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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슈퍼히어로가 돌아왔습니다. '서민형 슈퍼히어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마동석은 안동에서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찾기에 나서고, 북유럽 신화에서 튀어나온 슈퍼히어로 토르는 세상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위기에서 아스가르드 행성을 구하기 위해 나섭니다.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 두 슈퍼히어로는 이번 영화에서 내내 웃깁니다. 마동석은 안동 종갓집에서 몸개그와 특유의 말장난을 선보이고, 토르는 동생 로키, 친구 헐크 등과 티격태격하며 액션에 이어 웃음까지 책임집니다. 180cm, 100kg의 마동석과 191cm, 91kg의 크리스 헴스워스. 비주얼은 사뭇 차이가 나지만(마동석 지못미ㅠ) 덩치만은 막상막하인 두 슈퍼히어로와 그들이 주연한 신작 두 편을 살펴볼까요?



<부라더> 웃기려고 작정한 마동석


험상궂은 깍두기 머리에 게슴츠레 뜬 눈, 터질 듯한 가슴둘레, 허벅지만큼 굵은 근육질 팔... 거리에서 이 남자를 마주치게 되면 누구라도 멈칫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빨을 드러내 씩 웃어 보이면 그가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하게 되겠죠. 이렇게 순박한 미소를 가진 남자가 나쁜 놈일 리 없을 테니까요. 조폭 때려잡는 강력계 형사(범죄도시), 아내를 지키기 위해 좀비들과 맞짱 뜨는 로맨틱 가이(부산행), 망나니 재벌 3세에 주눅 들지 않는 아트박스 사장(베테랑) 등 마동석은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실의 방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극장가를 평정한 액션 스릴러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은 막무가내 마석도 형사를 연기했습니다. 다른 형사들을 외모로 압도하는 것은 물론 어떤 조폭보다도 더 조폭처럼 보이는 그는 힘들게 잡아온 범인이 진술을 거부하면 곧잘 '진실의 방' 찬스를 씁니다. 그러면 선후배 형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딴청을 부리며 마석도가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립니다. 마석도가 나쁜 놈의 입을 열게 하는 데는 단 한 방이면 충분합니다. 턱을 탁 치면 상대방은 기절하고, 엄지손가락으로 쇄골을 누르면 누구라도 주저앉게 되는 식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마동석에 관한 진실 한 가지를 발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마동석의 근육질 몸은 온전히 성한 몸은 아닙니다. 그는 한때 의사로부터 더 이상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을 정도로 몸이 심하게 망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배우가 되기 전에 그는 미국에 살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갖가지 몸 쓰는 일을 했는데요. 트럭 운전, 막노동, 클럽 보안요원, 이종격투기 트레이너 등 하도 몸을 쓰다 보니 어깨가 부러져서 쇠를 박아 넣었습니다.


또 배우가 된 뒤엔 액션 연기를 하다가 6미터 길이의 철 계단에서 추락해 척추 2개와 가슴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때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어 그는 달리기 연기 등을 할 땐 각별히 조심합니다. 온몸이 근육 덩어리지만 알고 보면 꽤 연약한(?) 남자인 것입니다.



영화 <부라더>는 우락부락하면서도 여리여리한(?) 마동석의 매력이 제대로 담긴 코미디입니다. 닮은 곳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이동휘의 친형으로 분한 그는 영화 속에서 동생과 내내 티격태격하는데 때론 동생이 우연히 휘두른 주먹에 맞기도 합니다. 이동휘에게 맞는 마동석이 상상이 되시나요?



영화의 배경은 안동 종갓집입니다. 서울에서 잘 못 나가던 두 형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찾아옵니다.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한 곳인 안동의 어르신들은 장례절차부터 여자문제까지 사사건건 간섭해 형제와 갈등을 빚습니다. '마요미' 별명답게 귀여운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마동석은 어르신들 등쌀에 못 견뎌 하지만 오직 한 가지 목표만으로 버팁니다. 그것은 고향 땅에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다는 한 여인(이하늬)의 천기누설입니다.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이 직접 자신의 히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각색해 만든 영화 <부라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키득거리게 하는 유머로 가득합니다. 중반 이후에는 형제와 가족이 화해에 이르는 감동 코드도 갖추고 있습니다. 코미디에서 드라마로 넘어가는 과정에 꽤 의미있는 반전도 준비돼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특히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돈 될만한 골동품을 찾아 헤매고, 동생과 몸싸움을 벌이고, 여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마동석을 보고 있으면 빵 터지는 웃음을 참기 힘듭니다.


<범죄도시>의 카타르시스에 이어 <부라더>에선 기분 좋은 웃음을 들고 온 마동석, 이쯤 되면 액션에 코미디까지 다 되는 만능 슈퍼히어로 아닌가요?



고향을 구하러 돌아온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갑옷으로 감출 수 없는 근육질 몸, 금발의 머리카락,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 중후한 저음 보이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의 슈퍼히어로 천둥의 신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한국에선 '햄식이'로 불립니다. 눈웃음을 지을 때 푼수처럼 친근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호주 출신의 헴스워스는 '토르'로 인생이 바뀐 남자입니다. 19살 때인 2002년부터 연기를 해온 그는 2009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조지 커크 역, <퍼펙트 겟어웨이>의 케일 역으로 얼굴을 알리더니 2011년 <토르: 천둥의 신>으로 마블의 어벤져스에 합류하며 스타덤에 오릅니다.


토르로 유명해지기 전 그를 수식하는 별명은 '젊은 브래드 피트'였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너무 닮아서 처음엔 피트가 토르를 연기한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죠. 그는 피트만큼이나 섹시 가이여서 2014년 피플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마블 '토르'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는 세상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위기 속에서 고향 아스가르드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토르의 이야기입니다. 헴스워스는 이번 영화에선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등장합니다. 오랫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다니(실제로는 강제로 잘린 것이지만), 뭔가 대단한 결심이 있었을 법하죠?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토르는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는 장본인이자 토르가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은 그의 친누나인 헬라(케이트 블란체트)입니다. 마주치면 죄다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서 그녀는 '죽음의 신'으로 불립니다.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과 함께 세계를 정복하던 헬라는 딸의 힘이 너무 세지는 것을 두려워한 오딘에 의해 감금돼 있었지만 오딘이 죽자마자 풀려나 아스가르드를 차지하기 위해 돌아옵니다.


헬라는 첫 등장부터 강렬합니다. 검정색 긴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쓱 넘겨 뿔달린 악마의 헤어스타일로 변신하더니 토르의 묠니르 망치를 한 손으로 잡고 부셔버립니다. 토르는 힘으로는 도저히 누나를 감당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로키의 손에 이끌려 도망갑니다. 그런데 토르가 떨어진 곳은 하필 우주 쓰레기장이었고 그곳에서 현상금 사냥꾼 발키리(테사 톰슨)에게 붙잡혀 그랜드마스터(제프 골드블럼)가 통치하는 기괴한 행성으로 가게 됩니다.



영화는 로튼토마토에서 무려 98%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블 영화 특유의 가벼운 유머 속에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또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스토리 전개가 새롭고, 토르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적입니다.


영화에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헐크(마크 러팔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등 어벤져스 동료들이 크고 작은 배역으로 출연하는데요. 특히 헐크의 비중이 꽤 큽니다. 영화는 그가 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하지 않고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으니 헐크 팬들은 귀 쫑긋 세우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딸을 안고 있는 크리스 헴스워스와 아내 엘사 파타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는 토르입니다. 그는 망치를 잃었지만 아버지 오딘의 유언에 따라 진정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갑니다. 자신이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불안해 하던 그가 조금씩 리더십을 발휘해가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영화 초반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불의 거인 수르트를 놀려대던 토르는 후반부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 있습니다. 헴스워스의 몸을 빌린 비주얼만 멋진 게 아니라 신들의 왕에 걸맞은 인품도 갖춰갑니다. 이쯤 되면 아이언맨 대신 어벤져스를 이끌어도 될 듬직한 슈퍼히어로 아닌가요?



토종 슈퍼히어로 마동석의 귀여운 변신이냐, 원조 슈퍼히어로 토르의 듬직한 변신이냐. 아직까지 '싱글' 마동석이냐 세 아이의 아빠인 헴스워스냐. 영화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두 영웅 모두 왠지 믿음이 간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실 건가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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