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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네트워크를 뜨겁게 한 키워드는 단연 '여성'이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공감부터 '브이아이피' 등 한국영화에 만연한 여성 도구화 비판, 미국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비롯된 잇단 성추행 폭로, "나도 당했다"는 #MeToo 외침, "내가 그랬다"는 #IDidThat 캠페인 등은 국내서도 연일 이슈가 됐다. 직장 내 잇단 성폭행 사건은 성추행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회식에 대한 공포로 이어졌고, 간호사들에게 섹시댄스를 추게 한 병원은 네티즌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작년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해사건으로 '여혐' 공포가 확산된 이후 올해는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해다. '페미니즘'이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TV에선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토크 배틀이 벌어지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글에는 대개 일부 남성들의 비판적 댓글이 달린다. 그들의 주장은 왜 비슷한 사례로 피해를 입은 남자들은 무시하느냐는 것이다. '남성/여성'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댓글들을 읽다 보면 아직 우리 사회 인식의 벽이 꽤 높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된다.


객관적 수치로 본 한국의 여성차별은 선진국보다는 전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심한 중동 국가에 가깝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성(性)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44개국 중 118위를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한국은 매년 최하위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소설가 손아람은 "젊은 남성들이 여성과 비교해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이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위직 진출과 소득 수준에서 남녀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시기는 40대 이후인데 젊은 남성들은 아직 그 나이를 살아보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사실 필자도 남성이기 때문에 머리로만 받아들일 뿐 한계가 있다. 다행히 필자 같은 남자들을 위해 김영하 작가는 이런 조언을 했다. "페미니즘은 무조건 옳다. 닥치고 받아들여라."


'억압받는 다수(Oppressed Majority)'


페미니즘이 아직 낯선 남성들에게 프랑스 엘레노아 푸리아 감독의 '억압받는 다수(Oppressed Majority)'라는 11분짜리 단편영화를 권하고 싶다(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가상의 가모장제 사회에서 치근덕대는 여자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짧은 바지 입고 다닌다고 훈계받고 골목에서 성추행까지 당해 경찰에 신고하지만 여성 경찰관은 "그럴 만 했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한다. 이에 남자는 끝내 울먹인다.


어디서든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회사에 출근하면 상사들이 치근대고, 문제가 불거지면 여자가 조신했어야지 하는 말을 듣는 여성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역지사지 해볼 수 있는 영화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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