심많은 브로츠키와 돌이킬 수 없이 갈라서게 된다. 아나톨리는 고문받으면서 내부 스파이들의 이름을 대는데 그중엔 레오의 부인 라이사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브로츠키의 작업일까 아니면 정말로 부인을 의심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레오는 어느 쪽에 서야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책의 제목인 [차일드 44]처럼 44명의 아이들이 기찻길에서 알몸으로 나무껍질을 입에 담은 채 발견된다. 그러나 당시의 소련은 정부가 선전하는 것처럼 '살인'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세계였다. 지상낙원에서 누가 왜 아이들을 죽이고 다닌단 말인가? 아이들 살인사건은 각각의 마을에서 미치광이들을 희생양으로 하여 처리되고 누구도 연쇄살인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한다. 의심을 품었다는 것은 곧바로 서방세계에 물들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MGB요원에서 이제 아내와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된 레오는 홀로 이 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틈에서 민심이반을 발견한다. 믿을 자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레오가 겁주고 잡아들였던 사람들이 그를 돕는다. 이런 시대배경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은 이만큼의 긴장감을 확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1970~1980년대 소련에서 실제로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는 소련이 와해조짐을 보이던 시기였다. 그에 비해 1950년대 공포와 감시의 시대로 이 사건을 옮겨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처럼 보인다. 숨막히는 시대가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많은 비극을 잉태한 것처럼.



차일드 44
국내도서
저자 : 톰 롭 스미스(Tom Rob Smith) / 박산호역
출판 : 노블마인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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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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