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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미드 3편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설 연휴에 몰아보기 좋은 작품들입니다.



1. 빌리언스 Billions


올해 2월에 시즌 2로 돌아옵니다만 아직 이 시리즈를 못 보신 분들은 시즌 1부터 챙겨보시면 좋겠네요.


한 마디로, 미국판 검사와 재벌의 대결입니다. 한국 영화처럼 조폭 동원해서 때려부수고 하는 건 아니고요. 두뇌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미국 검사는 한국 검사와 달리 기소권만 있고 수사권이 없어서 조폭이 동원될 이유도 없겠죠.



베테랑 배우 폴 지아매티가 정의를 외치는 검사 척 로스 역으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 <홈랜드> 등 TV시리즈로 유명한 데미안 루이스가 액셀 캐피탈의 억만장자 사장 바비 액슬로드 역으로 나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매회 수위 높은 에로틱한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1회 시작하자마자 척 로스의 피가학성 변태 성행위가 나와서 놀라실 수 있지만 이런 장면들은 일종의 미끼입니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검사가 오히려 SM을 즐긴다는 설정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아내보다 8배나 적은 돈을 벌면서 수억달러를 우습게 쓰는 억만장자를 잡아들여야 하는 척 로스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밖에 없다는 설정입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이지만 정의를 위해 재벌에게 칼을 겨눈 검사냐, 혹은 온갖 이미지 메이킹으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재벌이냐. 두 사람이 정면으로 부딪힐 때 재벌의 직원으로 15년을 근무해온 검사의 아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매회 흥미진진한 두뇌게임이 펼쳐집니다.




2.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1999년부터 2006년까지 13편이 출간된 레모니 스니켓(본명 다니엘 핸들러)의 위험한 대결 시리즈가 2004년 영화로 만들어진 데 이어 2017년 TV시리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1월 13일 시즌 1이 선보였는데요. <아담스 패밀리> <맨 인 블랙>의 감독 배리 소넨펠드가 총제작을 맡았습니다. 배리 소넨펠드는 2004년작 영화도 기획한 적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다시 맡긴 것 같습니다. 배리 소넨펠드와 오랜 동안 함께 작업해온 미술감독 보 웰치가 미술을 맡았습니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팀 버튼 영화 혹은 웨스 앤더슨 영화의 세트장 같은 느낌입니다.



부호 보들레언 집안의 삼남매는 화재로 부모를 잃고 먼친척 올라프 백작의 집에 살게 되는데요. 올라프 백작은 돈만 노리는 위험한 남자입니다.


2004년 영화에선 올라프 백작 역을 짐 캐리가 익살스럽게 연기했던 적 있죠. 흥행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요. 이번에 올라프 역을 맡은 배우는 닐 패트릭 해리스입니다. TV시리즈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로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맡기도 했던 배우입니다.


삼남매 중 막내 아기 써니의 활약이 아주 두드러집니다. 아마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면 써니 덕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돌을 갈아주고 사이다 같은 발언도 언니의 통역을 통해 많이 해주거든요.


올라프의 이웃 스트라우스 판사 역은 조안 쿠삭이 맡아 정겨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아기자기한 세트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시리즈입니다.




3. 더 크라운 The Crown


골든 글러브 TV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2016년 11월 공개된 시즌 1은 1947년부터 1955년까지 엘리자베스와 필립 공의 결혼으로 시작해 엘리자베스의 동생 마가렛의 결혼문제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출연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과 싱크로율에 매우 높은데요. 클레어 포이는 엘리자베스와 이목구비가 꼭 닮았고, 필립 공 역의 매트 스미스도 인상이 비슷합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를 연기한 존 리쓰고우는 정말 처칠이 저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합니다.


존 리쓰고우가 연기한 처칠(왼쪽)과 실제 처칠(오른쪽)


이 사려깊은 드라마에서 눈여겨볼 에피소드는 엘리자베스와 윈스턴 처칠의 관계입니다.


노련하지만 노쇠한 80세의 처칠은 25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매주 만나 현안 보고를 하는데요. 처음엔 거의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다가 언젠가부터 그녀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9회가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외교부장관 안소니 이든(제레미 노덤)이 계속해서 처칠에게 사임을 요청하는 가운데 버티고 버티던 처칠은 큰 결심을 하는데요. 보수당원들은 처칠에게 80세 생일 선물로 당대 영국의 모더니즘 화가 그래험 서덜랜드의 초상화를 선물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초상화를 본 처칠은 표정이 굳어지고 화가는 이렇게 말하죠. “그림을 탓하지 말고 나이 든 당신의 모습을 인정하세요.”


그래험 서덜랜드가 그린 윈스턴 처칠 초상화.


현재 이 그림은 불타버려 남아 있지 않습니다. 처칠의 아내가 그림을 불태웠다는 설이 있는데 드라마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있네요.


올해 시즌 2가 공개된다고 하니 그 전에 이 훌륭한 TV시리즈의 시즌 1을 놓치지 마세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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