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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NSA의 빅브라더식 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영화라면 이미 오스카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뛰어난 작품인 <시티즌포>(2014)가 있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이 ‘citizenfour’라는 ID로 접근한 스노든을 만나 언론을 피하기 위해 호텔방을 전전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베일에 쌓인 인물인 스노든에 대한 호기심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정부에게 넘어가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저널리스트 루크 하딩의 논픽션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와 러시아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의 소설 [타임 오브 더 옥토퍼스]를 각색해 만든 영화 <스노든>은 차별화 지점을 스노든이라는 개인으로 잡았다. 그가 얼마나 애국심 투철한 청년이었는지를 보여준 뒤 역대급 내부고발자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스노든은 9.11 테러 이후 이라크전에 참전할 정도로 국가안보를 중시했고 의가사 제대한 뒤엔 뛰어난 지능과 컴퓨터 실력을 활용해 CIA에서 IT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민주당 열혈 지지자인 여자친구와는 정치 이야기를 삼가할 정도로 정반대 성향이었지만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민간인 감시에 쓰이는 것을 알게 되고, 또 NSA로 이직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프리즘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서 이것이 국가의 월권임을 직감한다. 누군가 이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지며 스노든은 NSA 하와이 지부에서 파일을 복사해 홍콩에서 이를 폭로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홍콩에서 스노든이 가디언 기자와 <시티즌포> 감독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터뷰를 통해 스노든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삽입되고 하와이 지부에서 파일을 복사하는 서스펜스 이후 여자친구와 함께 러시아에 임시 거주하고 있는 모습까지 담는다.
<스노든>은 스톤 감독의 필모그래피로서는 범작이고 보편적인 정치 스릴러로 보기에는 수작이다. 영화에 스톤 감독 만의 새로운 시각은 부족하지만 스노든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텍스트는 없다.
올리버 스톤 감독
스톤 감독은 젊은 시절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살려 만든 반전 영화들인 베트남전 3부작(<플래툰> <7월 4일생> <하늘과 땅>)과 케네디의 암살 배후의 음모를 파헤친 <JFK>(1991)로 미국 정부와 척을 진 적 있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스노든의 입장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는 듯하고 스노든의 시각에서 그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충실하다.
또 스톤 감독은 <닉슨>(1995)에선 도청으로 탄핵위기에 몰린 닉슨 대통령을 악인으로만 그리지 않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교차시켜 그전까지 스톤의 반전 영화를 지지하던 리버럴들에게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은 적 있는데 <스노든>에선 비슷한 뉘앙스로 오바마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부시가 물러나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믿는 여자친구를 지켜보던 스노든은 정권교체 뒤에도 감청 행위에 변화가 없는 오바마 정부에 실망해 폭로를 결심한다. 전작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에서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로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마이웨이를 갔던 올리버 스톤다운 묘사다.
조셉 고든 레빗이 스노든 역할을 맡아 싱크로율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여자친구 린지 역은 <다이버전트> 시리즈로 제니퍼 로렌스와 쌍벽을 이루는 여전사 이미지를 갖게 된 쉐일린 우들리가 맡았고, 스노든에 우호적인 가디언 기자 글렌 역은 <스타트렉>의 스팍으로 유명한 재커리 퀸토가 연기한다.
<스노든>은 필름만 고집하던 스톤 감독이 처음으로 디지털로 촬영한 영화다. 초고해상도의 65mm 카메라와 6K 프로토타입 카메라로 촬영해 선명한 화질이 강점이다. 2월 9일 개봉.
스노든 ★★★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내부고발자의 탄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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