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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2005)와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 사이의 이야기다. 2012년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할 때 다양한 버전의 <스타워즈>를 만들 것을 예고했고 <로그 원>은 그 첫 시도다. 2억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였는데 북미 개봉 2주 만에 벌써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만큼 또 다른 신화를 쓰고 있다.



한때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민자와 여성으로 구성된 반란군이 백인 위주 악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영화 스토리를 문제 삼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이는 오히려 스타워즈 팬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화 역사상 최대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의 독립형 확장판 <로그 원>에서 눈여겨볼 점을 네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1. 스타워즈 앤솔로지의 첫 영화


<로그 원>은 앞으로 계속될 ‘스타워즈 앤솔로지’의 첫 번째 영화다. 이 시리즈는 기존 에피소드의 사이에 위치한다. 즉, 다스 베이더를 비롯한 스카이워커 캐릭터를 축으로 하는 <스타워즈> 연대기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그 빈틈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기존 연대기와 다른 독립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도입부에 그 유명한 스크롤 자막이 올라가지 않는다.



감독이 밝힌 <로그 원>의 목적은 로그 비행중대의 탄생비화를 밝히는 것이다. 로그 비행중대는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0)의 호스 전투,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제2 데스 스타 공격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속성을 꾀하기 위해 <로그 원>에서 비행사들의 콧수염을 비롯한 외모를 1970년대 스타일로 맞췄다.



스타워즈 앤솔로지의 차기작은 해리슨 포드가 연기해온 자유분방한 캐릭터 한 솔로의 젊은 시절 모험담으로 2018년 겨울 완성을 목표로 한다. 2017년 겨울엔 레아 공주 캐리 피셔의 유작인 <에피소드 8>이 공개되니 앞으로 매년 겨울 새로운 <스타워즈>가 한 편씩 찾아올 예정이다.



2. <제국의 역습>만큼 긴장감 넘치는 전투 신


<로그 원>의 스토리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스타워즈> 마니아는 과거 시리즈를 오가는 추억의 캐릭터와 정교해진 배경 묘사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지 모르지만 새롭게 스타워즈를 접한 관객 혹은 과거 시리즈가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멋진 CG의 향연과 제국과 반군의 싸움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반복될 뿐이다.


영화는 제국의 무기 개발자의 딸 진(펠리시티 존스)이 아버지의 유지를 뒤늦게 깨닫고 반군에 뛰어들어 제국군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다.



초중반 지루한 스파이 게임이 계속되다가 진영이 갖춰지면서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데 반군과 제국군의 전투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다. 함선 두 대가 강대 강으로 충돌할 정도로 스케일이 엄청난데다가 역대 <스타워즈> 영화들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제국의 역습>의 전투 장면에 버금갈 정도로 긴장감이 살아 있다.



3. 반가운 새 캐릭터 K-2SO와 치루트


<로그 원>에서 맹활약한 새 캐릭터는 K-2SO와 치루트다. 드로이드인 K-2SO는 C-3PO의 능동적인 버전, 시각장애 제다이 치루트는 요다의 동양식 버전 정도로 보면 되겠다.


K-2SO


우선 K-2SO는 머리가 작고 팔 다리가 길어 마치 <아이언 자이언트>(1999)의 로봇을 축소해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스톰 트루퍼를 거뜬히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세다. 원래 제국의 군대 소속이었지만 반군에 의해 다시 프로그래밍 되어 진을 돕는다.


C-3PO나 R2D2와 달리 시니컬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성격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다. 항상 성공확률보다는 실패확률로 수치를 알려줘 대원들로부터 조용히 하라는 핀잔을 듣지만 중요한 고비에선 일당백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책임감도 갖췄다. 다른 드로이드처럼 표정은 없지만 진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에게 총을 쏘자 “제가 아니라는 거 확신하고 쏜 거예요?”라며 놀란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치루트


맹인 검객 치루트는 포스를 주문처럼 외고 다니는 제다이 기사다. 이민자들로 가득한 반군 주요 멤버들 중 유일한 동양인이다. <엽문>의 견자단이 연기하는데 일본의 전설적 맹인 검객 자토이치처럼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스톰 트루퍼들의 위치를 간파해 척척 쓰러뜨린다.



4. 차별화 부족한 스핀오프


<로그 원>은 전설적 프랜차이즈의 대박 스핀오프 영화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가 부족하다. 스토리 구성은 단순하고 뉴 페이스로 등장한 주인공도 그다지 임팩트가 없다. 이 점은 작년 개봉한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와 비교해보면 더 뚜렷해진다. 두 영화 모두 새로운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여주인공이 점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플롯도 비슷하고 게다가 펠리시티 존스와 데이지 리들리의 외모 스타일까지 닮았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동안 만들어온 여성 캐릭터인 레아 공주(캐리 피셔)와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은 그들만의 확실한 존재감이 있었던 데 반해 진은 신선한 느낌이 부족하다. 굳이 비슷한 캐릭터를 스핀오프를 추진하면서까지 발굴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든다.


또 스토리상으로 데스 스타의 약점을 알게 된 과정과 로그 비행중대의 탄생비화 등 기존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풍부하지만 온전히 이 영화만을 위한 독립적인 서사는 부족하다.


이처럼 스토리와 주인공 캐릭터가 약하다 보니 멋진 전투 장면과 인상적인 조연만으로는 관객을 100% 만족시키기 힘들어 보인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스타워즈>를 추억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는 드라마에 있을 것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유대감,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카이워커의 고뇌, 깜짝 놀랄 만한 부자관계 등이 이 시리즈를 전설로 남게 했다.



<로그 원>은 스타워즈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에 철저히 기대는 영화다. 스타워즈가 인생이 아닌 세대를 위한 신선함은 부족하다. 향후 계속될 스타워즈 앤솔로지가 이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설이 계속될지 혹은 관습적인 팬심으로만 남을지는 새로운 스토리를 발굴하느냐에 달렸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

잊고 있던 연속극 퍼즐 맞추기. 평면적인 플롯이 아쉽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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