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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충스럽게도 이 글 첫머리에 조선일보를 언급하며 시작하자. 조선일보는 10월 29일자 3면 기사 <2040대 5060…대한민국엔 단절된 두개의 섬이 있다>에서 경희대에 재학 중인 이모(여․24)씨가 아침에 트위터를 통해 핫이슈와 관련 기사를 보는 것을 소개하며 “이씨처럼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지금의 20․30대는 흔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세대’라고 불린다. 이씨의 친구들 상당수는 신문과 방송의 정제된 뉴스를 가까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정보에 휘둘리기 쉽다.” 라고 썼다.
조선일보가 '편파적인 정보' 운운하는 이 글을 읽고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속담조차도 조선일보의 분석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똥묻은 개는 그냥 똥이 묻었을 뿐이다. 씻으면 깨끗해진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뼛속까지 똥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똥묻은 개라고 표현하면 똥묻은 개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그리고 충실한 반려동물인 개를 왜 조선일보에 같다 붙이는가. 그냥 하던대로 '찌라시'라고 해두자.
어쨌든 이번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소위 한나라-조중동-가카-검경 동맹군은 SNS를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나는 꼼수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꼼수다]가 가진 폭발력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고 많이 놀랐는데 마치 한때 무림에서 재치를 부리던 초보검객이 악당에게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뒤 속세를 떠났다가 무예를 갈고 닦고나서 무심한 듯 뚜벅뚜벅 다시 나타나서 엄청난 내공으로 검을 휘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검은 엄청나게 예리해서 한 번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가 시대를 보는 눈, 대중의 욕망을 읽는 감각, 그리고 정치판의 파워게임을 예상하는 촉은 너무나 예리해서 그를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의 내공에 자꾸만 감탄하게 됐다. 예전 초창기 딴지일보 시절의 그가 현란하지만 치기어린 검객이었다면 지금 [나는 꼼수다]로 돌아온 그는 현란함에 강인함, 거기에다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까지 갖춘 무림 고수가 되었다. (음... 김어준 찬양이 너무 심했나? 암튼 뭐 촉이 섬세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가카에게서 비롯되었다. 그가 말했듯이 지금 이 사회에는 커다란 결핍이 있다. 이명박이라는 이상한 사람이 집권하면서 비롯된 거대한 결핍. 사람들의 가슴 속에 항상 있었지만 그동안 생활고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인기에서도 드러났듯이 이것은 권력남용, 독선, 재벌세습, 부패, 뇌물, 부정한 돈의 반대말이고 정의, 도덕, 화합, 정직, 염치, 상식과 통하는 말이다. 마치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들이 시름시름 앓아가는 것처럼 그동안 부자가 되고 싶다는 헛된 욕망 때문에 한쪽으로 확 쏠려버린 사회는 이제 균형을 찾고 싶어 한다. 김어준은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고 그곳에서 정면승부를 펼쳤다. 언로가 막히고 권력이 저들에게 접수된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들과 맞짱을 뜬 것이다.
김어준은 '꼼수'라는 한 단어로 모든 상황을 풀어냈다. 그리고 뉴스 너머의 진실을 들춰냈다. '콘텐츠의 힘!' 이것은 어떤 미디어학과 교수라도 아마도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어떻게 실현되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이제 나꼼수 열풍을 계기로 단 한 번의 광고 없이도 '콘텐츠가 스스로 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로운 유통채널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중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진실이 가려진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나꼼수의 주역들 - 김어준이 불러온 세 명의 남자들 - 김용민, 정봉주, 주진우.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완벽한 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용민은 PD로서 프로그램을 편집하는데 중간중간 옛날 음악이나 육성 녹음자료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편집감각에 놀라게 된다. 정봉주는 그의 자랑대로 혼자서 민주당 국회의원 70명의 몫을 한다고 생각될 만큼 말발에서 당할 자가 없는 정치권의 숨은 진주였고, 주진우는 한국에 정말 이런 기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타협하지 않고 권력비리를 철저히 파헤치는 숨은 실력자였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을 엮어낸 김어준의 눈. 본인 스스로 지식인의 혜안이라고 말하는데 처음엔 코웃음 치다가도 들을면 들을수록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 네 사람을 한 데 모았다는 것이 아마도 [나는 꼼수다]의 최대 인기 비결이 아닐까.
또하나 결정적인 것은 네 사람 모두 뛰어난 웃음코드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딱딱하지 않고 격식도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그저 웃으려고 이 프로그램을 듣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말 웃음에 목마르다. 여유가 있어서 웃는다기 보다는 웃음을 통해 여유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심각한 이야기도 '씨바~' 한마디로 웃으며 넘어가는 이들에게서 친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동안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못해왔던 것들을 '쫄지마~' 한 마디로 정리하면서 시원하게 해대는 출연자들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기간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600만명이 [나는 꼼수다]를 청취했거나 혹은 알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이미 나꼼수가 제기한 BBK, 저축은행, 운동권 경력 세탁, 내곡동 사저, 나경원 피부클리닉 등은 의혹이 제기되었고 또 선거판을 좌우했다. 특히 내곡동과 피부클리닉은 선거의 최대변수였고 결국 그들이 승리했다. 이제 나꼼수의 폭발성을 간파한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융단폭격이 시작되겠지만 아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그 영향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진실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그들이 제시한 '후줄근한 진보'가 아닌 '세련된 진보'라는 컨셉트가 20,30대들에게 먹히고 있다.
진실에 목마른 시대, 허기에 지쳐있을 때 나타난 오아시스가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진실'과 '재미'라는 키워드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 뒤에는 SNS와 팟캐스트로 대변되는 미디어 변화의 의미를 꿰뚫어본 김어준의 혜안이 있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 포스트를 김어준식으로 마치고자 한다. 나꼼수, 졸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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