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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를 돌아보니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 같아 후회됩니다. 20권을 고르는 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책 읽는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겨우 고른 20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순서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
몰랐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더구나 그 역사가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으니 페이지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지요. 역사학자인 저자가 월간 ‘현대문학’ 2012년 6월호부터 2013년 5월호까지 1년 간 연재한 글을 묶은 책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에우리피데스부터 이븐 바투타, 이반 뇌제를 지나 카사노바를 거쳐 홀로코스트까지 연대기순으로 마무리하는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걸작으로 평가받는 조셉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이 어떻게 벨기에 제국주의를 편들고 있는지, 홀로코스트에 대해 역사가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등 저자의 시선이 뚜렷한 책입니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난파선의 바타비아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전작 ‘사피엔스’에서 보여준 하라리 관점의 빅 히스토리의 확장판입니다. ‘사피엔스’ 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더 구체적이고 실전적이어서 더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집니다. 1부는 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다룹니다.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기아, 질병, 전쟁이었지만 최근 100년 새 인류는 이를 정복하고, 불멸, 행복, 신성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2부는 인류가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근대 이전 인류는 종교와 과학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종교는 의미, 과학은 힘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신은 죽었고 종교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대체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를 숭배하는 인본주의가 영원할까요?
3부는 인류는 결국 지배력을 잃게될 것이라는 예언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인간이 믿는 자유의지, 민주주의, 인본주의 등 인간 중심의 가치들은 과학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허구에 기반한 것이기에 지금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달하면 곧 무너질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은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로 존재하는 마지막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게놈지도가 완성돼 인류가 생명체의 원리를 알게 되면 그 이후 변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변화하려면 막차라도 타야 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하라리의 책은 주장이 뚜렷해 긴장하면서 읽게 됩니다. 게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료를 찾는 것인지 사료도 풍부합니다.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더랜드 - 스티븐 존슨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서술한 책은 많습니다. 이 책은 역사란 인간이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제목 그대로 놀라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역사를 새로 쓴 책입니다. 과학 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은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여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도 자체가 놀랍습니다. 새롭게 보입니다. ‘유희’라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치가 어쩌면 인간 존재의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SF의 힘 - 고장원
한국에서 SF에 관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고장원은 SF에서 다루는 여러 개념들(예컨대 우주개발, 이동수단, 인공지능, 복제인간 등등)을 10가지 주제로 집약해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소설, 영화, 만화 등 중요한 SF 작품들이 이를 어떻게 제시해왔는지 소개하고 평가합니다. 또 SF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도 조망합니다. SF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집어보시기 바랍니다.
사랑한다면 스페인 - 최미선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 최미선이 내고 있는 여행 에세이 ‘사랑한다면’ 시리즈 중 최신작입니다.
스페인에 관한 책은 그동안 많이 출간됐습니다만 이 책은 스페인 역사 속 왕들과 예술가들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쳐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가령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들른 저자는 펠리페 4세와 궁정화가 벨라스케즈, 그리고 고야의 출세를 위한 집념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펠리페 4세의 여성 편력과 당시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여왕이 독신을 선택한 이유로까지 이어집니다. 기자 출신 답게 술술 읽히는 글쓰기를 선보입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 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이완 세티아완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가 마켓 4.0 시대를 예언하고 경영자와 마케터들에게 조언하는 책입니다. 마켓 1.0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 시대의 제품 중심 마케팅, 마켓 2.0은 전기 에너지 기반 대량생산 시대의 소비자 중심 마케팅, 마켓 3.0은 인터넷 기반 지식혁명 시대의 인간 중심 마케팅이었다면, 마켓 4.0은 ICT 기반 지능혁명 시대의 하이테크 하이터치 융복합 마케팅입니다. 인간 중심에서 더 나아가서 온-오프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마켓 4.0 시대의 브랜드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덜 위협적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진정성 있고 정직하고 결점을 인정해야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책에는 전문적인 이론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교양서로는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분야 전문가 혹은 마케팅에 관심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제목 그대로 1982년 4월 1일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 씨의 삶을 건조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어느 날부터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한 김지영 씨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로 이 책은 리포트 형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지영 씨는 여중, 여고를 졸업하고 인문대를 나와 홍보대행사에 취업해 일하다가 남자를 만나 결혼, 임신, 출산한 뒤 고민 끝에 퇴사합니다. 사실상 이것이 김지영 씨 삶의 전부이자 소설의 전부입니다. 아주 평범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30여 년의 삶에서 김지영 씨가 여성으로서 겪은 크고 작은 차별과 폭력의 부당함을 지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하이퍼 리얼리티 보고서입니다. 남자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민이언
철학은 어렵지 않고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밤이 되면 이유 없이 불안하고 막막해지는데 이때 생각이 일어나기 좋기 때문에 제목이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이라고요.
니체의 자유의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베르그송의 원뿔 시간모델, 하이데거의 현존재,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신화, 라캉의 욕망 등 철학 이론을 영화 속 장면,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 연인관계 등을 예로 들며 풀어냅니다.
두뇌는 최강의 실험실 - 신바 유타카
최고 지성들은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공학박사인 저자는 수학, 물리학, 철학 등의 난제들이 제기되고 풀린 과정에 두뇌실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전차의 딜레마, 철학적 좀비 실험, 갈릴레이의 연결된 물체 낙하 실험, 뉴턴의 양동이 실험, 데카르트의 꿈의 논증, 아인슈타인의 낙하하는 엘리베이터 실험, 퀄리어의 개인적 성질 실험, 케인스의 미인 투표 게임 등 혁신적인 이론의 바탕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고실험 20가지가 스토리 중심으로 실려 있습니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 아닐 아난타스와미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신경정신학자 올리버 색스의 저명한 저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처럼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례별로 취합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 조현병,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유체이탈 등등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을 앓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자아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떠올려 보게 하는 책입니다.
컬처 DNA - 거넥 베인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의 창립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과 연구를 바탕으로 전세계 문화권의 특징을 분석합니다. 그는 전세계를 미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도, 중동, 중국, 유럽, 라틴 아메리카, 호주 등 8개 문화권으로 분류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지를 분석합니다. 미국인들은 왜 실용주의적 태도와 물질주의를 갖게 되었는지, 중동 사람들은 왜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는지, 유럽인들은 왜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띄는지를 해당 대륙에 자리잡았던 인류의 성격과 생활 환경, 역사, 심리 등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이 해외 사업에서 겪게 될 문화적 충돌에 대해 조언해주는 목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만 교양서로 읽기에도 좋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파트는 인도, 중동,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그동안 잘 몰랐던 대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도인이 비폭력 정신 아힘사를 문화적 DNA로 갖게 된 것은 선사시대 거대한 화산폭발로 당시 인도 대륙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죽었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 비해 인구 밀도가 적어 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죠. “문화의 차이로 겪는 갈등보다 인간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없다.” 파트마다 글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인도 벵갈 출신 소설가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에세이집입니다. 아주 얇은 책이고 분량도 매우 짧아서 이것을 한 권의 책으로 구입하기에는 좀 아까운 느낌도 있습니다. 라히리는 책 표지의 역할, 의미, 취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가장 좋았던 구절은 그녀가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표지가 없는 책을 보았을 때의 희열을 고백하는 부분입니다. 표지에 적힌 글귀를 보고 책을 판단하는 것은 피부색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는 그런 맥락으로 읽힙니다.
파산수업 - 정재엽
소설을 좋아하는 저자가 사업에서 실패한 뒤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학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서술한 책입니다. 회사가 부도났는데 소설이나 읽고 있다니 라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다가 책을 내게 되었다는데요. 책에는 그가 읽은 책과 그 책을 읽고 있을 당시의 상황, 또 그 책의 구절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과연 '행복'은 우리의 목적일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걸까?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행복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고, 행복을 위해 가정을 꾸미는 것이라면, 그럼 고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것 또한 행복하기 위해 고통을 당하는 것일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 인생은 그만큼 인생의 목적에서 멀어지는 게 아닐까? 행복과 인생이 서로 대칭된 지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응시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61~62쪽)
융합인문학 - 최재목 엮음
사진 강운구, 철학 김상환, 미술 민주식, 법학 박홍규, 역사 주경철, 시 함성호, 물리학 장회익, 한글 정병규, 철학 이용주, 의학 신동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 10명의 강연을 묶은 책입니다. 넓은 시야에서 깊은 시선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인 이상은 자신의 필명에 왜 상자 ‘상(箱)’을 썼는지, ‘nude/naked’의 구분은 왜 영어에만 있는지 등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줍니다. 새로운 사고는 학문과 학문 사이 그 경계에서 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 - 라이너 슈타흐
카프카는 죽기 전 자신의 모든 글을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친구 막스 브로트는 이 유언을 지키지 않고 출판함으로서 카프카를 불멸의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소설만이 아니라 그가 남긴 99가지 일기, 편지, 메모, 물건들을 바탕으로 카프카의 인생을 추적합니다. 저자는 카프카의 성적표, 카프카가 보낸 소포, 카프카 마신 맥주, 카프카가 즐겨 부른 노래, 카프카가 즐긴 농담, 카프카의 연애행각, 사창가를 찾은 카프카 등 자질구레한 것까지 수집해 소개합니다. 카프카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책입니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마틴 피스토리우스
13년만에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피스토리우스와 그를 돌본 엄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975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그는 12세에 의식불명에 빠져 1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납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이 돌아온 것은 16세 때부터였습니다. 그러니까 마틴은 간병인이 그가 의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 무려 9년 동안 의식은 또렷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견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아들을 간호해온 엄마 메건은 마틴 앞에서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엄마는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고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절규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런 엄마의 이야기와 마틴의 이야기를 합친 것입니다.
마틴은 의식을 되찾은 뒤 재활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절망, 공포, 외로움, 무력감 속에서 어떻게 삶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는지를 TED 강연을 통해 들려주었는데 이 강연은 200만회 조회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강연의 제목은 “어떻게 의식이 돌아왔고 그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는가 (How my mind came back to life - and no one knew)“입니다.
“소통을 할 수 없는 게 어떤 느낌인지 말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자아가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고 모든 감정과 욕구가 내면에 고요히 속박되고 억압되어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최악은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존재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라진 상태이기에 사람이 있기에는 너무 어두운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 인생의 모든 걸 통제했습니다. 언제 무엇을 먹을지, 옆으로 누워있을지, 휠체어에 묶여 있을지를요. 저는 주로 텔레비전 앞에서 바니 재방송을 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바니는 매우 행복하고 즐거운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그게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의 삶이 힘들어 버틸 힘이 필요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 - 조나 버거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을 쓴 저자의 신간입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유명 작가의 책도, 광고를 많이 하는 책도, 내용이 뛰어난 책도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어제까지 베스트셀러였던 책입니다. 우리는 흔히 [해리 포터]가 초창기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며 출판사들의 안목 없음을 구박하지만 이것은 결코 출판사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해리 포터]는 단지 우연한 계기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해리 포터]는 정말 보기 드문 예외입니다. 대부분은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더 유명해집니다. 빌보드 순위에 오른 곡은 빌보드 순위에 올랐기 때문에 더 유명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버거 교수가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영향력의 힘입니다. 우리는 흔히 “나는 남들과 달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내로남불’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역이용하면 전략적으로 입소문을 낼 수 있겠지요. 사례가 풍부해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출간된 지 8년이 지난 책입니다. 저자는 러시아어 통역사이자 에세이스트이자 다독가였던 일본인 여성 요네하라 마리로 책에는 그녀가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음식에 관해 쓴 글 37편이 담겨 있습니다.
음식이야말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수단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어릴 때부터 프라하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문화적 이질성이 몸에 뱄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양(특히 러시아!) 음식들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놓습니다. 감자의 유래, 보드카가 러시아 문화에 미친 영향, 정치 성향과 음식 취향의 상관관계, 드라큘라의 식생활 등 농담을 곁들인 가벼운 음식 이야기여서 술술 읽기 좋습니다.
엔지니어 히어로즈 - 권오상
드론계의 애플 다지앙을 만든 왕타오, 세그웨이를 개발한 딘 캐이먼의 데카, 날개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 오디오계의 이단아 보스, 후지산의 노란 황제 화낙, 보행로봇의 지존 보스턴 다이나믹스, 특수무기 본좌 스컹크 웍스, 화성탐사 선봉장 제트 프로펄션 랩을 만든 롭 매닝 등 9개명의 엔지니어 영웅과 그가 창업한 회사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엔지니어링 하면 골방에 틀어박혀 기계와 씨름하는 ‘공돌이’ 취급을 받기 일쑤였지만, 신기술이 사회를 바꿔가는 21세기는 확실히 공학의 시대입니다. 공학과 경영학을 함께 공부한 저자는 이들이 왜 영웅인지를 사회변화의 관점에서 써내려갑니다.
채식주의자 - 한강
뒤늦게 읽었습니다. 역시 좋네요. 문장도 좋고, 구성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심지어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이미지로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한 구절만 발췌하겠습니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 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거지.”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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