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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TV에서 영국과 호주의 병원시스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병원평가를 다룬 그 프로그램에서 하나 느낀게 있다면 바로 긍정의 힘이다.

평가라고 하면 감시, 통제, 처벌 혹은 1등, 보너스 이런 단어에 익숙할 한국인들에게
유럽의 평가라는 개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평가를 통해 낮은 평가를 받은 병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가를 하는 사람과 평가를 받는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긍정으로 이루어진 사회...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의 잣대를 들이대며 공기업의 민영화를 이야기하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면 잘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유럽에서 평가라는 개념의 원칙이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이러한 개념은 마찬가지다.
처벌, 감시 이런 것들이 아닌 긍정, 유도 등의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에서 지하철을 탈 때 표를 샀는지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다.
표가 없어도 기차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표를 산다.
시민들의 양심과 정직을 믿는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처벌도 있지만 이들은 이것을 처벌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예전에 네덜란드에 배낭여행을 갔을때 호기심에 그냥 기차를 탄 적이 있다.
이전까지 국경을 넘지 않는 기차여행에서 한 번도 표검사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갑자기 검표원들이 나타났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나를 이렇게 안내했다.
"표가 없으신가요? 그러면 저희에게 표를 사시겠습니까?"

이들이 승객들을 검사하고 감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승객들에게 적어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표가 없으면 표를 사면 되는 것이다.
비록 원래 표값보다 몇 배는 더 비싼 표를 사야했지만...

비판당하고 처벌당한다는 것은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고 곤란에 처한 사람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말 한마디, 개념 하나에서라도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
이것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개념이 아닐까.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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