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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국의 그림 '노숙자'
잃어버린 10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이었어.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지.
네 아빠는 실업자가 되었단다.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린거야.
평생을 회사만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이제 갈 데가 없었거든...
집이 차압당하고 쌀이 떨어지고
TV에서는 세상의 끝을 외쳐대고 있었지.
네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이 아빠도 너와 함께 따라가려고 했어.
그런데 네 초롱한 눈망울을 보니
도무지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하필이면, 그럼에도
이런 말만 되뇌이며 살았어.
그렇게 10년이 지나갔지.
얘야,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변한게 없지만
세상은 참 많이 변했구나.
대통령이 두번이나 바뀌고
못만드는거 없는 나라가 되어
주식 부동산 천정부지로 값이 뛰는데
정작 우리 삶은 변한게 없구나.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달라고 아우성이고
못가진 사람들은 체념하며 살고 있단다.
체념의 골이 너무 깊어
이젠 가진 자들이 세상을 완벽하게 지배하려 한다.
하지만 얘야,
미리 포기하지는 마.
우리 가족에겐 지난 10년보다
너를 지켜낸 것이 더 소중하구나.
아, 정말 딱 10년전이었어.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지.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살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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