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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 공동대표가 진보 진영에게 보내는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체제가 이질적인 북한과도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인 만큼 민주당과의 통합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민주 진영과의 느슨한 통합을 거부하는 것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반 년 간 공을 들여 진보 진영에 구애를 보내고 있는 혁신과 통합 대표의 구구절절한 글이 참 가슴아프게 느껴지더군요.
>> 오마이뉴스에 실린 문성근 대표의 편지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를 되새기게 하는 요즘 상황은 참 안타깝습니다. 노선의 선명성, 구조적인 문제, 당의 운영방식... 뭐든 이유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것은 저 사람들과 어떻게 살을 부비느냐 하는 생각일 겁니다. 실제로 한미FTA 저지 국면에서 계속 딴생각을 하고 있는 김진표나 강봉균 같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통합이라는 단어는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보면 지금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대통합만큼 절실한 것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무조건 뭉쳐야 하는 국면이니까요. 지난 10.26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통합한 곳은 이겼고 통합하지 않은 지방에서는 호남을 제외하고 모두 졌습니다.
진보진영의 생각은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를 하나의 정당으로 합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시민사회 진영으로 이루어진 혁신과 통합과 선거 연대를 하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 방식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듭니다. 일단 내년 총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해 모일테고 현실적으로 지역별 나눠먹기 공천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갈등이 생길 것이고 또 어떤 설전이 오갈지 모릅니다. 우리편끼리 제살 깍아먹는 이런 선거 연대는 대통합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감동이 없는 것이죠. 국민들 눈에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그저 기존의 자리 챙기기 정치의 연장선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이 대통합을 이루고 깔끔하게 1:1 구도로 한나라당과 맞선다면 선거 이슈를 MB 정권 심판론에 집중하면서 200석 이상의 대승리를 거둘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기존 정치권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인기가 한물 간 시점에서는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의 힘이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총선에서 200석 이상의 대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반년 남은 MB 정권을 확실하게 견제한다는 것이고, 지역구도를 어느 정도 타파한다는 의미이며, 또 드디어 한나라당을 소수파로 묶어둔다는 말입니다. 친일파와 독재정권의 뿌리가 이제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뜻이죠. 이렇게 1타 3피로 확실하게 정치 주도권을 한나라당에서 민주 세력과 진보 세력으로 옮겨올 수 있는 방법은 내년 선거의 대통합 밖에 없습니다. MB 정권의 실정이 만들어낸 다시 오기 힘든 기회입니다.
만약 진보진영이 분리된 채 선거를 치른다면 야권에 큰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대승리보다는 150석 안팎의 작은 승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양당이 갈라지면서 한나라당에 어부지리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회찬은 <나는 꼼수다>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한다면 대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심상정은 그것은 연대의 조건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이정희 대표는 아예 혁신과 통합과의 대통합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자신들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정치인들이 모두 복지를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박근혜마저도 복지를 이야기합니다. 무상급식이 현실이 되었고 반값등록금과 부유세도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모두 10년 전에 민주노동당이 이야기했던 것이고 그때는 얼토당토 않은 빨갱이 정책이라는 소리를 듣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야말로 진보정당이 꽃피울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희 대표와 민주노동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통합을 이루어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또 대선에서 정권을 잡으면 드디어 현실에서 진보정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제 입법부에서가 아닌 행정의 영역에서 작게나마 진보정치를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년에 민주+시민사회 진영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진보진영은 또 야당 노릇을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참여정부때 했던 것처럼 야당으로서 여당에 딴지 걸면서 한나라당과 함께 누가 야당인지 구분 못하게 된다면 차기 정부 역시 참여정부처럼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휘둘리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MB 정권 하에서 국민들은 지쳤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당에 구태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혁적인 의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정책 면에서 진보진영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미FTA 저지 국면에서 정동영, 천정배, 이종걸 의원이 최전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연대했던 것처럼 분명히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부족하고 맞지 않는 면은 서로 고쳐가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한나라당을 저지한다는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할 때입니다. 내년 총선에서의 압승과 대선에서 정권교체. 그렇게 거꾸로 가버린 역사를 되돌려놓은 후에 선명성 주장은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진 것을 다 던져야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감동을 주는 대통합만이 국민들의 변화의 바람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진보진영 사람들이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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